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틱톡 가입하고 포인트 내놔” 앱에서 돈 뺏는 ‘사이버 학폭’

“당장 가입하고 영상 시청해. 집에 가기 전까지 포인트 얼마나 쌓여 있는지 모두 검사 맡아.”
영남 지역의 한 중학교 2학년 A군은 얼마 전 같은 반 친구 30여 명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숏폼(짧은 길이의 동영상) 앱인 ‘틱톡 라이트’에 가입해 영상·광고를 시청하면 받을 수 있는 현금성 포인트를 매일 상납하라는 것이었다. A군의 압박에 못 이겨 친구들은 수업 시간에 틱톡 라이트에 들어가 몇 시간씩 영상을 봐야 했다. 피해 학생 일부가 극심한 불안 증세를 호소했고, 이를 알게 된 학부모가 신고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틱톡 라이트는 기존 틱톡 앱보다 저화질 영상을 재생하는 경량 버전이다. 이 틱톡 라이트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디지털 다단계’식 갈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국내 틱톡 라이트 월간 사용자 수는 약 833만명으로 기존 틱톡 사용자 수(약 662만명)를 앞질렀다. 틱톡 라이트는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국내 전체 앱 설치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 앱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강력한 현금 보상 때문이다. 틱톡 라이트는 친구를 초대하거나 영상을 시청한 뒤 ‘좋아요’를 누르는 단순 작업만 해도 초대한 추천인에게 수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이 넘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준다. 계좌 이체 방식으로 현금을 받거나 네이버 포인트 등으로 바꿀 수 있다. 10~100원 단위 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하는 다른 앱보다 보상 규모가 크다. 이렇다 보니 이를 악용해 또래 학생에게 앱 가입, 영상 시청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들에게 ‘초대 압박’을 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와 친척을 동원해 앱 가입자를 늘리게 강요하는 것이다. 학생 한 명당 지인 10명 이상씩 가입해 오라는 ‘일진’ 무리들의 압박에 일부 학생은 부모나 친척 등을 앱에 가입시키고 추천인란에 가해 학생 아이디를 넣도록 한다고 한다.
틱톡 라이트 앱 가입은 만 14세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쌓인 포인트를 계좌 이체 방식으로 현금화하는 건 만 19세 이상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 부모나 친척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피해 학생 부모 계좌로 돈을 보내도록 한 뒤 그 돈을 피해 학생에게 현금으로 뽑아 오라고 하는 식이다. 학교폭력 전문 이호진 변호사는 “타인의 개인 정보를 현금화 등에 몰래 이용하는 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학교는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인트 출금을 강요한 가해 학생이 “친구가 선물로 해준 것”이라고 둘러대는 경우가 허다해 강요 여부를 밝혀내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강원 동해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 임모씨는 “휴대전화 앱을 이용한 괴롭힘은 기존 물리적 폭력보다 은밀하게 이뤄진다”며 “피해 학생들도 학교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신고도 많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장소에 관계없이 24시간 이뤄지는 게 ‘사이버 폭력’이다. 이 때문에 피해 학생이 겪는 고통은 물리적 폭력 못지않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들의 사이버 폭력 신고 건수는 2020년 2466건에서 2024년 4534건으로 4년 새 배 가까이 증가했다. 도박 사이트 가입을 강요해 부모 명의로 계정을 만들게 한 뒤 수익을 빼앗거나 손실을 떠넘기고, 게임 계정을 통째로 빼앗거나 친구 명의로 자동 결제를 등록해 돈을 빼간 사례가 많다. 친구 계좌를 공유 자전거 결제 수단으로 등록해 요금을 떠넘기는 ‘생활형 갈취’도 잇따르고 있다. 청소년 폭력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가(假)계정을 이용하거나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사이버 학폭 수법이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현금성 보상’이 결합된 앱을 적극적으로 규제한다.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과몰입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 2024년 틱톡 라이트의 현금 보상형 모델이 청소년들의 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그해 4월 틱톡이 먼저 “(유럽 지역에서) 현금 보상 기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계 5위 기름 수출국 한국,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질 때 생기는 일”
- 잡는대로 비늘 벗겨 냉동한 ‘부산’ 병어, 20마리 2만원대 초특가
- 美 대박 한국 레이저 동전 파스, 기자가 써보니 “근육통 절반으로 줄어”
- 36만개 히트 21차 연속 완판 화제의 ‘염색 샴푸’, 조선몰 단독 특가
- 인플레이션 우려도 넘은 기술주, S&P500 최고치 다시 경신
- 음악 8000곡 자체 저장, 완벽한 방수에 귀 안 막는 운동 특화 골전도 이어폰
- 이것 먹고 영양제 끊었다, 컬리케일 분말을 먹기 시작한 후 몸에 온 변화
- ‘플레이 보이’ 프랭크 시나트라 “나는 여자 관계에 실패했다”
- [단독] 커지는 싱크홀, 25평 아파트 158채 넓이 꺼졌다
- [단독] 주한미군 일부 부대, 한국 벗어나 필리핀서 다국적 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