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썼지만 진실은 아닌 백신 기사들, 왜 자꾸 생산될까?

김연희 기자 2026. 3. 3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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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감염병 확산 못지않은 ‘인포데믹’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의 ‘이물 백신 보도’는 한국 언론이 과거의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월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언급된 코로나19 백신 관련 보도들. ⓒ시사IN 박미소

‘“코로나 백신에 곰팡이” 신고 방치한 질병청···1420만 회분 접종됐다(〈한겨레〉)’ ‘‘코로나 백신에 이물질’ 신고에도 1420만 회분 접종 강행했다(〈조선일보〉)’ ‘코로나 백신에 곰팡이-머리카락 발견돼도 1420만 회 접종했다(〈동아일보〉)’ ‘감사원 “코로나 백신 일부, ‘이물질’ 있었지만 접종”(KBS)’ ‘“‘코로나 백신 이물질’ 신고했는데”···1420만 회분 접종(SBS)’ ‘‘코로나 백신 이물질’ 신고에도 접종 강행(MBC)’ ‘구멍 뚫린 관리···곰팡이 등 이물질 백신 1420만 회 접종(〈서울경제〉)’···.

2월23일 감사원은 팬데믹 시기 정부 대응의 적절성을 평가한 ‘코로나19 대응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6개 분야(①대응체계 ②방역 대응 ③의료 대응 ④사회 대응 ⑤백신 ⑥회복)에 걸친 방대한 조사 결과에서 매스컴의 관심이 쏠린 곳은 여러 감사 사항 가운데 하나였던 ‘이물이 발견된 백신에 대한 안전조치 부실’ 지적이었다.

첫 번째 문단은 이를 보도한 국내 주요 언론사 기사의 제목이다. 어떤 인상을 받게 되는가? “곰팡이,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들어간 코로나19 백신이, 일선 현장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중단 없이 “1420만 회나 접종되었다”라고 이해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감사원 조사 대상 기간이었던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이물 신고가 들어온 코로나19 백신은 총 1285건이다. 대부분이 고무마개 파편 등 유리병에 주사기를 꽂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고 곰팡이, 머리카락은 각각 1건, 2건이었다. 이 백신들은 전량 따로 분류·보관되어 접종에 사용되지 않았다. 기사 제목에 등장한 “1420만 회”는 이물 신고 백신과 ‘제조번호가 동일한’ 백신이 접종된 횟수를 뜻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주관한 질병관리청은 감사원 발표 뒤 파장이 일자 보도·설명 자료를 내어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만 회분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제조번호가 동일한 백신’이란 한 생산 라인에서 한 번에 같이 만든 백신이라고 할 수 있다. 커다란 탱크(배양기)에서 동일한 시기 생산된 백신은 대체로 같은 제조번호를 갖는다. 백신 종류와 출하 시기에 따라 동일 제조번호의 수량은 제각기 다르다. 코로나19 백신은 제조 단위당 생산량이 20만~100만 이상으로, 일반적인 백신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같은 제조번호를 가진 백신 일부에서 이물질 신고가 되었다는 사실이 다른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시사IN〉이 백신·의학 분야 전문가들과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감사원이 ‘우려 이물’로 분류한 사례들이 단일 바이알(주사 병)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번호 전체의 오염으로 연결되는 제조 공정이나 백신 원액에서 생긴 결함일 개연성은 극히 낮았다(〈시사IN〉 제966호 ‘‘이물질 코로나 백신’의 진실을 찾아서’ 기사 참조). 그런데 다수 언론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마치 ‘이물질 백신’이 국민들에게 직접 접종된 양 보도한 것이다.

2월23일 감사원 관계자가 ‘코로나19 대응 실태 진단 및 분석’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감염병 확산 못지않은 ‘인포데믹’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잘못된 정보, 가짜뉴스, 음모론이 무분별하게 퍼져 나가는 가운데 기성 언론은 무기력하거나, 오히려 인포데믹을 부추기는 구실을 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 인과관계와 선후관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보도, 단편적 사실을 중계해 결과적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보도들이 쏟아지며 실제와는 다른 오해들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보도 실태에 대해 언론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자, 보건 당국, 언론학자들이 모여서 코로나19 유행 시기를 반추하고 감염병, 백신 보도의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2026년 2월 감사원 발표 후 이어진 ‘이물 백신 보도’는 한국 언론이 과거의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당 기사들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려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정보는 취재→기사 작성→데스킹→기사 출고로 이어지는 뉴스 생산 과정의 관행을 거치며 ‘팩트’를 썼으나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낳고 만다. 전문적인 지식과 전후의 맥락을 충분하게 전해야 하는 ‘백신 안전성 보도’가 대표적이다. 언론이 ‘하던 대로 하는’ 사이에 드라이한 스트레이트 기사가 ‘사실상의 오보’로 탈바꿈되는 분절점들이 ‘코로나19 이물질 백신 보도’에서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번 감사원의 ‘코로나19 대응 실태’ 감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들은 대부분 감사원 출입기자들이 썼다. 한국 언론 시스템은 출입처를 기반으로 짜여 있다. 예를 들어 각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은 청와대와 국회의 기자실로 출퇴근(출입)하고, 사회부의 법조팀은 검찰과 법원에 출입하며 해당 기관 및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뉴스 등을 보도한다. 기자들은 인사이동을 통해 여러 출입처를 거치게 된다. 감사원은 대체로 정치부나 경제부 기자들이 출입을 병행하는 기관이다.

출입처 기반 뉴스 생산의 맹점

감사원 발표를 감사원 출입기자들이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번 감사에서 특히 이목이 쏠린 ‘코로나19 백신 이물 신고’가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된 민감하고 전문성이 높은 이슈인 데다, 감사원과 질병청이 겹치는 애매한 영역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보건의료 관련 아이템은, 사회부 사회정책팀 소속으로 보건복지부·질병청·식약처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담당한다.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물 백신 관련 감사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의 이물 신고 1285건*(21. 3월~24. 10월)을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고 제조사에만 알려주어 처리하였고, 이 중 곰팡이, 머리카락 등 위해 우려 이물 127건에 대해 접종 보류 조치를 하지 않아 동일 제조번호 1420만 회분을 계속 접종. *고무마개 파편 835건(65.0%), 백신 성분(입자) 응집 264건(20.5%) 등 대부분은 위해성 낮음.’

마지막에 각주로 이물 신고 가운데 대부분은 위해성이 낮다고 밝히고 있지만, 우려 이물 127건에 대해 접종 보류를 하지 않았고, 중단 없이 접종된 동일 제조번호 백신 1420만 회분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서술이다. 동일 제조번호의 개념 등 백신 생산과 제조 공정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없이 툭 던져진 정보는 대량의 부정확한 보도로 이어졌다. 감사원 출입기자들은 이 내용을 거의 그대로 기사로 옮겼고, 이 기사들은 앞서 살펴본 ‘곰팡이 등 이물질 백신 1420만 회 접종’ 같은 자극적이고 사실도 아닌 제목을 달고 보도되며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2020년 11월22일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들이 보다 온전한 내용을 전하기 위해서는 질병청 같은 보건 당국의 입장을 추가 취재했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출입기자가 질병청을 취재해서 질병청 측의 해명(이물질이 발견된 백신 1285건은 격리·보관돼 실제로 접종된 사례는 없으며, 백신 제조사의 조사 결과 해당 백신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에서 제조·공정상 문제가 발견된 바 없다)을 덧붙이고, 감사원 출입기자와 공동 바이라인으로 기사가 나간 경우는 소수에 그쳤다. 이런 기사도 감사원 발표를 다룬 메인 내용에 한 문단 정도로 포함되었기에, 기사가 주는 ‘1420만 회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전체적 인상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SBS 의학 전문기자로 오랫동안 보건의료 현장에 있었던 조동찬 한양대 특임교수는 “기자 생활을 할 때도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사를 보는 시청자나 독자 입장에서는 기사를 쓴 기자가 감사원 출입인지, 질병청 출입인지 알 길이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뉴스 보도 관행과 언론 시스템이 지나치게 공급자(언론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감사원, 질병청 등 각 기관의 발표·해명을 단편적으로 전하는 보도 방식에도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뉴스를 신속하게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가장 기본적인 보도 형태이지만, 이번 ‘코로나19 이물 백신’ 같은 성격의 이슈에서는 사건의 조각 몇 개만을 다룬 결과, 사건의 실체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파할 위험이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국가별 예방접종 사업 비교연구를 수행했던 최영준 고려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예방접종 시스템과 이상반응 감시 체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촘촘한 편이다. 이물 백신 사건이 맥락과 무관하게 단편적으로 보도되면서 ‘백신을 맞지 않을 근거’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방역·보건의료 분야를 취재한 이혜인 〈경향신문〉 기자는 지난해부터 다시 보건복지부에 출입하고 있다. 그는 보건 분야의 기사조차도 “단순하고 격하게 다루어지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백신 이상반응처럼 대중의 우려를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은 과학적이고 복잡한 맥락을 정교하게 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마인드와 노력이 인정받고 자리 잡을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도 드물 수밖에 없다.”

책무성의 단계, 언론의 역할은?

감사원은 이번 감사의 목적을 ‘다음 감염병 유행을 대비한 개선’이라고 밝혔지만 파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위험·위기 소통 분야를 연구하는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소통이 초래한 ‘비의도적 효과(unintended effect)’”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주제가 되었다. 허위 조작 정보와 음모론이 끊임없이 만들어졌고, 정파성에 따라 입장이 확연히 갈리기도 한다. 실제로 감사원 발표 직후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물 백신’ 이슈를 공격의 소재로 삼으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감사원뿐만 아니라 질병청도 이번 사건이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은 감사원 발표가 있었던 2월23일 오후로 ‘코로나19 감사조치계획 온라인 브리핑’을 잡아놓고, 감사원이 지적한 여러 사항에 대해 설명하며 제도개선 추진 방안을 밝힐 준비를 하긴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의 참여도 저조했고, 이물 백신과 관련된 내용은 간략한 설명에 그쳤을 뿐이다. 자극적 제목에 잘못된 정보를 담은 기사들이 퍼지자, 질병청은 그다음 날인 2월24일에서야 좀 더 상세한 설명·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유명순 교수는 한국 사회가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위기관리에는 다섯 단계가 있다. 보통은 사전 감지, 의사 결정, 대응까지를 생각하지만 그 이후에도 두 단계가 남아 있다. 당장 코로나19를 막느라 정신없이 지나갔던 일들에 대해 사후적으로 리뷰하고,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 평가를 받는 ‘책무성의 단계’이다. 이 시간을 잘 거쳐야 교훈과 학습, 회복이라는 마지막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방역 책임자가 정보의 중심이고,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이 기사 생산의 주력이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달리, 책무성의 시간에는 소통 주체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이번처럼 감사원과 감사원 출입기자들이 관계될 수도 있고, 국회나 국제기구가 그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 요구되는 소통의 원칙과 방식은 과거와는 다르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위기관리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그에 걸맞은 소통 방식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례”라고 유 교수는 말했다.

책무성의 단계에서 한국 언론은 제 몫을 할 수 있을까. 갈수록 희미해지는 존재 이유를 증명해낼 수 있을까. 외면하고 있던 그 질문이 또다시 당도했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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