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회진 코파일럿’, 도입에서 AI보다 어려웠던 고민들 [테크리포트]
인공지능(AI)은 올해도 IT를 넘어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큰 주제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AI가 단순한 검토 단계를 넘어 실제 도입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로 평가된다. 하지만 AI를 현실의 조직에 도입해 긍정적인 영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AI 기술 자체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바로 AI 기술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지, 혹은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도 이어진다.

사람과 AI, 어디서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최근 몇 년간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이에 AI의 역할도 단순히 질의응답 중심의 '챗봇'을 넘어, 여러 사람과 AI가 연결되고 팀을 이뤄 업무를 수행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에서는 AI가 조직 내에서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현실로도 나타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존재라기보다 인간의 역량을 보완하는 도구로 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사적 AI 브랜드 '코파일럿(Copilot)'은 사람을 돕는 '부조종사'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지난해 발표한 의료 AI 진단 시스템 'MS AI 진단 오케스트레이터(MAI-DxO)'는 숙련된 의사그룹의 평균보다 4배 가량 높은 85%의 진단 정확도를 기록했지만, 이를 '의사의 대안'이라고는 규정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대해 "의사 진단을 AI가 보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표현하며, 진료 초기의 자가진단 등에 적합하다 소개한다.

연세의료원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보조' 가능한 영역부터 AI 도입을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한 '회진 코파일럿'은 병원 내 EHR(전자 건강기록) 시스템의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AI로 분석해, 의료진이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가 직접 환자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도구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정윤빈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 부센터장은 "의사들은 처방이나 기록 작성보다 기존 EHR 데이터를 확인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며 "특히 입원 환자의 경우 확인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진 코파일럿 시스템이 현재는 더 최적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의사들이 기록을 확인하는 시간을 1시간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회진 코파일럿'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문제다. 보통은 새로운 앱과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생각하겠지만 연세의료원은 기존에 업무 환경에서 이미 쓰던 '팀즈(Teams)' 앱에 통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기존에 익숙해져 극한까지 다듬어진 업무 흐름에 AI를 자연스럽게 녹여 사용자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단시간 내에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런 선택은 AI 기반 업무 혁신과 프로세스 혁신, 이로 인한 변화와 혼란을 고민하는 사람들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정윤빈 부센터장은 "의사들은 워크플로우 변화에 예민하다. 기존 시스템에 클릭 한 번이 추가되고 클릭 위치가 바뀌는 것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EHR의 레거시 기능들이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한계도 있다"며 "기존 팀즈 기반 환경에 인앱 방식 기능 배포가 워크플로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과거에서 미래까지, AI와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AI의 근간에는 '데이터'가 있고, 특히 조직이 가진 고유한 정보와 경험이 가미된 AI는 조직에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RAG(검색증강생성)나 모델의 파인튜닝도 이러한 맥락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기존의 데이터를 새로운 시스템으로 옮기는 작업은 결고 쉽지 않다. 특히 데이터를 다루는 근간 자체가 다른 AI 환경으로 이전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를 요구한다.
연세의료원은 데이터 연결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을, 데이터를 분석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파운드리와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활용했다. 기존 EHR 데이터는 '패브릭' 기반에서 데이터 유형별 커넥터를 통해 연결했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데이터를 파운드리와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통해 AI와 연결했다. 특히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활용하면서 각 부서 단위에서도직접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했다.
정 부센터장은 "현재 AI 모델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의료 특화 모델이 반드시 성능이 좋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RAG 등을 사용하면서 모델의 한계를 엔지니어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력 중 하나는 에이전트를 다양한 사양의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카탈로그 구성"이라고 덧붙였다.

정윤빈 부센터장은 연세의료원이 마이크로소프트를 AI 전환에 파트너로 선택한 데 대해 "가까워서"라고 농담처럼 표현했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의미가 들어 있다. 표준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AI 시스템을 구현하면서, 의료 업계의 까다로운 규제를 모두 준수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와 긴밀한 협력 지원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간 축적된 신뢰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여러 측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였던 셈이다.
연세의료원이 직면한 또 다른 과제는 '기술 이해도'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기술 구성은 '코파일럿'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할에 따라 다양한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필요한 기능을 식별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대부분의 기업과 고객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며, 제한된 시간내에 요구사항을 빠르게 구현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가까워서"라는 표현에는 이러한 맥락도 함께 담겨 있다.
전종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우리는 솔루션을 먼저 제안하기보다는 고객의 상황과 목적을 먼저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며 "의료 영역에서의 '프론티어'는 환자에 집중하면서 의료 혁신들을 규제에 맞춰 진행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 분야는 다른 산업보다 민감한 정보가 많고 규제도 까다롭다. 이러한 환경에서 규제를 준수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뿐 아니라,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향후 연세의료원의 과제도 '데이터'와 '최적화'다. 특히 데이터 측면에서는 여전히 데이터 커넥터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며, 향후에는 현재의 API 기반 쿼리 방식이 충분치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연세의료원은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로 '자연어 SQL'기술을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생산성과 자유도가 더 높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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