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답찾고, KPI 전면 쇄신…진화하는 생산적금융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시중은행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생산적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이해도 제고를 위해 대출 심사 인력들을 은행이 아닌 산업현장으로 파견하는가 하면, 비수도권의 지역특화 생산적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핵심성과지표(KPI)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위험성이 따르는 첨단산업 및 벤처투자 등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모습이다.

주요 은행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생산적금융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첨단전략산업 현장으로 자사 대출심사인력들을 단체 연수하는 시간을 가졌다. 급작스러운 정부의 생산적금융 확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단순 금융지원을 펼치기 보다, 심사인력들이 산업 현장을 찾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함으로써 대규모 지원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은 올해 1월부터 여신심사, 리스크, 기업금융 전문 인력 등 본부부서와 영업점 직원들이 함께 팀을 꾸려 움직이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에는 생산적 금융 투융자 전담 심사역과 기업금융전문역(RM) 20여명이 제주도 일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직접 방문해 개발·건설·운영 등 사업 전 과정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앞으로도 피지컬 AI·로봇·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현장답사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역특화 생산적금융 확대의 일환으로 서남권·동남권 특화 거점 '신한SOL클러스터'을 구축했다. 서남권에는 광주를 중심으로 AI 및 융합특화산업 지원을 위한 '광주 AI 특화 클러스터'를, 동남권에는 부산을 거점으로 조선·방산 밸류체인 지원을 위한 '부산 함정 MRO 클러스터'를 각각 설치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지역 산업 특성에 맞춘 심사·영업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기업의 자금 수요에 맞춘 여신 지원 방안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주사인 신한금융그룹은 이날 진옥동 회장의 의중에 따라 '선구안 팀'을 출범시켰다. '선구안 맵-성장성 신용평가-선구안 팀'으로 이어지는 독자 실행 체계를 구축한 것인데, 산업별 밸류체인 기반 영업 체계를 전담하게 된다. '선구안 맵'으로 유망 기업 및 협력 네트워크를 식별하고, '기업 성장성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기술력·사업성을 종합 평가한다. 이후 '선구안 팀'이 전략영업(RM)·심사·산업분석 기능 통합·실행 등을 맡는 구조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6일 강태영 행장 주재로 '생산적금융 추진 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 논의에 따라 농협은행은 전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방 균형발전을 지원하고, 반도체·AI·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 밸류체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확대하고, 농식품 및 애그테크 분야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모험자본 투자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농협은행은 자체 발간한 '생산적·포용적 금융 가이드북'을 현장 실무에 반영하기 위해 전국 지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역별 집합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보는 'KPI 개편'이다.
KB국민은행은 생산적금융 관련 별도 지표를 신설하고, 영업점 수익성과 성장성 평가 전반에 우대 기준을 반영했다.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산업별 분류 기준을 재편하고, 이를 은행의 KPI, 여신 심사 기준, 금리 결정 등에 반영하는 게 핵심이다.
신한금융은 '그룹 생산적금융 추진위원회'를 통해 생산적금융 이행 목표와 성과를 주요 그룹사의 전략과제 및 KPI에 반영하고, 그룹 CEO를 비롯한 지주회사 및 주요 자회사의 경영진 평가와도 연계해 실행력을 제고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KPI 항목을 개편해 하나금융연구소가 선정한 '코어(Core) 첨단산업' 업종에 기업대출 신규 공급 시 실적 가중치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