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무너질 듯 버틴다… 美 압박 속 다시 등장한 ‘카스트로 가문’

김효선 기자 2026. 3. 30. 12: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의 압박으로 붕괴 위기에 몰린 쿠바에서 오히려 카스트로 가문이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정권 교체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정권 붕괴 위기에 몰리자, 은둔하던 가문의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협상 전면에 등장했다.

NYT는 "그의 실용적 접근과 내부 인사라는 점, 그리고 '카스트로' 성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 미국 행정부가 선호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압박으로 붕괴 위기에 몰린 쿠바에서 오히려 카스트로 가문이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정권 교체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정권 붕괴 위기에 몰리자, 은둔하던 가문의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협상 전면에 등장했다. 미국 국무장관을 직접 상대하고 비밀 협상을 주도하는가 하면 체제 유지를 위한 시장 개방 카드까지 직접 꺼내 들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왼쪽)이 오스카르 페레스 올리브 프라가(54) 부총리와 함께 리본을 커팅하고 있다. /AP

이번 위기의 핵심은 에너지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쿠바로의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면서 쿠바 전역이 연료 부족에 빠졌다. 경제는 급격히 위축됐고, 식량·생필품 부족까지 겹치며 사회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체제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한 연설에서 “나는 미국의 군사력을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가끔은 써야 할 때도 있다. 어쨌거나 다음은 쿠바(Cuba is next)”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지금의 지도부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사실상 권력 교체 필요성을 시사했다.

겉으로는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실권은 여전히 라울 카스트로(94) 전 의장에게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집권한 뒤 물러났지만, 군과 국영 기업을 통해 실질적 영향력을 유지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대미 협상을 이끄는 인물을 ‘혁명의 역사적 지도자’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라울 카스트로를 가리킨다.

가문 인사들도 전면에 나섰다. NYT는 라울의 손자인 라울 기예므로 로드리게스 카스트로(41)가 위기 상황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라울리토’라고 불리는 그는 최근 세인트키츠 네비스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측과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라울의 경호팀 일원이었던 그는 현재는 라울의 개인 보좌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에는 국영 텔레비전에 최고위 인사들과 함께 등장해 협상 전면에 나선 모습이 공개됐다.

라울의 외아들인 알레한드로 카스트로 에스핀(60)도 미국과의 협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4년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로, 한동안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다시 등장했다.

새로운 얼굴도 부상하고 있다. NYT는 오스카르 페레스 올리브 프라가(54) 부총리가 갑작스럽게 부상하는 또 다른 가문 인사라고 평가했다. 가문의 인척인 그는 최근 쿠바 망명객들에게 본국 기업 투자를 허용하는, 1959년 혁명 이후 가장 파격적인 개방 정책을 발표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를 ‘쿠바판 델시 로드리게스’로 주목하고 있다. ‘카스트로’라는 성을 쓰지 않으면서 국제 비즈니스 생리에 밝은 그가 미국의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며 체제 안정을 꾀할 얼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NYT는 “그의 실용적 접근과 내부 인사라는 점, 그리고 ‘카스트로’ 성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 미국 행정부가 선호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카스트로 가문의 결속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쿠바는 장기간 숙청과 정보 통제를 거치며 엘리트 집단의 내부 분열이 거의 없는 구조다. 리카르도 수니가 전 미국 정부 관리는 쿠바에는 베네수엘라처럼 대안 세력이 없다”며 “체제를 유지한 채 권력 구조만 조정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위스콘신대 역사학자 안드레스 페르티에라도 “겉으로는 탈(脫)카스트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권력은 여전히 가문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쿠바는 변하는 듯 보이지만 권력의 중심은 이동하지 않고 있다. 카스트로 가문의 종말이 아니라 권력의 형태가 바뀌고 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