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움직이는 美기독교 복음주의마저…"이란전 이후 균열"

방성훈 2026. 3. 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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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56조원 경제력 보유한 트럼프 핵심 지지기반
이스라엘 수호 사명 삼아 초기엔 이란전 지지
트럼프 책임회피 논란후 내부 비판 확산…분열 조짐
트럼프, 돌연 유명 복음주의 목사 서신 SNS 공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기독교 복음주의 신자들 사이에서도 이란 전쟁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명한 복음주의 목사에게 받은 오래된 서신을 꺼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전날인 일요일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대형 교회에서 젠슨 프랭클린 목사는 1000명이 넘는 신자들에게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우리를 도우소서”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지난 5일 백악관에서 대통령을 위해 기도를 올린 인물 중 한 명이다.

앞서 미국이 이란 공격을 단행한 직후인 지난 5일 백악관에는 기독교 복음주의 목사 20여명이 모였다. 당시 목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목사들은 손을 뻗어 “미군에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이라며 이란 공격의 성공을 기원했다.

닛케이는 “미국의 중동 정책을 이해하려면 독자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미국의 복음주의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테스탄트 계열인 미국 기독교 복음주의는 미국 성인의 23%를 차지하는 거대 세력이다. 4명 중 1명은 이 종교를 믿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 특징으론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절대시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할 땅인 이스라엘을 수호하는 것을 핵심 사명으로 삼는다. 미 정부가 이스라엘을 중시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복음주의 종교적 역사관에 있다. 이란 공격을 강력히 지지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역시 열렬한 복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복음주의의 또 다른 특징은 막대한 헌금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이다. 프랭클린 목사가 이끄는 ‘프리채플’은 3000명을 수용하는 대형 교회로 6개의 분원을 두고 있다. 복음주의는 TV와 인터넷을 통해 설교를 전국에 송출하며, 전미 2000개 단체의 연간 수입은 37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자금력은 정치 로비력으로 직결된다. 복음주의는 1980년 이후 전통적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자리잡아 레이건 대통령의 압도적 당선 등에 기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음주의를 끌어안아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낙태에 반대하는 복음주의와 보조를 맞추고 연방대법원에 보수 성향 판사를 지명하겠다고 공약했다. 2016년 선거에서는 백인 복음주의의 80%로부터 표를 얻어 경합주인 중서부에서 역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으로 복음주의에 보답했다. 예수 재림의 땅으로 여겨지는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고, 연방대법원에 보수 성향 판사 3명을 임명해 반세기 전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판결을 뒤집었다. 이스라엘과 대립 관계인 이란에 대한 강경 노선 역시 복음주의와 트럼프 행정부의 밀월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란과의 전쟁이 복음주의 내부의 결속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오판’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23일 헤그세스 장관을 향해 “피트, 네가 제일 먼저 ‘해봅시다’라고 나섰잖아”라며 이란 공격의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전언이다.

이를 방증하듯 수도인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의 ‘매클린 바이블’ 교회에서는 전날 예배 참석자들이 “교회에 정치를 끌어들여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회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예배에 참석한 곳으로 유명한 곳인 데도, 목사도 신자도 이란 공격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복음주의 내부적으로 세대 교체와 맞물려 리버럴(자유주의) 및 온건 성향 신자가 늘고 있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신자 비중이 확대하면서 이란에 대한 선제 공격이 복음주의가 용인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달 초 미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 신자들의 이란 정책 지지율은 68%로, 공화당 지지자 전체(79%)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복음주의 이외의 기독교 교단들은 애초부터 이란 공격에 반대 입장이었다. 주류 프로테스탄트 교단인 미국장로교회는 “폭탄은 민주주의를 만들지 못한다”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가톨릭 주교회의도 무력이 아닌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역시 복음주의 지지층의 비판을 의식한듯, 이날 돌연 트루스소셜을 통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유명한 복음주의 목사인 프랭클린 그레이엄이 지난해 10월 15일 자신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한국에서 대규모 복음 집회를 이끌었던 고(故)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이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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