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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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인스타그램에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고미술이다. 시들해져버린 '두바이 쫀득 쿠키'나 요즘 뜨는 '버터떡' 같은 디저트 트렌드 다음으로 말이다. 고미술이 뭘까?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옛 시대에 제작된 미술, 즉 회화나 조각, 도자기, 금속·목공예 등 역사와 예술적 가치가 있는 공예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골동품 마니아 또는 수집가, 외국인이 주로 찾던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 20~30대 젊은 층의 발길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개인적으로 추측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사대주의에 빠진 과거와 달리 방탄소년단이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불닭볶음면 등 'K'로 시작하는 우리 것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사실이다. 자랑스럽게 우리 것을 사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는 것. 다음은 앞서 말한 이야기와도 연결되는데, 유행이 있고 그것을 일부 좇을지언정 젊은 세대는 자신만의 취향이 생겼고, 또 그런 안목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빈티지의 가치가 높아진 이유도 비슷하다. 의류나 가구 등 빈티지 제품을 단순히 중고품으로 취급하지 않고 이제는 구할 수 없는 희소한 물건이라 인정하며, 비싼 값을 치르고 구매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된 우리 것,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고미술'에 눈을 돌리는 게 아닐까. 지난해 가을부터 조금씩 고미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데,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업계 관계자, 즉 골동 상점 대표들의 이야기가 가장 정확할 거라고 판단했다. 그들에게 실상은 어떤지 물었다.

Q 고미술 유행을 피부로 느끼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가화(답십리 골동 상점) 요즘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가 방문하고 있어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찾아오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 특히 뿌듯함을 느낍니다. 아마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계기로 K-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때문이 아닐까요. 여기에 젊은 대표들이 새롭게 매장을 열어 고미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덕에 자연스레 많은 고객이 유입됐어요.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던 전통문화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점도 매력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도옥션(인사동 고미술 경매 공간) 최근 반년 사이 고미술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빠르게 늘어난 건 사실이에요. 저는 수집과 경매뿐 아니라 감정 수업도 함께 진행하는데, 실제로 수강 신청자들의 연령대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낮아졌어요. 경매 현장이나 상담 자리에서 젊은 분들을 만나는 일도 훨씬 많아졌고요. 고미술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시간과 이야기, 생활의 흔적이 담긴 물건이기 때문에 취향을 소비하고자 하는 감수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오프(답십리 골동 상점) 앞으로 경쟁력은 '오리지널리티', 즉 원작의 독창성에 있어요. 지금은 대부분의 문화가 쉽게 복제되는 시대잖아요. 결국 가치가 있는 것은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입니다. 답십리는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가시적인 전통과 문화가 밀도 있게 남아 있는 공간이어서 젊은 세대가 찾는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유행이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는 한국에서 현재 경향은 지속될 수 있을지, 고미술 전문가나 애호가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Q 고미술이 주목받는 추세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로해(삼성동 차 문화 연구소 겸 갤러리) 지금은 확장하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다시 극소수만의 취미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역사나 유산에 관심을 보이는 지금이 좋은 기회예요. 고미술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시장이에요. 꾸준히 공부하고 안목이 높아지면 더 훌륭한 미술품이 눈에 보이는 과정이 존재하죠. 처음에는 좋은 걸 봐도 믿을 만한 건지, 이게 맞는 건지 의구심도 컸어요. 시간을 들여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자주 가고, 계속 접하다 보면 보는 눈이 달라져요. 정가를 매겨 파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필수적으로 호기심을 품고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면 좋겠어요.
오프 순간적으로 고미술이 뜬 건 맞아요. 우리나라는 워낙 유행에 민감하고 빨리 뜨거워졌다가 빨리 식는 나라잖아요. 저희 역할은 대중에게 최소한 '이런 게 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거예요. 그러면 어느 시점에 다시 성장하기 시작하거든요. 뭘 알아야 사고 말고 할 테니까요. 저도 아직 공부 중이지만 대부분 우리 것을 정말 몰라요. 소수의 대표 유물만 알 뿐이죠. 실제 역사에는 훨씬 다양한 미감과 디자인이 존재해요. 공산품 시대 이전에 양반 집안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거의 주문 제작했어요. 그럼 집집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죠.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조선공예전람회도록>이 있어요. 그걸 보면 깜짝 놀라요. 비사문천 청자 같은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팝아트 같은 그림도 있어요. 우리나라 고미술품 경매를 위해 조선총독부 후원으로 만들어진 1930년대 책인데, 포도밭에 사람들이 뛰노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얼굴이 돼지이고 그래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의 고미술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라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 또한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솟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문가로서 고미술에 관심 갖는 이들을 위한 조언과 요령을 청해 들었다.
Q 고미술 애호가로서 입문자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도 있나요?
로해 처음에는 지식이 부족해서 이따금 속는 경우도 있어요. 포기하고 돌아서는 분들도 많죠. 그래서 공부가 필요해요. 자주 만져보고, 봐야 하죠. 또 내가 물건이 좋아서 소유하는 개념보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귀한 가치를 알기 때문에 비싼 값을 치르고, 잘 보관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다음 세대에 잘 넘겨줘야겠다는 마음이 필요해요. 그래야 의미 있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죠. 그냥 예뻐서 소장하는 건 고미술을 사는 의미가 바랜다고 느껴요. 답십리나 인사동 말고 장안평에서도 골동품을 만날 수 있고, 황학동 거리도 있어요. 황학동에는 고미술상이라기보다 고물상처럼 물건을 쌓아두고 파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왕가나 양반이 사용했던 것에도 관심이 있지만, 민중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어떤 삶을 영위했는지 관심이 많거든요. 그런 건 황학동 거리와 장안평에 더 많죠. 어느 정도 수집하다 보면 아주 오랜 시간 골동품을 수집한 분들도 만날 기회가 생겨요. 그런 분들과 지식을 공유하고, 배우면 더 좋죠.
가화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스스로 안목을 기르는 과정이 중요해요.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그 시대가 간직한 풍류와 미감을 조금씩 느낄 수 있습니다.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눈을 기르고, 어떤 물건이 좋은지 터득해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비로소 고미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돼요. 무엇보다 단순히 사진을 찍기 위해 소비하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배우며 수집의 즐거움과 문화의 깊이를 함께 느껴보았으면 합니다. 고미술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옛 조상에게서 이어져 내려오며 지금까지 사랑받아온 문화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다음 세대와 그 이후 세대까지 전해져야 할 소중한 유산이에요.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 자체는 반갑지만, 그 과정에서 오래된 문화재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처럼 가볍게 사용되거나 소모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도옥션 투자나 재테크 관점으로만 고미술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시장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물건이 지닌 아름다움과 시간의 깊이, 그것이 품고 있는 생활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해요. 그런 태도로 가까이할 때 비로소 안목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고미술을 오래 즐길 수 있는 힘도 생기죠. 처음부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좋은 전시를 보고, 믿을 만한 경매 프리뷰를 찾아가고, 작은 물건부터 직접 써보는 경험이 큰 공부가 됩니다. 고미술은 결국 책이나 사진만으로 완전히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익히면서 자기 취향을 만들어가는 세계입니다.
1990년대 즈음 등장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님을 몸소 실감하게 된다. 여러 골동 상점 대표, 고미술 애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건 고미술 유행은 아직 시작점에 있고, 여전히 지속 중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두손갤러리가 답십리 고미술 상가로 이전했고, 곧 리빙 편집숍 챕터원도 문을 열 계획이다. 감도 좋은, 한마디로 뭘 좀 아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건 고미술이 단순히 반짝 뜨는 유행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는 과정이 아닐까. 다만 시작점에 있는 이 문화를 어떻게 잘 보존하고 유지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애호가들의 말처럼 수집하기에 앞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 공부하고, 저마다 작은 박물관이 되어 우리 것을 소중히 다루다 보면 이 역사가 반짝반짝 빛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건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으로도 반가울 일이다.


Editor 김지수
Images 오프(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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