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요불급 예산, 고강도 감축…AI·녹색 전환 등에 ‘선택과 집중’

김미영 2026. 3. 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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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지출 구조조정 추진안 발표
재량지출 감축, 10→15%로 올려…의무지출, 사상 처음 10%↓
‘필수 소요’ 제외…부처별 작년사업평가해 ‘감액·폐지’
국회 통과 필수인데…제도개선 전제로 실적 산정 ‘한계’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예산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의무지출에 대대적인 칼질이 예고됐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 재량지출 15%에 더해 의무지출도 10% 감축하겠다는 초강수를 둬서다.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재원을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 사업들에 쏟겠단 구상이나,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부의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 ‘지출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보면 정부는 내년 예산 편성 때에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로 감축 목표로 설정했다. 정부가 의무지출 감축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부터 10% 선을 유지해온 재량지출 감축 목표도 상향됐다.

의무지출이란 법령 등에 의해 국가의 지출의무가 명시된 경직성 예산이다. 정부의 총지출에서 재량지출을 뺀 나머지다. 지방교부금(세)을 비롯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의료·생계·구직·퇴직급여 지원 등의 사업을 가리킨다. 의무지출은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재량지출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23년 이후 줄곧 정부 총지출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재량지출 가운데 27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는데, 내년 예산 편성 때엔 의무지출에도 메스를 들이대면서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처럼 고강도 지출 다이어트에 나서는 이유는 산업경쟁력 제고, 저출생 대응, 탄소전환, 양극화 해소, 지역소멸 위기 극복 등 이른바 ‘5대 구조개혁’에 투입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기존 지출 사업들을 모두 원점에서 전면재검토해 저성과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고, 절감액을 핵심과제에 재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획예산처는 각 정부부처의 지난해 사업 성과평가를 진행 중이다. 4월 말~5월 초까지 부처별 사업들을 △정상 △제도개선 △감액·폐지 △통합 등 4단계로 평가해 ‘감액’ 사업 예산은 전년보다 10%이상 깎고, ‘폐지’ 사업엔 예산을 주지 않을 방침이다.

(이미지=국회예산정책처)
그러나 전례 없는 의무지출 감축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복지 수요가 폭증하는데다, 지방주도성장을 앞세운 정부 기조상 지방교부세(금)를 줄이기도 쉽지 않은 등 녹록치 않은 여건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정부 총지출은 연평균 4.6% 증가한 데 비해 의무지출 예산은 6.3% 불어났다. 재량지출 연평균 증가율(2.8%)도 크게 웃돈다. 올해의 경우 예산 727조 9000억원 가운데 의무지출은 387조 7000억원, 재량지출은 340조 2000억원이다.

정부는 다만 의무지출의 경우, 각 부처로부터 구체적인 제도개선과 입법조치 계획을 받겠단 방침이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들이 대부분이나, 이를 정부 감축 실적에 포함하겠단 것이다. 이를 통해 제도개선 전과 후의 차이를 의무지출 감축 실적으로 추계하기로 했다.

또한 재량·의무지출 감축에 있어 ‘필수 소요’는 제외하겠단 입장이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인건비를 포함해 반드시 필요한 예산을 줄일 방법은 없다”며 “목표치의 모수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즉, 올해 기준으로 따지면 의무지출 387조 7000억원의 10%인 39조원가량을 일괄 감축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란 얘기다. 다만 여기서 ‘필수 소요’를 걷어내고 나면, 실제 ‘10% 삭감’의 모수가 되는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예산은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이 온전히 녹아드는 첫 번째 예산인 만큼, 관성적인 중복 사업을 정리해 효율적인 곳으로 재원을 보내는 의미 있는 출발이 돼야 한다”면서도 “의무지출은 입법을 통해 연금 수령액이나 수령 시기 등을 조정해야 하는데, 10%라는 목표치를 맞추려면 상당히 큰 폭의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일률적인 비율 삭감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연구개발(R&D) 예산을 무리하게 줄였다가 연구 현장이 초토화된 선례가 있다”며 “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기초연금 등 의무지출을 구체적 근거 없이 구조조정하면 사회적 약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마른 수건 짜기’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미영 (bomna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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