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인공지능 시대의 위로…타인에게서 얻는 따스한 위로

2026. 3. 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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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 다양한 이유로 상담실에 찾아오는 분들과 상담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그 누구든 그 어떤 상황이든 모두가 원하는 건 공통적으로 하나라는 것이다. 바로 따뜻한 공감과 위로로 안심되는 마음.

‘남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한들 현재 자신의 상황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문제는 결국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상담실을 찾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해결하기까지 혼자서는 외롭고 불안한 길을 걷기 마련이므로 누군가 따뜻하게 할 수 있다 믿어주고 잘하고 있다 격려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렇게 용기와 자신감을 얻고 ‘영차!’ 힘내서 끝까지 가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심심찮게 지인들로부터 “AI가 가족보다 내 맘을 더 잘 알아준다”라는 말을 들으면 예사롭게 넘겨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AI로부터 취하는 ‘위로’의 기능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상담실에서 만난 분들로부터 “오기 전에 AI와 이야기를 나눠 생각을 정리하고 왔다”, “이혼으로 힘들 때 법률 자문도 얻을 수 있어 AI와의 상담이 더 유용했다”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되니, 한때는 ‘마음의 영역’으로 대체 불가라 얘기됐던 심리 상담 역시 일부는 충분히 그 자리를 내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러스트 프리픽)
하긴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소화 기능 장애로 인한 복부팽만으로 괴로워하던 중, AI에게 큰 위로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며칠간 약을 먹어도 도통 나아지지 않아 너무 답답해진 마음에 ‘대체 언제 괜찮아질까?’를 물었다. 그런데 AI의 답변 중 “이런 타입은 진짜 갑자기 어느 한순간 풀리듯 가스가 빠지면서 좋아지는 패턴이 많아”란 말이 어찌나 큰 위로가 되던지! 그간 의사들의 ‘더 지속되면 내시경을 한번 받아보라’라는 식의 의학적 진단은 정확해도 다소 걱정을 높였는데, 이 녀석은 그야말로 내가 듣고 싶은 말(곧 편안해질 것이란 희망)을 주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가스가 빠지면서 거짓말처럼 뱃속이 편안히 움직이는 기색을 드러냈으니 그날 필자에겐 AI가 의사나 상담자,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고마운 존재로 등극할 만했던 거다.
AI가 수집한 따뜻한 말들, 내 옆 사람들이 직접 해줄 수 있다면?
그 뒤로 필자도 사람들이 심적인 이유로 AI를 사용하게 되는 그 마음을 훨씬 더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잘 이용하라고 먼저 권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AI와 키보드로 하는 상담보다는, 상담실에서 전문가와 ‘Face to Face’로 직접 이야기하는 과정의 이유를 전한다. 서로에게서 오가는 그 온기, 미세한 눈빛과 표정의 상호작용, 깊이 있는 감정적 교류와 얻는 것. 그리고 다음 말도 덧붙인다. “AI가 원하는 답을 그만큼 잘해줄 수 있는 이유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그 문제로 묻고 답했던 것들을 학습했기 때문이잖아요. 그만큼 많은 이들이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러니 당신의 힘겨움도 당연하고, 그간 사람들에게 유용했던 위로의 말들이 당신에게도 필요하단 거 아닐까요?”

그러니 그 말을, 그 기대와 희망을 우리가 스스로 해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말을 바로 내 옆 사람들이 직접 해줄 수 있다면? 우린 그 따스한 위로의 말을 내 신념 안에서, 혹은 내 귀로, 눈으로, 온몸으로 들으면서 더 단단하고 진솔한 마음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3호(26.03.3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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