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닥쳐”라고 말하는 도미니칸이 있다고? 누가 가르쳤나 봤더니… “얘네들 진짜 웃기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외야수인 헤라르 엔카나시온(29)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다. 평생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 한국어 삼매경이다. 샌프란시스코 클럽하우스에서 엔카나시온이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꽤 자주 들을 수 있다는 게 팀 동료들의 설명이다. 외야수 드루 길버트는 “생각보다 한국어를 꽤 잘한다”고 증언했다.
엔카나시온이 뜬금없이 한국어 능력 보유자가 된 것은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와 연관이 깊다. 이정후와 브로맨스를 이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2024년 클럽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났다. 라커룸이 근처였다. 2025년에도 라커룸이 붙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을 기회가 많았다. 엔카나시온은 밝은 성격의 소유자고, 이정후와도 잘 맞았다. 나이도 비슷하다. 그 후로는 클럽하우스에서의 ‘절친’이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30일(한국시간) 두 선수의 특별한 우정을 다뤘다. 두 선수는 2024년 처음 만난 사이다. 하지만 빠르게 가까워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발렌타인데이 당시에도 유쾌한 모습을 보여 구단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처음에는 당연히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모국어를 배우면서 소통도 부쩍 늘어났다.
이정후는 MLB.com과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 단어로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 ‘부에노스 디아스(좋은 아침)’을 뽑았다. 반대로 엔카나시온은 ‘안녕하세요’, ‘닥쳐’, ‘감사합니다’와 같은 한국어 표현을 익혔다고 소개했다. 사실 ‘닥쳐’라는 단어는 쓰는 어감에 따라 상대가 받아들이는 기분이 다를 수 있다. 그만큼 이정후와 엔카나시온이 서로를 친밀하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이정후는 “제리(엔카나시온)는 항상 팀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선수다. 2025년에도 라커가 바로 옆이라 매일 장난을 치면서 점점 더 친해졌다”고 했다. 도미니카 출신으로 202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엔카나시온 또한 이정후가 외로울 것을 알기에 도와주고 싶었다고 떠올린다. 그는 “그는 팀에 친구가 많지 않았다. 내 라커를 바로 옆에 배치해줘서 대화를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잘 소통하고 있다”고 친밀감을 드러냈다.
한국어, 스페인어, 혹은 영어까지 세 가지 언어를 모두 섞고, 때로는 바디 랭기지까지 동원해 소통을 이어 간다. 길버트는 “서로 언어를 조금씩 배우는 모습이 정말 웃긴다”며 두 선수의 브로맨스가 팀 전체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도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정후가 엔카나시온을 한국 식당에 초대하기도 했다. 엔카나시온도 답례를 벼른다. 그는 “(도미니카 음식점에) 초대를 했는데 가족이 와 있을 때가 있어서 못 왔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데려갈 것이다. 아니면 어머니가 오실 때 음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동료들도 출신 지역이 전혀 다른 두 선수의 우정에 주목한다. 외야수 헬리엇 라모스는 “둘은 정말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항상 같이 장난을 친다. 보는 게 재밌다”고 했다. 길버트는 “우리 모두 그들의 유대감을 즐기고 있다. 좋은 에너지와 좋은 분위기다. 더 바랄 게 있겠나. 여러 이유로 조금 더 특별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재미가 있다”고 웃어보였다.
사실 팀 내 위상에서는 비교 불가다. 이정후는 팀의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 엔카나시온은 언제 마이너리그로 떨어질지 모르는 백업 선수다. 엔카나시온은 2022년 마이애미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나 2023년은 멕시칸리그까지 가는 등 굴곡이 있었다. 2024년 이정후의 어깨 부상을 틈타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했지만, 지난해에는 빅리그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정후의 동료 의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에 간다는 것은 더 수준 높은 야구 무대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낯선 환경, 낯선 언어, 낯선 문화, 그리고 낯선 동료들에게도 적응해야 한다. KBO리그 드래프트에 임해 마이너리그에서 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있었던 이정후도 첫 1~2년은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엔카나시온과의 에피소드는 이정후가 모든 것에 적응하고 점차 생활의 안정을 찾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 안정은 당연히 그라운드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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