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밝힌 자율주행 로드맵…유럽 DCAS 규제 대응 ‘포석’ [오토노믹스]
G90 부분변경에 올해 레벨2+ 적용
레벨3 철회 후 책임 구조 바꿔 재시동
BMWㆍ지리 이어 글로벌 인증 경쟁

[대한경제=강주현 기자]현대자동차가 지난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율주행 로드맵을 공개했다. 올해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 모델에 레벨2+(고속도로 핸즈오프)를 적용하고, 내년 차세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차종에 고속도로 NOA(내비게이션 기반 자율주행)수준의 주행 지원을 제공한다. 2028년에는 제네시스 고급 대형 모델에 레벨2++(도심 NOA)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개별적으론 이미 알려진 계획들이지만, 차종과 시기를 한데 묶으며 일정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로드맵이 유럽 DCAS(운전자 주행보조 시스템, 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 규제 도입 흐름에 맞춘 포석으로 해석한다.
◆달라진 접근법
현대차그룹의 레벨2(부분 자동화) 이상 자율주행 양산 적용은 이미 수차례 좌절을 겪었다. 2022년 하반기로 예정했던 제네시스 G90의 레벨3(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 탑재를 무기한 연기했고, 이듬해 기아는 EV9에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HDP)을 적용하려다 철회했다. 이후 구체적인 자율주행 양산 적용 일정은 2027년 이후로 밀려났다.
이번 로드맵은 접근법부터 다르다. 기술보다 규제ㆍ책임 구조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2022년에는 시속 80㎞ 이하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전담하는 레벨3를 목표로 했다. 시스템이 운전하는 구간에서 사고 시 제조사가 책임을 진다. 이번엔 운전자 책임 아래 핸즈오프를 허용하는 레벨2+ 수준이다. 기술을 레벨3에 가깝게 올리되 법적 부담은 운전자에게 두는 구조다. 연내 G90에 적용한다는 기술도 기존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를 보완ㆍ고도화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기술수준도 자연스러운 차선변경까지 가능할 정도로나쁘지 않았다”며 “레벨2 적용이라면 기술적으로 큰 변화는 없어 보이고, 규제를 따라가면서 자율주행 조직에 힘을 더 싣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가 정한 시간
업계는 현대차 로드맵 일정이 DCAS 확산 일정과 맞물린다는 데 주목했다. DCAS는 UNECE(유엔유럽경제위원회)가 마련해 2024년 9월 발효한 국제 규제(UN R171)로, 고속도로 핸즈오프ㆍ자동 차선 변경 같은 고도화된 레벨2 주행보조의 성능ㆍ운전자 감시ㆍ경고 체계를 일괄 규정한다. 레벨2++ 수준까지 포괄하며, EUㆍ일본ㆍ한국 등 59개국이 당사국이다. 이 기준을 자국법에 반영한 국가에서는 고도화된 레벨2 기능을 탑재한 차를 팔 때 R171 형식승인이 필요하다. 한국은 2027년 말에서 2028년 사이 적용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중론이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능을 비활성화한 채 출시하거나, 해당 시장 판매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을 맞추면 글로벌 공통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어 수출ㆍ인증 대응이 수월해진다. 현대차처럼 글로벌 시장에 차를 파는 완성차 업체로서는 이 기준을 전제로 신차를 개발하는 게 사실상 필수다.
유럽에서는 BMW가 신형 iX3로 독일에서 최초 승인을 받았고, 지커ㆍ링크앤코 등을 보유한 중국 지리자동차도 올해 3월 R171 인증을 획득하는 등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현대차가 주총에서 레벨2+ 일정을 못 박은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은 과제는
주총 로드맵이 전부는 아니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을 도입하고, 포티투닷의 자체 기술 ‘아트리아AI’도 고도화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술이 양산차에 올라가는 건 내년 이후 SDV 차종부터다. 당장의 G90 레벨2+ 적용과는 성격이 다른중장기 투자다.
규제 대응과 기술 고도화, 두 전략을 하나의 양산 계획으로풀어내는 게 남은 과제다.다음달 9일 기아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박민우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이 그룹 자율주행 전략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 그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오토노믹스(Autonomics)
자동차 기업 실적표 너머의 전략, 지분율 뒤의 승부수, 투자에 담긴 베팅을 읽습니다.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오토노믹스가 풀어냅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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