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ngth in Motion

아레나옴므플러스 2026. 3. 3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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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구조와 관능적인 움직임이 공존한 보테가 베네타 2026 겨울 컬렉션.

보테가 베네타의 초대장이 이끈 곳은 밀라노 중심부의 팔라초 산 페델레였다. 19세기 후반부터 극장으로 사랑받아온 이 역사적인 공간은 브랜드의 새로운 본사로 다시 태어났다. 육중한 석재와 단단한 골조가 뿜어내는 외관은 위압적일 만큼 압도적이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붉은 카펫 위에 줄지어 놓인 순백의 의자들. 그 자리에 앉는 순간 마치 패션쇼의 관객이 아니라 오페라 악단의 연주를 기다리는 청중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루이스 트로터의 두 번째 막이 올랐다. 런웨이는 하우스의 장인정신과 정체성을 루이스 트로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자리였다. 인트레치아토 위빙은 컬렉션 곳곳에서 등장하며 브랜드의 미학을 상징하는 언어로 기능했다. 가죽을 촘촘히 엮어 만든 패턴은 옷의 표면을 감각적으로 장식하는 동시에 실루엣을 단단히 지탱하며 보테가 베네타 특유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녀가 제시한 키워드는 '브루탈리즘과 관능성의 대화'. 장식을 배제하고 구조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브루탈리즘 건축처럼 쇼의 포문은 과장된 어깨와 견고한 실루엣, 그리고 볼드한 실버 주얼리를 두른 모델이 열었다. 그러나 강인하게 구축된 형태는 곧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반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소재의 대담한 변주도 인상적이었다. 실크와 니트를 겹쳐 퍼 같은 질감을 구현한 피스들은 모델의 걸음에 따라 유려하게 흔들리며 텍스처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 컬렉션의 중심에는 관습적인 성별의 경계를 흐리려는 루이스 트로터의 시도가 있었다. 남성복과 여성복이라는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오직 옷과 그것을 입는 사람 자체에 집중했다. 결국 이러한 태도는 성별을 넘어 세대의 장벽까지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보편적인 미적 가치를 선사했다. 드라마틱한 오페라 사운드와 함께 막을 내린 런웨이는 한 편의 공연에 가까웠다. 배역을 맡은 극단이 무대를 가로지르듯, 룩이 바뀔 때마다 짧은 연극의 장면이 전환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구조적인 강인함 속에서 피어난 부드러움, 그리고 정적인 견고함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연함. 팔라초 산 페델레에서 선보인 루이스 트로터의 우아한 이중주는 브랜드의 유산 위에 현대적인 감각과 절제된 미학을 차분히 쌓아 올린 결과물이었다. 

CREDIT INFO

Editor 홍서영
Cooperation 보테가 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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