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서 입증된 ‘K방산’… “우리 먼저” 전 세계가 줄 섰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2026. 3. 3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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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세계를 향해 날다] UAE에 수출된 유도무기 ‘천궁-Ⅱ’… 이란의 탄도미사일 정확히 요격
K9 자주포, 동남아-유럽선 ‘명품’
경공격기 FA-50 필리핀 추가 수출… 정부 ‘수출 200억 달러’ 시대 추진
방산 혁신 기술 생태계 구축 관건
2024년 11월 서해 지역에서 진행된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국산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Ⅱ’가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천궁-Ⅱ는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가 연이어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 UAE에 실전 배치된 천궁-Ⅱ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K방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DB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초기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국산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천궁-Ⅱ’가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K방산’이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전 환경에서 요격 성능이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높아지고 중동과 유럽, 동남아 등에서 K방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UAE는 천궁-Ⅱ 요격미사일의 추가 납품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는 전쟁 격화에 대비해 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을 빠르게 강화하려는 중동 국가들의 안보 수요와 맞물려 한국 방산 기술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아울러 다연장 로켓 ‘천무’ 등 국산 무기의 수출 계약이 잇따라 체결되면서 K방산의 국제적 위상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실전에서 검증된 K방산의 ‘프리미엄’

방산 시장에서 최대 경쟁력은 실전 경험이다. 시험평가에서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보인 무기라도 실제 교전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천궁-Ⅱ의 실전 성과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중거리 방공무기 체계가 실제 탄도탄 요격 능력을 과시하면서 글로벌 방공무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체계는 실전 성능이 입증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며 “천궁-Ⅱ처럼 해외로 수출된 국산 무기의 교전 성과가 이어지면 K방산에 대한 러브콜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잇단 국제적 분쟁 등 글로벌 안보환경의 불안정성은 K방산의 수출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무기 재고를 빠르게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동유럽 국가들은 노후 장비 교체 수요가 급증했고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로 중동 국가들도 앞다퉈 방공무기 확충 등에 발 벗고 나선 형국이다.

또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등을 겪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자국군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무기 공급처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동남아는 K방산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경공격기 FA-50.
이는 수출 성과로도 증명된다. 베트남은 지난해 8월 K9 자주포 20문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한국 정부와 정부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동남아 국가 중 최초로 K9 자주포를 도입하는 사례이자 국산 무기체계가 공산권 국가에 수출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K9 자주포는 폴란드와 노르웨이, 핀란드, 튀르키예, 호주, 루마니아, 인도, 이집트, 에스토니아 등에 수출되며 글로벌시장에서 명품 무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또 지난해 6월에는 FA-50 국산 경공격기 12대를 필리핀에 추가 수출(약 1조 원)하는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국산 다연장로켓 ‘천무’.
정부 관계자는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 미사일, 군함 등 육해공 주요 무기 체계를 개발·생산해 수요국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 적기에 납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곤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했다. 주변국 위협 등 국제정세 위기에 맞서 단기간에 자국의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는 수요국에 K방산의 강점인 ‘패키지 공급 능력’이 최적의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K방산 더 도약하려면 미래 기술 확보가 관건”

세계시장에서 전례없는 부흥기를 맞은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성장을 지속하려면 미래 첨단기술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우주 기술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방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0대 국방전략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기술 선도형·개방형 연구개발 체계로 전환하고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통해 방산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나 핵심 부품의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가 선결 과제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를 위해선 민관학 연구 인력과 기술을 한데 모아서 AI와 빅데이터,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방위산업에 접목해 국산 무기 장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만이 생산할 수 있는 첨단무기용 국방 반도체를 개발하고 항공기 엔진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 게임 체인저급 기술을 갖춘 민간 중소기업의 방산 분야 진출을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K방산이 단순한 무기 수출 산업을 넘어 첨단 기술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평가한다. 군 관계자는 “실전에서 검증된 무기체계와 빠른 생산 능력, 가격 경쟁력에 미래 기술까지 결합할 수 있다면 K방산은 세계 방산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K방산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현지 생산 거점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등 K방산 수입국의 ‘니즈’를 충족하는 동시에 추가 수요 창출 등 파급 효과를 높이는 ‘주요 거점별 현지화’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

방산업계 관계자는 “영연방 국가인 호주에 레드백 장갑차와 K9 자주포 생산 공장을 설립한 것처럼 K방산의 수출 영토를 넓히기 위한 ‘교두보’로서 현지 생산 거점 전략에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팀 전략’ 등 민관군 총력전 나서야

K방산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방산 강국들이 자국 방위산업 재건과 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방위산업 분야에서 ‘바이 유러피안’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유럽 방산시장 진출에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K방산의 성패가 무기 성능뿐 아니라 외교, 산업 협력, 금융 지원을 결합한 ‘패키지 전략’에 달려 있다고 본다. 특히 수출 금융 지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방산과 원전 등 전략 산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향후 5년간 100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방산 계약이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만큼 안정적인 금융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대형 방산 사업이 정부 간 거래(G2G)와 산업 협력, 금융 지원을 결합한 형태로 재편되면서 기업 단독 역량만으로는 수주가 힘든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약 60조 원 규모로 추진되는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역시 이런 기류를 반영하는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수주 구조 속에서 중소 협력업체의 역할을 확대하고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도 주요 국정 과제로 ‘K-방산 육성 및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제시한 가운데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방산 수출 200억 달러 시대를 열고 방위산업을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천궁-Ⅱ의 실전 능력 입증 등으로 촉발된 K방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더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과 새로운 시장 개척 등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민관군이 ‘원팀’으로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총력전을 펼칠 때”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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