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열풍 타고 우후죽순...공공기관 해외 사무소 중복 기능 개편 시동 [Pick코노미]
급증하는 한류 수요 대응했다지만
유사 기능 많아 예산 비효율 지적
선심성 해외 파견 등 활용 비판도
예정처 내달 현황분석 보고서 발표

정부가 해외 공공기관의 지사와 사무소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기관별로 흩어진 사무실을 한데 모아 예산을 아끼는 수준을 넘어 중복 기능까지 재조정한다는 구상이다.
2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4월 중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해외 지사 및 사무소 현황’ 분석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해외 지사 및 사무소 전체 현황은 그간 한 번도 체계적으로 정리돼 공개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선심성 해외 파견이나 조직 확장의 수단으로 해외 사무소를 활용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예정처에 따르면 공공기관 수는 2021년 350개에서 2024년 327개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정부가 공공기관에 지출한 순지원 금액은 약 97조 8500억 원에서 약 128조 원으로 오히려 30%가량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해외 지사와 사무소에 투입되는 금액이 증가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해외 지역에 진출한 각 공공기관의 역할과 조직 관리의 적절성, 사업 관리 실태 등을 점검할 필요성이 커졌다.
문제는 최근 한류 확산 등에 힘입어 해외 거점이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나 비효율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10월 기준 25개국 30개 센터를 운영 중인데 2023년 이후 3년간 20개소가 늘어 이전 13년간 증가분(6개소)의 세 배를 웃돌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2024년 한 해에만 14개소가 동시 개소됐다”며 “급증하는 한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신규 거점의 네트워크 구축과 인력 역량 확보, 현지 시장 이해도 제고에는 통상 2~3년이 걸려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각 기관이 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해외 진출을 결정하다 보니 주요 해외 거점에서는 다수의 공공기관이 한 도시에 밀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캐나다 토론토에는 한국관광공사·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교육원·세종학당재단이 각각 사무소를 운영하며 K컬처 확산을 위한 기능을 병렬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관광·콘텐츠·교육·문화·수출 등 분야는 다르지만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국내 문화 홍보, 기업 지원 등 유사 기능이 중복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예산 비효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한국벤처투자도 해외에 진출해 있지만 기업 지원 측면에서는 KOTRA(코트라)와 수행 기능이 상당 부분 겹친다”며 “전달 체계만 다를 뿐 실제 현지에서 하는 일은 유사한 경우가 많아 기능이 비슷한 조직은 통합하거나 한쪽으로 역할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정경제부 역시 공공기관 해외 사무소의 비효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분산된 거점을 통합하는 ‘K-마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해외 지사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기업 지원 서비스를 일원화하는 방식으로, 현재 로스앤젤레스(LA)와 하노이 등 주요 거점에서 시범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여러 기관을 따로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고 기관 간 협업을 강화해 행정비용 절감과 시너지 창출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기능 중첩 문제를 단순히 무 자르듯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얼핏 겹치는 업무로 보여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능과 역할이 구분돼 실제 수행하는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업계의 한 관계자는 “KOTRA 무역관의 경우 현지에서 무역 지원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다른 기관들이 추가되는 일도 있다”며 “기존 진출 기관이 새로운 기관에 대한 인큐베이팅(육성) 기능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외 거점은 본사의 기능을 현지에서 수행하는 ‘확장 조직’ 성격이 강하다 보니 결국 본사 통폐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정처 관계자는 “해외 사무소는 국내 본사의 기능이 현지로 확장된 성격이 강해 본사의 업무 연장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본사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해외 거점만 따로 통폐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국내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통폐합과 기능 재조정을 포함한 구조 개혁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등을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유사 기능 기관 간 재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밖에 5대 발전 공기업(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통합, 국가데이터처와 산하기관을 합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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