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영화㉘ 헤어질 결심] 안개처럼 스며든 붕괴된 사랑…밀도있는 미장센의 극치

조정아 2026. 3. 3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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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의 영화, 이번 주에도 '우리들의 연가'를 주제로 한 멜로 영화를 조명합니다.

개봉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인데요.

멜로와 스릴러를 동시에 담아낸 이 영화는 독창적인 연출과 압도적인 미장센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조정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저 바위를 타고 오른 다음에 정상에서 떨어지셨다고 봐야지예."]

사건을 맡은 형사 해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숨진 남자의 아내, 서래에게 향합니다.

수사를 위해 시작된 관찰은 어느새 애틋한 연민에서 사랑으로 바뀌고, 서로를 향한 마음은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커져만 갑니다.

["내가 할 줄 아는 단일한 중국 음식입니다."]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고, 진실을 외면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해준과 서래.

서래는 끝내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됩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망원경과 휴대전화 녹음 파일.

그리고 산과 바다, 바위와 파도.

이 같은 장치들은 두 사람의 비대칭적인 관계와 서로를 갈망하는 마음, 심리적 균열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박찬욱/'헤어질 결심' 감독 : "작품의 매 장면의 감정, 거기에 담긴 사상, 인물의 성격과 감정 이런 것에 충실히 복무하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자아내는 데는 음악도 한몫합니다.

[조영욱/'헤어질 결심' 음악감독 : "악기 수도 굉장히 줄이고 현악기들도 솔로 악기 위주로 진행했죠."]

설명보다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영화는 이미지의 잔상이 주는 정서적 파급력으로 관객들을 설득했습니다.

[김장연호/영화 평론가 : "(1부는) 산을 중심으로 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다보는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면 2부는 서래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인 바다를 중심으로 한(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안개처럼 사라지는 영화, 헤어질 결심.

묵직한 여운 끝에는 밀도 있는 미장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아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 이창준 오범석/영상편집:김근환/화면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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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아 기자 (righ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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