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1500원 시대, 어쩌다 우리의 일상이 됐을까
세금 깎아주고 국민연금 등판까지…환율 방어 카드 다 꺼냈다
(시사저널=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며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마지막으로 10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당시였던 2020년 12월이었다. 환율은 이후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정점에 달했던 2022년 9월에는 1400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최근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은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다. 기름값이 오르니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졌고, 오히려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결국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환율도 덩달아 뛴 것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는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다만 한미 금리 역전, 거액의 해외 투자, 확장 재정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결과물이란 해석이 많다.

중동전쟁 탓만 하기엔 찔리는 이유들
수년 동안 환율이 꾸준히 오른 데는 다른 이유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을 꼽는다. 돈은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곳으로 몰리기 마련인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부터 금리를 가파르게 올려 2023년에는 5.25~5.50%까지 높였다. 반면 한국은행은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뒤 2년 동안 묶어두었다. 이후 미국이 금리를 조금 내리며 한국도 인하에 나섰지만, 여전히 미국(3.5~3.75%)과 한국(2.5%)의 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에 달한다. 이 격차는 2022년 7월부터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미국처럼 금리를 빠르게 올리지 못한 이유는 국내 부동산 시장 때문이었다. 금리가 오르면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하던 곳들이 무너져 국가 전체에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023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소개하면서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30%까지 하락하는 건 별문제가 없지만, 그보다 더 떨어지면 부동산PF가 금융기관과 연결돼 있어 금융 안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집값은 계속 올랐다. 결국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대신 당장의 충격을 피하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를 택했다는 비판이 지금도 제기된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와 국민연금도 환율 상승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달러로 미국 주식을 사려면 원화를 팔아야 하니 달러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경상수지 흑자)은 1231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서학개미와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을 사느라 빠져나간 돈은 이를 훌쩍 넘는 1403억 달러였다. 빠져나간 돈 중 국민연금이 29%, 서학개미가 33%를 차지했다.
또한 현 정부의 씀씀이가 커진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채를 발행해 전 국민에게 15만~50만원 상당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나눠주고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면서 시중에 원화가 많이 풀렸고, 그 결과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환율을 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첫 번째는 3월23일 증권사들이 출시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다. 서학개미들이 해외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1년 이상 국내 주식을 사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지난해 12월23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해외 주식에 한해 적용되며 양도세 감면율은 5월말까지 매도 시 100%, 7월말까지 매도 시 80%, 연말까지 매도 시 50%다. 투자자들이 해외에 있는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로 가져오게 만들려는 유인책이다.
두 번째 기대주는 오는 4월 시작되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다. 이 지수는 전 세계 큰손 투자자들이 돈을 굴릴 때 참고하는 일종의 모범 답안지다. 우리나라 국채가 이 지수에 들어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560억 달러 이상의 한국 국채를 사기 위해 달러를 원화로 바꿀 것이고 그러면 환율이 내려갈 수 있다.

새 한은 총재 취임 후 금리 인상 가능성도
더 멀리 내다보는 세 번째 카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다. 현재 한국 증시는 신흥국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선진국으로 승격하면 외국인 자금이 훨씬 안정적으로 들어온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면 최대 300억 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초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하고 현 정부 임기 내 편입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이 로드맵에는 외환시장을 24시간 열어두고, 글로벌 벤치마크 환율(WMR) 편입을 추진하며,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던 규제들을 푸는 핵심 과제들이 담겼다.
통화 정책 측면에서는 차기 한국은행 총재인 신현송 교수의 취임 이후 금리 인상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교수는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이창용 총재의 후임으로 지명된 상태인데,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선호하는 원칙주의적 매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이자 가장 확실한 대응 카드로는 국민연금이 꼽힌다. 국민연금이 수익률도 올리고 환율 안정도 돕는 쪽으로 해외투자 방식을 바꾸는 이른바 '뉴프레임워크'가 거론된다. 현재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 등 4개 기관이 모여 이 제도를 논의 중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가지고 있던 달러를 내다 파는 환 헤지 전략을 써서 환율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린 적이 있다. 그 결과 1500원에 육박했던 환율은 지난해 마지막 날 1439.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2024년 종가인 1472.50원보다도 낮은 수치다. 하지만 환율을 조절하기 위해 국민의 귀중한 노후 자금을 동원했다는 논란 역시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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