주담대 7% 시대…금리·규제 압박에 ‘영끌족’ 비명
은행채(무보증 AAA) 5년물 금리 27일 기준 4.119%⋯5거래일 연속 4%대
금융위원회, 이번 주 가계부채 점검회의⋯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공식 발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7%대에 진입하며 가계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 제한과 위험가중치 상향 등 압박에 나서면서 차주들의 금융 비용 부담과 대출 절벽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저금리 막차를 탔던 청년층을 중심으로 연체율 경고가 켜지며 가계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이번 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권에는 지난해 대출 잔액의 1∼2% 수준의 증가율이 부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국은 주담대 위험가중치(RWA) 하한선을 기존 20%에서 25%로 높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이는 같은 규모의 주담대를 취급하더라도 은행이 더 많은 자본을 적정 비율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짐을 의미한다. 위험가중치가 올라가면 은행이 같은 규모의 주담대를 취급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는 만큼 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경우 은행들은 금리 인상이나 대출 한도 축소 등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어 차주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하나은행·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사업자대출 용도 적정성 현장점검에도 돌입했다. 여 기에 금융위는 조만간 다주택자 대출 규제 강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논의·검토 단계의 정책 방향으로, 구체적인 조치는 향후 정식 발표를 통해 공식화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차례 지적한 관행적인 대출 연장이 금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리 상황도 녹록지 않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지난 27일 기준 연 4.410∼7.010%를 기록했다. 5대 은행 고정금리 상단이 7%를 넘은 건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말(연 3.930∼6.230%)과 비교하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780%포인트, 0.480%포인트 뛰었다.
금리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이란 갈등 여파에 따른 은행채 금리 상승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무보증 AAA) 5년물 금리는 27일 기준 4.119%로 5거래일 연속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달 27일만 해도 3.572%에 머물렀던 금리는 이달 23일 4%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은행이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은행채 금리가 뛰면서 자금 조달비용이 고스란히 대출금리로 전가되는 구조다.
문제는 올해 2021년 저금리 시절 5년 고정형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이 대거 금리 재산정 시기를 맞는다는 점이다. 2021년 3월 말 연 최저 2.74%였던 주담대 고정금리가 현재 4.41∼7.01%로 폭등한 상황이어서 이자 부담 증가폭이 상당하다. 5대 은행이 2021년 취급한 5년 고정형 주담대 규모는 20조3404억원으로, 통상적인 중도상환·갈아타기 비율을 감안해도 올해 금리 재산정 대상 잔액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은 부동산 시장 과열로 2030세대 영끌족이 폭증했던 시기인 만큼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같은 해 1∼10월 기준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전체의 4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 능력의 한계까지 대출을 끌어다 쓴 차주들이 몰린 만큼, 소폭의 금리 변동만으로도 가계 건전성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국내 은행 주담대 연체율은 0.29%로 전월 말 대비 0.02%포인트 오르며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금리 상승과 재산정이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일부 차주의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연체율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정학적 변수와 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금리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차주들은 금리 상단을 보수적으로 설정해 상환 계획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