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연료로서의 에너지, 원료로서의 에너지 (상)
천정부지의 원유 가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배럴당 최고 169.75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의 가격은 27일 배럴당 112.14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만, 여전히 전쟁 이전의 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거듭하며 같은 날 기준 각각 배럴당 112.57달러, 99.64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갔죠.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상승 압박은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최대 희생양'이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Top 5는 지난해 기준, 중국(6,652만톤)-일본(6,634만톤)-한국(4,813만톤)-인도(2,491만톤)-대만(2,381만톤)이었습니다. 일본을 제외하곤, 최근 5년간 꾸준한 수입 감소세를 기록한 나라는 없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되려 꾸준한 수입 증가를 기록중이고요.

이러한 우리의 처지는 하루하루 이뤄지는 전력공급의 구성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2026년 3월 26일 목요일, 그리고 1년 전인 2025년 3월 26일 수요일, 우리나라의 전력수요는 거의 비슷했습니다. 두 날짜 모두 평일이었고,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서울 기준 2026년 3월 26일의 평균기온은 12.1℃낮, 최고기온은 19.5℃로, 1년 전 그날의 일 평균기온은 15.5℃, 낮 최고기온 23.9℃ 보다 좀 더 선선했고요.
2025년 3월 26일, 한낮 태양광의 발전비중은 최고 35.7%를 기록했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최대 24.4GW에 달하는 출력을 냈죠. 1년새 발전설비가 더욱 확대되면서 2026년 3월 26일, 한낮 태양광 발전비중은 최고 41.4%를 기록했습니다. 최대 출력은 28.5GW로 17% 높아졌고요. 오전 10시 5분부터 오후 3시 50분에 이르기까지, 장장 5시간 45분동안 태양광은 전체 발전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 발전원이었습니다.

이는 원전 출력의 일시적 감소와 가스화력 출력 상승에 대한 제한으로 빚어진 결과입니다. 전국의 원자로 26기 가운데 정상 운전중인 원자로는 16기에 그쳤습니다. 그로 인해 전년 동기(평균 23.1GW) 대비 20% 낮은 18.5GW의 평균 출력을 내며 이날 발전비중 28.6%를 기록했죠. 계획예방정비로 정지중인 원자로가 7기(한울 3·5호기, 월성 2·3·4호기, 한빛 1·6호기)에 달하고, 고리 2·3·4호기는 계속운전을 위해 가동을 멈춘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가스화력발전도 2026년 3월 26일 기준, 최대 출력이 27.2GW에 그쳤습니다. 일평균 발전비중도 29.7%로, 전년 동기(일평균 34.8%) 대비 5%포인트가량 낮았습니다. 줄어든 원전 출력으로 생긴 4.6GW의 공백을 가스화력발전으로 막기엔 경제급전의 원칙에 따라서도, 앞으로 어떤 앞날이 찾아올지 모를 화석연료 공급망의 불확실성에 비추어 봤을 때에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 공백을 메운 발전원이 석탄화력이었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화석연료 공급의 위기는 그저 전기요금이나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값에만 영향을 미치는 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모든 석유 및 관련 제품은 9억 3,157.5만배럴.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납사(4억 3,460.7만배럴)로, 전체 소비에 있어 46.7%를 차지했습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비닐봉투를 비롯해 각종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원료물질'인 것이죠. 에너지원을 '비 에너지용(用)'으로 쓰는데, 그것이 석유의 주된 쓰임인 셈입니다.
다음으로 많이 소비된 것은 경유(1억 4,516.9만배럴, 15.6%)였고, LPG(1억 3,085.6만배럴, 14.1%)가 뒤를 이었습니다. '유가'하면 흔히 '휘발유값'을 떠올리지만, 실제 휘발유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한 비중은 10.4%(9,668.9만배럴)에 그쳤고요. 또, 민간LNG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직수입한 LNG 1,244만톤 가운데 발전용이 59%(739만톤), 산업용이 41%(505만톤)이었고,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판매한 3,451.3만톤의 천연가스 가운데 발전용은 44.9%(1,550.5만톤), 그 외 도시가스용은 55.1%(1,900.8만톤)였죠. 도시가스용은 세부적으로 난방용(840.8만톤), 산업용(585.6만톤), 일반용(176.6만톤) 외에 수송용(64.2만톤), 냉난방 공조용(56.2만톤) 등으로 쓰였습니다.

각 단계별로 살펴보면, 첫 에너지원 도입 단계에서 원유 및 정제원료나 석유제품, LNG, 유연탄, 우라늄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수입한 원유 및 정제원료 9,560만배럴의 70.7%는 중동산이었습니다. 석유제품 수입량 3,560만배럴의 대부분도 중동을 포함한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산이었죠. 반면, LNG는, 지난 주 연재에서도 설명드린 것처럼, 호주와 카타르, 미국 등 상대적으로 수입원의 다변화가 어느 정도 진전을 보였습니다. 한편, 유연탄과 무연탄, 그리고 우라늄의 수입에 있어선 러시아의 의존이 상당합니다. 수력, 신재생 등은 당연히 '국내 생산 에너지원'이고요.
이렇게 우리나라에 공급된 전체 일차에너지는 3,030만toe로, 그 구성을 보면 Oil & Gas가 61%에 달합니다. 이어 석탄이 22.1%(유연탄 등 22.1%, 무연탄 0.5%), 원자력 10.3%, 신재생 6.2%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렇게 공급된 일차에너지는 일부 '바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를 석유제품으로도, 도시가스로도, 전기로도 바꾸게 됩니다. 1월 기준, 전체 5만 5,149GWh의 발전량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LNG(31.3%)였습니다. 이어 석탄(30.5%)이 바짝 뒤를 쫓았고, 원자력은 26.6%, 신재생 등은 11.4%(양수 등 포함시)의 비중을 보였습니다.
전환 과정을 거친 석유제품이나 도시가스, 열, 전기 등은 이제 최종적으로 우리들에 의해 소비됩니다. 전기의 경우, 전체 발전량의 절반 가량인 46%가 산업부문에서 쓰이고, 이어 상업 및 공공부문이 37.4%, 우리들의 가정에서 15%, 그리고 수송부문에서 1.5%가 사용되죠. 전기 외의 가공된 화석연료와 열 등 그 외 모든 에너지(원)의 55.3%는 산업부문에서 사용됩니다. 산업부문이 소비하는 에너지원 가운데 납사(비 에너지 이용)의 비중이 18.7%에 달하고요. 산업부문 다음으로 이 종류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부문은 가정(17.6%)입니다. 그리고 내연기관 자동차나 선박, 항공기 등이 14.2%를 소비하고, 상업 및 공공부문에서 12.9%를 소비하죠.

1970년대 1차 오일쇼크, 1980년대 2차 오일쇼크, 그리고 1990년대 걸프전쟁을 겪으며 인류의 석유 수요 증가세는 계속해서 꺾여왔습니다. 대신 우린 그 때마다 이를 대체할 에너지를 찾아왔고요. 오일쇼크를 계기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고자 했던 노력은 원전의 확대로 이어졌고, 걸프전쟁 이후엔 재생에너지 발전기술의 효율을 높이려는 R&D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OECD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40%를 육박하게 됐고, 전기화 노력의 일환으로 당장 전 세계 신차 판매의 22%는 BEV(Battery Electric Vehicle, 배터리전기차)가 차지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이번 네 번째 중동산 화석연료 수급 위기는 에너지 논의의 확장으로도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플라스틱 정책을 넘어, 추가적인 해외 원료 수입 없이도 국내에서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는 '산업적 측면의' 순환경제 정책이 자리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섯 번째, 혹은 그 이후의 수급 위기에서도 또 다시 '종량제 봉투 사재기'라는 웃픈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저 전 세계 차원의 납사 기반 신제품 수요의 감소를 바라보기만 하는, 그래서 과거 한국 경제성장의 핵심이었던 석유화학산업단지가 러스트 벨트로 변해가는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에너지'원(原)'의 전환을 넘어, 피드스톡으로서의 화석연료에 대해서도 궁극적인 에너지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고민과, 그 고민에 따른 정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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