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이응노, 이종수

2026년 상설전 '시대와 함께한 예술가, 이응노'는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장면과 전환점이 됐던 순간들을 중심으로, 이응노가 써 내려간 시대의 서사를 살펴본다. 식민지 시기와 해방, 한국전쟁, 그리고 근대화와 세계화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보여준다.
또한 이응노의 작품 속 역사 이야기 중에 가슴 아픈 한국의 전쟁 상황과 전쟁 후 재건하는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대와 예술을 한데 놓고, 이응노의 예술적 궤적과 사유의 지평이 본격적으로 확장·전환되는 시기를 주목한다. 1910년대부터 1945년 해방 이전, 해방 이후부터 1958년 프랑스 이주 이전까지, 그리고 프랑스 체류 시기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조국의 독립을 향한 열망이 담긴 대나무 그림에서 출발해, 분단과 통일, 나아가 세계평화의 문제를 고민한 '군상' 연작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이응노의 작품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그의 예술이 시대와 함께 양식과 주제를 확장해 온 과정을 볼 수 있다.
2026년 첫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Clay, Play, Stay, 이종수 도예전'의 이종수(1935~2008)는 신탄진 작업장을 거쳐 추부 작업장에서 흙과 불이라는 두 요소로, 평생 도예의 여정을 걸었다.
그의 작업은 지역의 토양과 기후, 그리고 평생 붙잡아 온 재료의 숨결 위에서 형성됐으며, 이번 도예전은 그러한 물질적 토대와 그 바탕에 깔린 정신과 미학적 토양을 함께 비춘다. 그의 작업은 전통 도자의 형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지나치게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조형적 유연함을 보여준다. 비례의 미묘한 변화나 표면의 불균질한 처리, 형태의 완만한 일탈은 작업에 긴장과 여백을 동시에 부여한다. 이러한 특성은 전통의 계승이라는 틀 안에서 동시대적 감각을 반영하며, 그의 기물을 장식적 대상이 아니라 사용과 감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응노미술관의 마지막 4전시장에는 이응노와 이종수 작품이 조용히 조응하고 있다. 굴곡진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며 지나온 이응노와 한국의 근대화를 뒤로 하고 추부 산골 가마 앞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 이종수, 둘만의 작품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
이응노미술관에서는 정적과 침묵만이 흐른다.
고독한 시간과 나날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두 대가의 만남은 상상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단지 '작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한한 자기 확신의 이미지를 발산해야 한다'는 어느 책 구절이 떠 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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