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서 입증된 ‘K방산’… “우리 먼저” 전 세계가 줄 섰다
K9 자주포, 동남아-유럽선 ‘명품’
경공격기 FA-50 필리핀 추가 수출… 정부 ‘수출 200억 달러’ 시대 추진
방산 혁신 기술 생태계 구축 관건


실전에서 검증된 K방산의 ‘프리미엄’
방산 시장에서 최대 경쟁력은 실전 경험이다. 시험평가에서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보인 무기라도 실제 교전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천궁-Ⅱ의 실전 성과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중거리 방공무기 체계가 실제 탄도탄 요격 능력을 과시하면서 글로벌 방공무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체계는 실전 성능이 입증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며 “천궁-Ⅱ처럼 해외로 수출된 국산 무기의 교전 성과가 이어지면 K방산에 대한 러브콜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잇단 국제적 분쟁 등 글로벌 안보환경의 불안정성은 K방산의 수출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무기 재고를 빠르게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동유럽 국가들은 노후 장비 교체 수요가 급증했고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로 중동 국가들도 앞다퉈 방공무기 확충 등에 발 벗고 나선 형국이다.
또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등을 겪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자국군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무기 공급처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동남아는 K방산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시장에서 전례없는 부흥기를 맞은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성장을 지속하려면 미래 첨단기술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우주 기술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방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0대 국방전략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기술 선도형·개방형 연구개발 체계로 전환하고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통해 방산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나 핵심 부품의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가 선결 과제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를 위해선 민관학 연구 인력과 기술을 한데 모아서 AI와 빅데이터,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방위산업에 접목해 국산 무기 장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만이 생산할 수 있는 첨단무기용 국방 반도체를 개발하고 항공기 엔진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 게임 체인저급 기술을 갖춘 민간 중소기업의 방산 분야 진출을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K방산이 단순한 무기 수출 산업을 넘어 첨단 기술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평가한다. 군 관계자는 “실전에서 검증된 무기체계와 빠른 생산 능력, 가격 경쟁력에 미래 기술까지 결합할 수 있다면 K방산은 세계 방산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K방산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현지 생산 거점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등 K방산 수입국의 ‘니즈’를 충족하는 동시에 추가 수요 창출 등 파급 효과를 높이는 ‘주요 거점별 현지화’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
방산업계 관계자는 “영연방 국가인 호주에 레드백 장갑차와 K9 자주포 생산 공장을 설립한 것처럼 K방산의 수출 영토를 넓히기 위한 ‘교두보’로서 현지 생산 거점 전략에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팀 전략’ 등 민관군 총력전 나서야
K방산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방산 강국들이 자국 방위산업 재건과 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방위산업 분야에서 ‘바이 유러피안’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유럽 방산시장 진출에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K방산의 성패가 무기 성능뿐 아니라 외교, 산업 협력, 금융 지원을 결합한 ‘패키지 전략’에 달려 있다고 본다. 특히 수출 금융 지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방산과 원전 등 전략 산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향후 5년간 100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방산 계약이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만큼 안정적인 금융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대형 방산 사업이 정부 간 거래(G2G)와 산업 협력, 금융 지원을 결합한 형태로 재편되면서 기업 단독 역량만으로는 수주가 힘든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약 60조 원 규모로 추진되는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역시 이런 기류를 반영하는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수주 구조 속에서 중소 협력업체의 역할을 확대하고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도 주요 국정 과제로 ‘K-방산 육성 및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제시한 가운데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방산 수출 200억 달러 시대를 열고 방위산업을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천궁-Ⅱ의 실전 능력 입증 등으로 촉발된 K방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더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과 새로운 시장 개척 등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민관군이 ‘원팀’으로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총력전을 펼칠 때”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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