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형사 콤비 ‘클리셰’… 말맛 더해 달라진 ‘클래스’[더 리뷰]

이민경 기자 2026. 3. 30. 09: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시나리오는 일단 무조건 빨리 써요. 초고는 약간 습관적이죠. 담배 피우면서 고민을 시작해요. 포인트를 주듯이 인물 설정에 하나씩 '꺾기'를 추가하죠. '끝장수사'에서도 직관적으로, 감으로 꺾어봤습니다."

내달 2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철환 감독은 입체적인 인물 캐릭터들이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이야기의 풍미를 살려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더 리뷰 - ‘끝장수사’ 내달 2일 개봉
눈치 100단 베테랑 시골형사와
재벌출신 FM 신입경찰의 만남
배성우 음주 탓 7년 만에 개봉
사람냄새나는 디테일 연기 압권
배성우(왼쪽 위, 시계방향으로)가 정가람, 이솜, 조한철 등과 함께 출연한 영화 ‘끝장수사’는 2019년에 촬영을 마쳤으나, 배성우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7년 만에 개봉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래픽=권호영기자

“시나리오는 일단 무조건 빨리 써요. 초고는 약간 습관적이죠. 담배 피우면서 고민을 시작해요. 포인트를 주듯이 인물 설정에 하나씩 ‘꺾기’를 추가하죠. ‘끝장수사’에서도 직관적으로, 감으로 꺾어봤습니다.”

익숙한 한국형 수사물에, 7년 만에 개봉하는 ‘창고영화’라는 점으로 인해 영화 ‘끝장수사’는 과연 새로운 것이 있을까, 기대보다 의구심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나니, 익숙한 맛이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의외의 반전을 주는 ‘킥’(Kick·셰프가 주는 강렬한 한방)도 종종 있다.

내달 2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철환 감독은 입체적인 인물 캐릭터들이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이야기의 풍미를 살려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실력과 열정은 한 가득이지만 유독 관운이 없는 시골형사 재혁(배성우)과 장난삼아 본 경찰시험에 합격한 재벌가 자제 신입 중호(정가람)가 팀을 이뤄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후줄근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재혁이 수사에서는 천재적인 감을 보유하고 있고, 날라리 중호가 은근 FM(교범)의 착실한 직업정신을 가지고 있다. 이에 둘의 호흡은 초반 혐오로 시작해 최고의 버디가 되는 성장 서사를 따른다.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꺾기’가 추가됐다. 시골 지청에서 근무하는 검사 강미주(이솜)는 일견 프로페셔널하지만, 잘생긴 남자에게 사족을 못 쓰는 푼수의 면모를 숨기고 있고 재혁과 기싸움을 벌이는 서울 강남서 오민호(조한철) 과장은 비열해 보이는 인상 뒤에 휴머니스트의 심장을 간직하고 있다.

용의자 조동오(윤경호)는 ‘반전의 반전’을 꾀한다. 최근 윤경호가 유쾌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 다가온 탓에, 비릿하고 잔혹한 용의자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울 때마다 깜짝 놀라게 된다.

수없이 봐왔던 클리셰 장면도, ‘말맛’을 제대로 살리는 배우들이 붙으면 킬링파트가 된다. 경찰 내 진골인 오 과장과 저 밑의 3두품쯤 되는 재혁이 누가 더 임관 선배인지를 떠보는 일명 ‘족보 캐기’ 장면은 관객에게 대리 수치심을 느끼게 할 정도로 현실감이 있다. 배성우는 “저는 실제로 선배고 후배고를 잘 따지는 성격은 아닌데,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며 “한철 씨 하고도 연기하면서 서로 점점 몰입해서 급기야 진심으로 ‘어쭈, 요것 봐라?’가 됐다. 즐겁게 연기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클래식한 장면이고, 제가 특별한 디렉션을 주지 않았는데도 배우들이 아주 합이 잘 맞아서 만들어낸 명장면”이라며 “이런 게 영화 찍으면서 느끼는 묘미”라고 말했다.

한편, 배성우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개봉이 7년 밀리면서 박 감독은 50대 중반에야 장편 데뷔신고를 하게 됐다. 그는 그럼에도 배성우를 원망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말 훌륭한 배우예요. 저는 한국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은 사람 냄새가 풍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대로 그 계보가 최민식, 송강호, 김윤석 등으로 내려왔죠. 장르물이더라도 현실 세계의 디테일과 친밀감을 살려야 하는데, 저는 그걸 배성우를 통해서 덧씌울 수 있었습니다.”

이민경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