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재취업 울리는 악의적 임금체불…사기죄로 처벌된다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2026. 3. 3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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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노무·교육: <43> 중년 재취업 임금체불 피해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근로기준법 위반 벌금형 선고 그쳐
악의적 임금체불, 사기죄 고소 가능
고용노동부·구인구직 사이트 확인

Q: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던 40대 주부 A씨. 최근 큰맘을 먹고 구직에 나서, B학원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B학원이 제시한 근로계약은 6개월 수습기간에는 최저임금 180만 원을 받되 수습이 끝나면 일반 강사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수습기간 후 첫 월급날, 통장에는 월급이 아예 입금되지 않았다. 학원 대표 C씨에게 항의하자 "며칠 안에 지불하겠다"고 했다. B학원은 10여 개의 가맹학원을 둔 규모 있는 학원이었고 업계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곳이었다. A씨는 그 말을 믿고 2개월 다 근무했으나, C씨는 체불임금을 주지 않은 채 몇 달 뒤 폐업 신고를 하고 학원을 정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B학원은 A씨를 채용할 당시 이미 수억 원 채무를 지고 있었고, 예금계좌도 가압류되는 등 강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 C씨에게는 과거 임금체불 전력도 있었다. C씨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A씨의 800만 원 임금은 끝내 지급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C씨는 상호만 바꿔 다시 학원을 개업했다.

A: 최근 A씨처럼 재취업이 절박한 중·장년층의 상황을 이용해 노동력을 제공받고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학원, 건설업, 요식업 등 인력 교체가 잦은 업종에서 이러한 문제가 특히 반복된다. 임금 지불을 독촉하면, 사용자는 "며칠만 기다려 달라", "곧 자금이 들어온다"고 시간을 끌다가 결국 사업을 정리하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A씨 역시 대표의 말을 믿고 몇 달을 기다렸지만, 그사이 학원은 폐업 신고가 이루어졌고 임금은 끝내 지급되지 않았다.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의 가장 손쉬운 구제책은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이다.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경우 통상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A씨에 피해를 준 학원대표 C씨처럼 벌금을 낸 뒤에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더 이상은 방법이 없을까. 악의적 임금체불의 경우에는 사기죄 고소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임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근로자를 채용했거나, 거짓말로 근로를 계속하게 했다면 단순한 임금체불을 넘어 형법상 사기죄로 문제 될 수 있다. 사기죄는 상대방을 속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결과 재산상 처분행위를 하게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성립한다. 근로계약에서도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거짓이었다면, 근로자가 제공한 노동력 자체가 편취된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다.

우리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 임금체불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과 사기죄는 보호 법익과 구성요건이 달라 별개의 범죄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체불로 처벌받았더라도 별도로 사기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임금체불이 곧바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처의 부도나 경기 악화 등으로 갑자기 현금 유동성이 악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사기죄보다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나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A씨의 사례를 보면 학원은 채용 당시 이미 수억 원의 채무가 있었고 계좌도 가압류된 상태였으며 세금도 장기간 체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표 C씨는 "곧 자금이 들어온다"고 속이며 임금 지급을 미루다가 결국 폐업 신고를 하고 학원을 정리했다. 이러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따라서 A씨와 같은 중년 취업자들의 경우 계약서에 서명하기 이전에 고용주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손쉬운 방법은 임금체불 경력이 있는 '체불사업자 명단'의 확인이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또는 관보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임금체불 2회 유죄 확정된 자로서 공개 기준일 이전 1년 이내 체불액이 3,000만 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구인구직 사이트나 관련 업계에서의 평판 확인, 4대보험료나 세금 체납 여부 확인, 근로계약서 검토 및 A씨의 경우와 같이 수습기간 적은 급여를 주고 그 이후 통상임금보다 많은 급여를 주는 등의 특수한 계약을 제의할 경우도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

재취업을 간절히 바라는 중년 근로자에게 일자리는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중요한 기회다. 이런 절박함을 이용해 노동력을 제공받고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넘어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 임금은 근로자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ㆍ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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