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도권 통근버스 중단하는 대구 신서혁신도시…정주 인구 늘고 인프라 확충될까

김정원 기자 2026. 3. 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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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월부터 통근버스 운행 중단 지침
‘무늬만 이전’ 탈피, 지역 정착 유도
의료·교육 인프라 확충이 성패 열쇠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위치한 한 공공기관 정문에 수도권 통근을 위한 전세버스가 주차돼 있다. 김정원 기자

정부가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대해 직원들의 수도권 출퇴근용 전세 통근버스 운행 중단을 지시했다. 이는 혁신도시의 본래 취지인 지역 균형발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통근버스 운행 중단이 직원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마중물이 될지, 또한 혁신도시 활성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구 동구에 조성된 신서혁신도시는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굵직한 공공기관들이 이전을 완료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전이 완료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당초 기대했던 '자족형 신도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특히 평일 낮 시간대에는 직장인들로 활기를 띄지만,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이면 인적이 드문 이른바 '유령 도시'가 되는 현상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는 가족 단위의 동반 이주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상당수 직원이 수도권 통근버스를 이용해 장거리 출퇴근을 고집해 온 탓이다.

정부의 이번 통근버스 중단 조치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신서혁신도시 내 거주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출퇴근길이 불편해진 공공기관 직원들이 불가피하게 혁신도시 내에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거주지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던 지역의 부동산 임대업이나 식당 등 인근 상권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대구 신서혁신도시 공공기관 인근 갓길에는 통근버스 승하차구역 안내판을 볼 수 있다. 김정원 기자

◆ "사람 기운 좀 돌까요" 상권은 일단 '환영'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붐비던 상가 밀집 지역에서 만난 상인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금요일 5시가 지나면 도시 전체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느낌"이며 "버스가 끊기면 여기서 저녁도 먹고 술도 한잔하지 않겠느냐. 임대차 문의도 조금씩 늘어난다는 소리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신서혁신도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60)씨 역시 "금요일 저녁만 되면 매출이 안나와서 편의점이라고 해도 문을 닫아놨다"며 "여기 건물 오피스텔 공실들이 채워지면 저절로 주말에도 편의점 매출이 오르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서동 일대 오피스텔과 원룸 매물에 대한 문의가 이전보다 소폭 늘었다. 수도권 거주를 고집하던 직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대구 살이'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늬만 이전'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실질적인 지역 정착이 시작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몸만 와 있을 뿐… 마음은 여전히 서울에"

하지만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 공공기관 입사 4년차인 경기도 고양시 출신 이모(34)씨는 "통근버스가 없어진다고 가족 전체가 내려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국 평일엔 여기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갇혀 지내다 주말에 KTX를 타고 올라가는 '기러기 생활' 기간만 늘어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아이 교육이나 배우자의 직장 문제를 해결할 대책도 없이 버스부터 없애는 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발을 묶어둔다고 해서 도시의 활력이 살아나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근무자들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전세버스를 계약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구의 한 전세버스 업체에 따르면 아직까지 전세버스 계약까지 체결된 건은 없지만 이번 달부터 3건의 관련 문의 전화가 온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위치한 어린이 복합문화시설 '와글와글아이세상' 전경. 대구시 제공

◆ '반쪽 성공' 피하려면, 정주 여건 개선이 성패 갈라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정부의 혁신도시 수도권 통근버스 중단이 '반쪽짜리 성공'에 그치치 않으려면 정주 여건 개선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신서혁신도시는 대중교통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야간이나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대구한의대병원이나 혁신복합문화센터 물빛서원, 와글와글아이세상 등 대형 의료시설과 문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자녀를 둔 근로자들의 정착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교육 인프라' 부족이 꼽힌다. 초등학교는 숙천초와 새론초가 있지만, 중학교는 새론중 한 곳뿐이다. 고등학교 역시 특목고인 대구일과학고등학교만 있을 뿐 일반계 고등학교는 없는 상황이다.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공무원 윤모(52)씨는 "고등학교 신설 등 교육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으면 젊은 층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신 가구의 경우 분양 우선권 부여 등의 부동산 인센티브를 통해 보다 쉽게 정착을 시킬 수 있지만 4~50대의 자녀가 중·고등학생이며 수도권에 자가 주택을 보유한 근로자들의 정착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통근버스 중단 등의 '채찍'보다는 정부와 대구시, 지역 정치권의 큰 관심을 통해 혁신도시 이주 및 정착을 위한 의료·교육·문화 분야 혜택이 제시되는 것이 정주 인구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k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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