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취소했다 땅 치고 후회" 중동 전쟁에 휘청거리는 일상

허유정 2026. 3. 3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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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이면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업하시는 부모님을 뵈러 갔는데 아버지는 내년에야 뵙겠네요."

대학생 허윤진(25)씨는 29일 항공권 예매 사이트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허씨는 "지난달 예매해 둔 항공권을 취업 준비 일정 때문에 취소했다가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며 "비용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최근 LCC가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비행을 취소하는 경우도 많아 그냥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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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유가 급등
택시 운전기사 "하루 수익 20% 감소"
대중교통 이용하고 에너지 절약 실천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 커져
5일 인천국제공항에 각종 여객기가 서 있다. 뉴스1

"매년 4월이면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업하시는 부모님을 뵈러 갔는데… 아버지는 내년에야 뵙겠네요."

대학생 허윤진(25)씨는 29일 항공권 예매 사이트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4월에 출발하는 하노이행 항공권을 왕복 40만 원대에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평소 20만 원대였던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권마저 80만 원대로 훌쩍 뛰었다.

허씨는 "지난달 예매해 둔 항공권을 취업 준비 일정 때문에 취소했다가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며 "비용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최근 LCC가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비행을 취소하는 경우도 많아 그냥 포기했다"고 말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평범했던 일상이 휘청거리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돼 유가가 치솟은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시장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민생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도 어려워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29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서민들에게 가장 큰 부담 요인은 기름값이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만, 27일부터 적용된 2차 최고가가 휘발유 1,934원(리터당), 경유 1,923원으로 1차 때보다 210원씩 오르면서 소비자 가격 2,000원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운수업 종사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택시 운전기사 이상근(65)씨는 "기름값이 오르고 승객도 많이 없어 수익이 20%가량 감소했다"며 "지방에서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며 버티고 있지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도로 위 차량 통행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대전에 사는 조모(63)씨는 "회사까지 차로 5분이면 가지만 버스를 타면 35분 걸린다"며 "대신 기름값을 한 달에 15만 원 정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통카드 빅데이터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주간 평균 전국 대중교통 통행량은 지난달 25일 2,263만 건에서 이달 18일 2,463만 건으로 3주 만에 약 8.9% 늘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시한 에너지 절약 12가지 국민행동.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유가에 영향을 받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공포가 크다 보니 '자린고비' 전략도 등장했다. 주부 전미혜(56)씨는 "빨래는 일주일에 2번으로 줄이고, 보일러도 기상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눈 뜨자마자 잽싸게 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선호(26)씨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변기 물도 모아 한 번에 내린다"고 했다. 정부 역시 에너지 절약을 당부하며 △적정 실내온도 유지 △불필요한 조명 끄기 등 실천 방법 12가지를 제시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외벽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고환율 여파로 해외 직구, 해외 여행도 움츠러들었다. 전쟁 직전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16년째 해외 직구를 해 왔다는 이병훈(57)씨는 "예전엔 분기마다 10번 정도 주문했지만, 최근에는 3번 정도로 줄이고 영양제 등 꼭 필요한 것만 산다"고 밝혔다. 대학생 박예카(21)씨도 "어머니 생일을 맞아 가까운 일본이라도 다녀오려 했지만 환율이 부담스러워 용산 데이트로 대신했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도 서민들의 삶을 옥죄는 요인 중 하나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27일 3.572%에서 이달 27일 4.119%로 0.547%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로 3억 원을 빌린 이모(44)씨는 "이자가 한 달에 수십만 원 늘었다"며 "아이 키우는 데 돈은 계속 들어가고 줄일 데도 없어 버겁다"고 했다. 차량 구매를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이모(33)씨 역시 "이자 부담 때문에 생일에 가족끼리 선물도 생략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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