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내주면 끝’⋯ 정의선 칼 빼든 제네시스, 수뇌부 갈아엎고 전면전
HEV ‘구원투수’ 전격 등판
전기차 캐즘에 노선 변경
볼륨은 HEV, 플래그십은 첨단기술
내년까지 신차만 8종 융단폭격
수뇌부 싹 갈아엎은 정의선

제네시스가 올 하반기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전격 투입한다. ‘2025년 100% 전동화’ 선언을 스스로 파기하면서 내놓는 ‘반전 카드’다. 무섭게 흔들리는 내수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지휘부 전면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 3분기부터 볼륨 모델인 대형 SUV GV80과 준대형 세단 G80의 HEV 모델 양산에 나선다. 최근 발생한 협력사 화재로 양산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계획상 GV80과 G80 HEV 모델의 양산 목표 시점은 각각 8월과 12월이다.
제네시스에 얹을 ‘후륜구동(RWD) 기반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는 기존 전륜구동과 구조가 달라 사실상 백지에서 새로 개발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충분한 물리적 개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상용화 단계에서 치명적인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제네시스가 위험을 감수하고 양산에 속도를 내는 건 그만큼 안방 수성이 다급하다는 경영진의 절박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네시스는 볼륨 모델의 경우 HEV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은 첨단기술로 프리미엄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투 트랙’ 전략도 공개했다. 연내 플래그십 세단 G90 부분변경 모델에 레벨2+ 자율주행을 적용하고, 하반기 출시 예정인 초대형 SUV GV90에는 원터치 스마트 주차 등 최고급 사양을 대거 탑재해 하이엔드 이미지를 굳힌다는 구상이다. 빈약했던 라인업을 뜯어고치기 위해 내년까지 총 8종의 신차도 쏟아낸다. 그간 많아야 연간 2종의 신모델을 출시했던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맹렬한 신차 공세다.
노선을 HEV 모델로 급선회한 결정적 이유는 과거부터 누적된 뼈아픈 안방 성적표다.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량은 해외 현지 생산에 힘입어 겉보기엔 성장세였지만, 든든한 뒷배가 되는 내수 상황은 심각했다. 2022년 13만5045대를 기록했던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약 12.3% 감소한 11만8395대에 그쳤다. 이 기간 글로벌 판매량 역시 22만대 수준에서 크게 늘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는 국내 판매량이 벌써 18%나 빠졌다. 수입차 1위 BMW는 연간 7만대 넘는 국내 판매량을 기록하며 제네시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업계 안팎에선 과거 제네시스의 급진적인 전동화 ‘올인 전략’을 치명적 실책으로 본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HE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3.2%에서 지난해 30.3%로 폭증했다. 일본의 렉서스를 비롯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마일드하이브리드(M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쏟아내며 안방 고급차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제네시스는 대안이 없었다.
‘이대로 텃밭을 내주면 글로벌 입지마저 무너진다’는 팽배한 위기감은 결국 대대적인 인사 태풍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이 제네시스사업본부장에 이시혁 전 북미권역상품실장을, 국내사업본부장에 윤효준 국내지원사업부장 상무를 승진 임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기차 비전에 매몰돼 시장의 HEV 요구를 기민하게 읽지 못한 관료화된 조직에 노골적인 경고장을 날렸단 분석이다. 정 회장은 올 초 신년 메시지를 통해 “우리 제품에 고객의 시각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제품의 기획이나 개발 과정에서 타협은 없었는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정직하게 돌아보고 개선해 나간다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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