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내부서 '금리 인상' 거론…이란 전쟁이 바꾼 셈법
굴스비 "인상 필요한 상황 상상 가능"
정책금리 3.5~3.75%, 중립 수준 근접
2월 일자리 9만개↓…인하 명분도 잔존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물가 압박이 커지면서 연준 안에서 금리 경로를 둘러싼 기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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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입장을 바꿨다. 그는 이란 전쟁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였다고 진단하며 3월 금리 동결 지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연준 이사회 다수 의견에 꾸준히 동조해온 리사 쿡 이사 역시 이란 전쟁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다시 연준의 지배적 위험이 됐다고 강조했다.
WSJ은 이 같은 흐름이 “미묘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금리 경로는 확고히 하향을 가리켰지만, 지난 한 주간 연준 관리들의 발언 기조가 일제히 매파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장기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투자자들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등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을 즉각 높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튜 루제티는 “이란 전쟁으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의 금리 동결·인상 기대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려 연준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긴축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 인하의 문턱이 높아진 또 다른 요인은 현행 정책금리가 이미 ‘중립금리(경기를 부양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금리 수준)’에 근접했다는 인식이다.
지난 2024년 9월 이후 연준은 정책금리를 6차례에 걸쳐 약 2%포인트 내려 현재 연 3.5~3.75%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 부의장 필립 제퍼슨은 최근의 금리 인하 조치들이 “정책금리를 대략적인 중립 범위 안에 놓았다”고 말했다. 리치먼드 연은 총재 토머스 바킨도 “연방기금금리가 중립 범위의 상단에 위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금리가 중립 수준에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하를 단행한다면 사실상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게 연준 내부의 시각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은 현재 약 3%로, 연준 목표치(2%)를 이달로 6년 연속 웃돌고 있다. 이란 전쟁은 휘발유·식품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려 이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인하 가능성 여전히 열려 있어
다만 금리 인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지난 2월 일자리는 9만개 이상 줄었고, 실업률은 4.4%로 상승했다.
나티시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호지는 “연초부터 경제에 큰 강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며 올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봤다. 중동 긴장이 완화돼 유가가 안정된다면 인플레이션이 재차 하락 궤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아직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점도 연준에 일부 안도감을 준다. 미시간대가 최근 발표한 3월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단기 기대는 소폭 올랐지만 장기 기대는 온건한 수준을 유지했다.
공식 전망인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금리 경로 예측 도표)는 3월 기준 연내 1회 추가 인하를 제시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는 “거짓된 확실성을 전달할 위험이 있다”며 단일한 금리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도 이달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평소보다도 더 전망치를 반신반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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