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비트코인 과세 논란…"스테이블코인에만 소액 면세"

이정훈 2026. 3. 3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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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디지털자산 과세수익법(패리티액트)` 논의 초안 첫 공개
"200달러 미만 스테이블코인 거래에 소액 면세"…일상결제 지원
비트코인 소액 면세 배제…비트코인 채굴·스테이킹도 稅유예 제외
디지털자산업계 강력 반발 "과세 불공평, 관련 산업 美 떠날 수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국 내에서 내년부터 시행될 디지털자산에 대한 소득세 과세가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새로 공개된 디지털자산 과세 관련 법안 초안이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일상 결제 지원을 위해 200달러(원화 약 30만원) 미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에 대해 소액 면세를 적용하는 혜택을 주는 반면 비트코인에 대해선 이를 배제했다. 또 채굴과 스테이킹에 대해서도 비트코인이 세금 유예 대상에서 빠지면서 관련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하원의원인 맥스 밀러와 스티븐 호스퍼드는 29일(현지시간) 자신들이 대표 발의할 ‘디지털자산 보호·책임·규제·혁신·과세·수익법’, 약칭 ‘디지털자산 패리티법(Digital Asset PARITY Act)’의 논의 초안(discussion draft)을 공개했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세법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1986년 미국 내국세법(Internal Revenue Code of 1986) 이후 첫 개정 작업이다. 핵심은 소액 스테이블코인 거래에 대한 제한적 세금 면제 조항을 신설하고, 스테이킹 소득의 과세 방식을 바꾸는 내용이다.

이 패리티법 초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취득원가(cost basis), 즉 투자자가 지불한 금액이 1달러 또는 0.01달러에서 1% 이내 범위에 머무는 경우 해당 스테이블코인에는 자본이득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규제 대상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취득하거나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 비용은 투자자의 취득원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요건 하에서 200달러 미만 거래에 사용되는 미국 내 규제 대상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에 따른 차익 또는 손실을 인식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해당 거래에 대해 세금을 물거나 소득을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연간 총 면세 한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패리티법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소액 거래에 대한 부담을 줄여 스테이블코인 이용자들이 세금 규정을 보다 쉽게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는 디지털자산의 현실에 맞게 세제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입법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사용 방식이 크게 바뀔 수 있으며 일상적인 거래에서 행정적 장벽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타 디지털자산이 이 같은 소액 면세 혜택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엔 비트코인으로 소액의 결제를 하더라도 매번 취득원가 대비 (결제 시점에서의) 차익을 계산해서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는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親) 비트코인 성향 싱크탱크인 비트코인정책연구소(BPI)는 “이 법안이 형평성(parity)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고 있다”며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면 여전히 자본이득 계산을 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이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 성숙하려면 소액 면세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패리티법 초안에선 대출(lending), 스테이킹(staking), 지분증명(PoS) 네트워크의 수동적 검증자(passive validator)로서의 채굴에서 발생한 소득을 수령인의 연간 총소득(gross income)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이 금액은 ‘공정시장가치(fair market value)’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는 대출과 스테이킹, PoS 채굴 수익에 대해 즉각적인 세금 부담을 유예하는 것이다. 기존엔 보상 수령 시점의 디지털자산 가치로 과세해 가격 변동으로 손실이 나도 세금은 먼저 내야 하는 이른바 ‘유령소득’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도 BPI는 패리티법의 스테이킹 유예 조항이 불균형하고 기술 편향적인 세제를 만들며, 비트코인과 같은 작업증명(PoW) 네트워크를 불리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BPI는 “이 초안이 과거 채굴자와 스테이커 모두 입법적 구제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던 유령소득 문제를 계속 남겨두고 있으면서도 그 해결책은 스테이커에게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PI는 이 같은 불균형을 ‘이중적 세금 체계(two-tier tax regime)’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에만 한정되지 않는 보다 폭넓은 소액 면세 규정을 복원하고, 과세 유예 선택권을 모든 블록 보상 수령자, 즉 스테이커뿐 아니라 채굴자에게도 확대하거나, 최소한 채굴을 명시적으로 구제 대상에 포함할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PoW 기반 시스템에 불이익을 주고 혁신을 해외로 내몰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법안을 둘러싸고 디지털자산업계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단일된 목소리로 의회를 압박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디지털자산 옹호 단체인 디지털 챔버(Digital Chamber)는 패리티법에 즉각 환영 입장을 보였다. 코디 카본 디지털 챔버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자산 과세 기준의 명확성이 있어야만 관련 기업활동들을 완전히 미국 내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며 신속한 법안 처리를 당부했다. 다만 비트코인 진영의 반발을 의식한 듯 “비트코인에도 소액 면세가 필요하며 법안에 포함되도록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아직 논의 초안일 뿐 최종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피에르 로샤르 더비트코인본드컴퍼니(The Bitcoin Bond Company) CEO와 같은 일부 업계 인사들은 이 초안이 소액 면세 조항을 스테이블코인에만 적용하고 비트코인에는 적용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로샤르 CEO는 “스테이블코인만이 아니라 비트코인에도 이런 면세 혜택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되거나 무허가(permissionless) 방식의 자산이 아니며 단지 법정통화의 표현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자산 진영에서의 물밑 로비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비트코인 인플루언서들은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비트코인 소액 면세 도입에 반대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 경영진은 이를 부인했다. 이 논쟁은 잭 도시(Jack Dorsey)까지 가세해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에게 직접 해명을 요구할 정도로 확산됐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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