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노동 빠진 대기업 ‘빅딜’

이재 기자 2026. 3. 3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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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원책 넘쳐나는데, 고용 지원은 “늘 하던 대로” … “기업 사회적 책임 펀드 같은 고용유지 정책 필요”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이 기업 간 '빅딜'에 초점을 두면서 정작 산업위기 극복의 목적인 고용유지와 지역경제 활성화 같은 노동·민생 의제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대산석유화학단지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에 뒤따르는 고용유지 관련 지원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요건 완화와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기간 연장,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원 확대에 그쳤다. 지역경제와 관련한 지원은 아예 누락됐다.

고용유지지원금 매출 요건 완화에 대출 강화

가장 대표적인 지원책은 고용유지지원금 완화다. 매출액이 일정 기준 이하로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도 고용을 유지한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석유화학산업은 설비 가동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어 영업 적자라도 매출 규모가 일정량 이상 유지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매출액 기준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 현행 조건에는 맞지 않았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대산 1호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설비 감축 후 유휴인력을 고용유지함에도 고용유지지원금 요건이 석화산업 특성과 맞지 않아 지원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매출액 감소 요건을 완화하고, 고용유지조치 기간 중 고부가가치 연구개발 같은 불가피한 경우 예외적으로 신규채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는 이달 22일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한 여수산단 구조조정에도 적용된다.

나머지 조치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기간 연장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원 확대다.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지역 노동자는 △국민내일배움카드상 훈련 기간 생활비대부 △고용보험 직업훈련생계비 대부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모두 대출이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사업은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 주축이다.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방안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출 상환 미루고 전기세 지원까지 '세심'

대신 지원은 대기업에 집중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2조원가량의 지원금을 마련해 대산 1호 구조조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업재편 투자 및 연구개발 소요 자금 4천300억원을 산은이, 운영자금과 외국환 6천억원을 산은을 제외한 참여 금융기관이, HD현대케미칼 대출의 영구채 전환을 최대 1조원까지 채권단이 공동지원하는 방안이 뼈대다. 그러면서 7조9천억원 규모의 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채무 상환을 유예한다. 이런 직접적인 금융지원 외에도 세부담을 덜겠다며 기업 간 분할·합병과 설비자산 취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등록면허세와 취득세도 현행 50%에서 75~100% 완화한다.

법인세도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를 80%에서 100%로, 자산 매각시 양도소득 과세이연도 5년 거치, 5년 분할납부로 확대한다. 사업재편 기업에 대해 사업재편 종료 뒤 2년까지 투자와 배당에 세액 50%를 감면하는 조세특별법 개정도 추진한다.

지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근에서 전력을 소비하면 한전이나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분산에너지특구제도도 활용한다. 구조조정에 나서는 석유화학단지를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하고 분산에너지사업자가 4~5%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게다가 기존에 나프타분해설비(NCC)에만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가한 직도입 액화천연가스(LNG)를 다른 부문에도 일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연료비 부담도 줄이도록 했다.

지분 주고받기에 지원? "조선업 되풀이하나"

이런 불균형한 지원내용 때문에 대기업 중심의 빅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산 1호나 여수 1호 구조조정 계획은 결국 NCC를 소유한 기업이 NCC를 주고받기 하고 지분율을 조정하는 게 뼈대다. 기대했던 고부가가치(스페셜T) 산업전환 같은 로드맵보다 지분율 조정에 초점을 맞췄다. 일례로 대산과 여수에 모두 NCC를 소유했던 롯데케미칼은 두 곳 모두 물적분할해 NCC 설비를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설하는 합작법인 지분을 사들여 수익을 보장받는다.

정작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 고용 관련한 조치는 드물다. 주무현 지방사회연구원장은 "지분을 주고받기 하는 형태가 이상적이지 않다"며 "프로젝트 내용이 지역경제와 고용불안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한다는 선언만 담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유지지원금 같은 기존 정책 패키지로는 부족하고 산업단지 개·보수 같은 일감 확보 프로젝트를 가동하지 않으면 고용불안이 지속된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기금을 조성해 이를 토대로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자의 일자리와 임금을 보전하는 약속 정도는 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고용총량을 유지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뒤 산업실패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장은 "조선업에서 경험했듯이 고숙련 인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산업이 호황으로 주기가 변환돼도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 숙련이 낮은 이주노동자 등의 수요가 커지고, 그에 따라 지역경제 침체를 벗기 어려운 문제가 연속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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