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박철우 감독대행이 좋은 감독 재목임을 알 수 있는 한마디 “플레이오프 1,2차전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남정훈 2026. 3. 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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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남정훈 기자]좋은 감독이란 무엇일까. 전술과 전략만 잘 짠다고 좋은 감독이 될 순 없다. 카리스마든 소통 능력을 통해 팀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덴 능해도 전술이나 전략이 약하고, 급박한 상황대처가 약해도 좋은 감독은 아니다. 좋은 감독이 딱 이것이라고 정의하긴 어렵다.

다만 가장 나쁜 감독은 정의내리기 쉽다. 승리를 자신의 공으로, 패배를 선수 탓으로 돌리는 감독. 반대로 승리는 선수들의 공으로 돌리고, 패배를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는 감독은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녔다고 봐야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스탠스를 갖췄으니까.

배구팬들은 2025~2026 V리그 중반부터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는 재목을 지닌 한 지도자의 성장 스토리를 직접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단 재능의 총합은 리그 정상급이지만, 이를 한데 묶어내지 못한 파에스(브라질) 감독이 경질된 뒤 우리카드의 수장 역할을 맡아 극적인 봄 배구 행을 이끈 박철우 감독대행 얘기다.

박철우 감독대행의 봄 배구 여정이 플레이오프에서 끝났다. 가장 높은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누구도 실패라고 할 순 없다. 전임 파에스 감독이 물려준 유산이 6승12패, 6위였다. 그런 팀을 맡은 박 대행은 자칫 안이해질 수 있는 주전들에겐 적당한 긴장감을, 향상심이 떨어질 수 있는 백업들에겐 기회가 열려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강한 동기부여를 해주며 선수단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했고, 선수단을 하나로 뭉쳐냈다. 여기에 기본기를 강조하는 배구로 선수단 재능을 폭발시키며 정규리그 18경기에서 14승4패, 승률 78%, 이른바 ‘박철우 매직’을 일으키며 봄 배구 막차 티켓을 따냈다. 준플레이오프도 거침없이 뚫어냈지만, 플레이오프는 딱 한 끗이 부족했다.
우리카드는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2-3(25-22, 25-22, 18-25, 39-41, 12-15)으로 패해 2전 전패로 탈락했다. 1차전에서도 첫 두 세트를 따낸 뒤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며 역전패했던 우리카드는 이날도 1차전과 마찬가지로 ‘리버스 스윕’을 당하고 말았다.

1,2세트를 선취하며 다 이겨놓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전 4세트는 세트 중후반까지 20-15로 앞서다 상대 토종 에이스 허수봉의 ‘서브쇼’에 당하며 듀스를 허용했고, 39-39까지 서로 연속 득점을 허용하지 않다가 박진우의 허무한 서브 범실에 이어 레오에게 오픈 공격을 얻어맞고 세트를 내줬다. 41-39는 V리그 포스트시즌 한 세트 최다득점 타이기록이었다. 이 치열했던 듀스를 우리카드가 잡았다면 플레이오프 승부는 3차전 천안까지 끌고 갈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 뒤 패장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박철우 대행은 “플레이오프 1,2차전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자책한 뒤 “제가 좀 더 중심을 잡아주고,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만들어줬어야 했다. 선수들은 지금까지 너무 잘 싸워줬다. 좋은 선수들과 시즌을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라고 선수들을 감쌌다. 좋은 감독의 전형을 보여준 패장의 첫 일성이었다.

4세트 듀스 상황에 대해 묻자 박 대행은 “선수 때보다 침이 더 마르더라. 현역 땐 제가 직접 하면 되니까 편하다면, 감독 자리에 있어보니 밖에서 그저 지켜봐야하니 우리 선수들을 믿고 지켜봤다”라면서 “그래도 우리 팀이 시즌 초중반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길게 끌고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성인배구 데뷔 팀이자 생애 첫 지도자로서 패배를 안긴 현대캐피탈에 대한 축하도 잊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 팀다웠다. 좋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현대캐피탈은 충분히 이길 자격이 있었다”

이변이 없다면 내년 시즌 박철우 이름 석자 뒤에는 ‘대행’이라는 두 글자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감독대행으로 보여준 성과가 뛰어났다. 어떤 팀을 만들고 싶냐고 묻자 박 대행은 “사인을 해봐야 아는거죠”라고 웃은 뒤 “아직 모르겠다. 다음 일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저 인터뷰를 마치고 선수들과의 미팅 때 ‘자랑스럽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해서 기쁘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간 마음도 힘들고, 고생도 많었던 우리 선수들이 믿고 따라와준 게 너무 감사할 뿐이다. 결과는 아쉽지만, 과정은 너무 행복했다”라고 답했다.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워준 홈팬들에게도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이날 장충체육관은 3510명이 들어차 매진됐다. “오늘 저희 우리카드 팬 여러분께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팬들 덕분에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V리그 다른 어떤 팀의 팬들보다도 최고의 팬들이다. 선수들이 우리 팬들의 함성과 응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던 박 대행이 남긴 한 마디. “어우, 시원하네요” 그랬다. 박 대행과 우리카드의 봄 배구는 짧았지만, 누구보다 강렬했다.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기엔 충분했던 퍼포먼스였다.

장충=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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