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에서도 질 것 같으면 안 싸우는 한국, 월드컵에서 강호를 이길 수 있나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최근 강팀을 만나면 일정한 패턴을 반복했다. 초반 탐색 및 도전, 이른 실점, 그리고 또 실점, 이후 사실상 경기 포기.
지난 28일 영국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전 0-4 패배도 그랬다. 전반 초반에는 그런대로 코트디부아르와 맞섰지만 전반 중반부터 내려앉더니 2실점했다. 전반 35분 첫 실점도 좋지 않았지만 전반 인저리타임 추가 실점은 더 뼈아팠다. 나름 심기일전에 나선 후반에도 한국은 초반만 잠시 ‘분주’했을 뿐 골을 넣지 못했다. 후반 17분 세 번째 골을 내주자 동력을 잃었다. 후반 48분 네 번째 골은 한국이 경기를 포기했기에 얻어맞은 피니시 블로였다.
연속 실점 상황에서도 흐름을 끊으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압박도, 파울도, 강한 대응도 없었다. 평소처럼 뛰다가 그대로 무너졌다. 경기를 되돌리려는 의지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한국은 서울에서 브라질에 0-5로 대패했다. 한국은 미드필드 한복판, 우리 심장, 우리 엔진과 같은 ‘안방’을 브라질에게 스스로 내줬다. 브라질이 잘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이 뒤로, 옆으로 빠지면서 안방을 갖다 바친 꼴이었다. 공격다운 공격도, 책임감 있는 수비도 없었다. 우리 선수들은 브라질 선수들과 싸우기를 거부, 아니 회피했다. 우리가 도망가면 더 이상 경기는 볼 게 없다. 그리고 승부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이 코트디부아르에 완패한 뒤 세계 언론의 조롱을 받았다. “놀랄 만큼 약했다. 저항조차 없었다”, “경기력 수직 하락”, “월드컵 전 굴욕”, “패망의 경고 신호” 등 비판을 넘어 놀림 수준이었다. 이를 보고 분개하지 않는다면, 이같은 오명을 뒤집으려는 의지가 없다면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게 낫다.
타이틀이 걸린 경기가 아닌 평가전이라서 대충 싸우는 것일까. 연습경기, 평가전에서조차 간절하게, 처절하게 싸워보지 못하면 실전에서 강호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타이틀이 걸린 경기에서 강호들은 연습경기 때보다 훨씬 강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100m를 9초대에 끊겠다는 선수가 연습에서 10초대로 뛴다면 실전에서 9초대를 기록할 수 있을까. 연습을 설렁설렁, 자기 기량의 80~90%로 해놓고 실전에서 과연 100%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을까. 다친다고 연습을 살살 하면 실전에서는 강하게 싸울 수 있을까. 셋 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4월 1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오스트리아와 맞붙는다. 랄프 랑닉 감독 체제의 오스트리아는 강력한 압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팀이다. 그렇게 지난 28일 아프리카 강호 가나를 상대로 5-1로 대승했다. 한국이 코트디부아르전처럼 오스트리아에 대응하면 결과는 대패가 될 공산이 크다. 한국이 또 다시 겁을 먹고, 투지를 잃은채 뒤로 물러나는 순간 경기는 끝난다.
오스트리아는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이번 북중미월드컵에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월드컵을 향한 소망과 기대가 간절할 수밖에 없다.
평가전이라고 강호와 만나 뒷걸음치고 옆으로 피하면서 안방을 내줄 졸병, 무늬만 병사는 필요 없다. 지더라도 끝까지 간절하고 치열하게 전진하며 서로 똘똘 뭉쳐 싸우고 또 싸우는 선수들이 그립다. 그런 선수들만 ‘전사’로 불릴 수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만 이길 기회도, 패해도 박수를 받을 자격도 있다. 과거 선배들은 머리가 터져 피가 줄줄 흘러도 붕대로 싸매고 뛰었다. 한 번 실수하면 그걸 메우기 위해 혼신을 다해 더 달렸다. 지금 대표 선수들의 기량이 선배보다 좋을지 몰라도 간절함과 처절함에서는 한참 밀린다. 그렇게 대충 뛴다면 강호들이 즐비한 월드컵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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