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연기 보이자 관악산 정상까지 ‘8분’… 드론 산불 감시 시스템 살펴보니
연기 감지 시 드론 자동 출동
“연기 발생 확인됐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2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독산자연공원 인근 야산. ‘산불 대응 주민 대피 훈련’이 진행 중인 현장에서 붉은색 모형 연기가 피어오르자, ‘윙’ 소리와 함께 드론 한 대가 하늘로 솟구쳤다.
순식간에 상공 약 150m까지 올라간 드론은 연기 발생 지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체에 장착된 4800만 화소 카메라가 촬영을 시작하자 실시간 영상이 상황실 화면에 전송됐다. 축구장 규모 야산이 한눈에 들어왔고, 연기가 피어오른 지점이 화면 한쪽에 또렷하게 잡혔다.
이를 확인한 소방 당국은 곧장 출동 지시를 내렸고, 현장에 있던 경찰은 인근 주민 대피를 유도했다. 이날 훈련에는 관악구가 도입한 ‘ICT 산불 감시 플랫폼’이 활용됐다. 시스템 운영을 맡은 안중신(34) 주무관은 “관악산 정상 연주대에서 화재 의심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약 8분이면 현장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불이 잦은 봄철을 맞아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산불조심기간’을 설정하고 입산을 통제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드론 등을 결합한 감시 기술도 운용하고 나섰다.
관악구는 지난해 10월부터 ICT 산불 감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봄철 산불조심기간에는 처음 도입된 셈이다.
ICT 산불 감시 플랫폼은 폐쇄회로(CC)TV와 드론을 활용한 산불 조기에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관악구에 따르면 관악산 연주대와 모자봉, 장군봉 등 주요 능선 3곳에 설치된 CCTV가 24시간 산림을 촬영한다. CCTV로 수도방위사령부 인근과 미성동 일부를 제외하면 관악산 대부분을 감시할 수 있다고 한다.
CCTV 영상에 연기나 불꽃이 포착되면 AI가 자동으로 감지해 담당 공무원에게 문자 알림을 전송하고, 동시에 직선거리로 약 3㎞ 떨어진 관악산역 인근 으뜸공원에서 드론이 출동한다.

ICT 산불 감시 플랫폼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속도’다. 관악산과 삼성산을 끼고 있는 관악구는 전체 면적의 약 46%가 산림이다. 사람의 힘만으로는 산불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어렵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화재를 확인하려면 소방대원이나 산불 감시원이 직접 현장으로 올라가야 했다. 으뜸공원에서 관악산 정상까지는 걸어서 약 4㎞ 거리로, 이동에만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30분을 훌쩍 넘는다.
반면 드론은 직선거리 기준 가장 먼 연주대까지 8~10분이면 도착한다. 모자봉 등 가까운 지점은 5분이면 충분하다.

정확도도 높아졌다. 과거 산불 신고는 대부분 “연기가 난다”는 정보뿐 정확한 발화 지점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출동한 산림·소방대원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입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안 주무관은 “지금은 드론으로 현장을 먼저 확인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드론은 또 불길을 잡은 뒤에도 열화상 카메라로 잔불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육안으로는 불이 모두 꺼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열화상 카메라는 열이 남아 있는 지점을 잡아낼 수 있다.
이날 훈련에서도 화재 진압이 끝난 뒤 드론이 다시 투입됐다. 상황실에 마련된 열화상 카메라 화면에는 일부 구간이 붉게 나타났고, 이를 확인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남아 있던 잔불을 제거했다.

물론 사람의 역할도 남아 있다. 드론이 산불 의심 지점 근처까지는 자동으로 이동하지만, 이후에는 수동으로 조종해 살핀다. 연기 확산과 기류 변화, 지형 변수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주무관은 “시스템 도입 이후 직접 드론 조종 자격증을 땄다”며 “현재 팀 내 2명이 자격증을 보유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ICT 산불 감시 플랫폼은 관악구를 비롯해 서울 내 4개 자치구에서 쓰고 있다. 노원구 수락산, 구로구 천왕산, 은평구 북한산 등이다. 산림 당국과 서울시는 ICT 산불 감시 플랫폼 적용 지역을 차례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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