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원오 "서울 곳곳 '제2 성수동' 만들 것... 주변 70% 가격 실속형 아파트 공급 늘리겠다"

이서희 2026. 3. 3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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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인터뷰]
"행정 없었으면 지금의 성수 있었겠나
대통령과 소통 우려? 일잘러끼린 통해
명픽 없었어도 내 가능성은 충분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당동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은 6·3 지방선거 출사표를 낸 여야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 유일하게 중앙정치 경험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정 전 구청장을 공개 칭찬하기 전까지, 그를 잘 몰랐다는 시민이 적잖은 이유다. 그러나 정원오를 몰라도 그의 치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수동 성공 신화다.

쇠락해가는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은 그가 세 번의 구청장을 지낸 지난 11여 년 동안 서울에서 첫손에 꼽히는 '힙한 동네'로 재탄생했다. 낡은 공장을 무작정 철거하는 '텅 빈 재개발' 대신 상생의 토대를 닦았고, 그 자리에 현대적 카페와 갤러리, 상점들이 터를 잡았다.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 등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자, 성동구 전역에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났다. 일하고, 소비하고, 머무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순환하면서 도심은 변화를 거듭하며 진화했다.

정 전 구청장은 "내가 아니었어도 성수동이 각광받았을 수도 있다"면서도 "내 행정이 아니었다면 지금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성기를 지나서도 여전히 발전하는 지역이 성수동 말고 또 있나"고 되물으면서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내달 7~9일 본경선을 통해 확정된다. 유력 주자인 정 전 구청장과 인터뷰는 26일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당동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나도 정원오 좀 써보자' 권유에 출마 결심"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

"저는 시민들이 기뻐할 때 행복을 느낀다. 자신들이 바랐던 일들이 행정으로 만들어지고 불편했던 부분들이 해소되자 기뻐하는 성동구민들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3선 임기가 끝나가면서 구민들 권유가 쏟아졌다. 다른 구 시민들도 '나도 정원오 좀 써보자' 하시더라. 더 많은 분들에게 기쁨을 드릴 것을 상상하니 가슴이 뛰었다. 서서히 결심이 굳어졌다."

-성수동의 성공은 구청장 한 사람 노력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성수동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건 붉은 벽돌 건물들이다. 공장들을 다 철거하고 아파트를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구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붉은 벽돌 마을' 사업을 결정했다. 성수동 신화가 시작된 서울숲 '아틀리에길'이 탄생한 배경이다. 처음에는 사진 찍기 좋은 장소였지만, 소셜벤처 지원 사업 등이 성과를 내면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었다. 기업과 시민이 제안하고 성동구가 행정과 제도, 예산으로 뒷받침해 이룬 성과다."

-성동구가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으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어린이집이 많고, 집 근처에 아이들이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곳으로 만들려 했다. 기초자치단체의 핵심 역할이기 때문이다. 공보육률(국공립·구립 어린이집 이용 가능 비율) 1위이고, 부모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라 생각했는지 서울 자치구 중 5년간 출생률 평균 1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은 광역자치단체 서울시 역할이다. 특히 주거 일자리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주거비도 맞춤형으로 낮춰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경선 투표 마지막 날이었던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한 시민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거품 빼 가격 낮춘 실속형 아파트 공급 확대"

정 전 구청장은 서울시장 선거 최대 현안이기도 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재개발·재건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가 분양가 경쟁만 하는 지금의 공급 방식은 다양한 주거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영장·식당은 물론 오페라 하우스까지 기본으로 하는 아파트 부대시설 문제를 지적하면서다. 거품을 빼고 꼭 필요한 것만 갖춘다면 주변 시세의 70~80% 가격에 분양할 수 있다는 게 정 전 구청장 판단이다. 그는 "가격을 낮춘 실속형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실속형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에는 시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실현 가능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개발·재건축 인허가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인가.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공급이 중요하다. 주거 수요 전부가 재개발·재건축 주택은 아니다. 그거는 그거대로 안전하고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되, 장기전세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주거 공급도 늘려야 한다. 임대아파트도 많이 제공해야 한다. 원룸 주거비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성동구 상생학사(공공기숙사) 정책을 확대해 주요 대학가 주변에 2만 호를 만들겠다. 이 대통령의 청년 주거 공약이기도 하다."

-서울 전역을 30분 통근권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통근 시간 단축은 시민 삶의 질을 위해서도,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지하철, 고속도로 신설 등에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4년 임기 시장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 서울시내 버스 노선은 무려 20년 간 개편이 없었다. 막대한 인력, 비용 등이 드니 어려워서 안 한 건데, 어려운 일일수록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 개편을 통해 누구나 5분 거리에 버스정류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것만 해도 이동에 쓰는 시간을 확 줄일 수 있다."

-그래도 일터가 멀면 30분 내 통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서울 곳곳에 '제2의 성수동'을 만들어야 한다. 성수동에 업무지구가 만들어지니 직주근접이 가능해졌고 자연스럽게 살기 좋은 주거지로 변모했다. 구청 단위 행정으로 하는 것보다 서울시 차원의 도시계획으로 한다면 훨씬 수월해진다. 청량리, 연신내, 신촌·홍대 일대 등 교통중심지를 거점으로 업무지구를 조속히 조성해야 한다. 관악에는 산·학 클러스터, 스타트업 밸리를 만들 수 있다. 교통과 집값 문제도 해소하고, 강남북 격차도 좁힐 수 있는 방법이다. 각 지역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방안을 제시해 주면 시는 제도와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당동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李, 성동구 모범 사례로 여러 차례 언급"

정 전 구청장은 이른바 '명픽'이 아니었더라도 결국은 시민들이 자신을 골라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야 경쟁자들이 유독 높은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데 대해 "왜 나한테만 그러겠나"라며 "시민들이 객관적, 상식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비판 공세를 앞서가는 후보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시민들을 믿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명픽이 없었어도 지금처럼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겠나.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전에도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이 대통령 글 덕분에 그 시간이 단축됐고,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한 경쟁력도 확 올라간 듯하다."

-이 대통령과 의원들과 직접적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비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현역 의원이 캠프에 참여해 도와주고 있다. 진심으로, 한분 한분 삼고초려해 모셨다. 이런 게 정치력 아닐까. 칭찬 글 이전에도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성동구를 모범 사례로 꼽는 등 언급한 적이 많다.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끼리는 일로 알아보고, 일로 말하는 법이다. 그 이상 중요한 소통이 있나."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정책제안식에서 학생들의 질문지를 보고 있다. 정원오 후보 캠프 제공

"시장 되면 1호 업무 지시로 안전 진단 할 것"

정 전 구청장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1호 업무 지시'로 서울 전역에 대한 안전진단 및 점검 실시계획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상하수도 인프라, 싱크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공간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안전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처럼 무너져내리는 건 시간문제"라며 "안전해야 그다음 한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은 시정을 잘 해 왔다고 보나.

"대권을 꿈꾼 전임 시장들이 불행해지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오 시장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권 생각에 자세가 흐트러졌다. 큰 프로젝트를 위주로 하려다 보니 '세금 아깝다'는 소리도 듣고 (비용에 비해) 성과가 없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신통기획(재개발·재건축 촉진 사업)이나 서울런(온라인 강의 지원 사업), 9988(종합 건강 관리 서비스) 등의 기획 의도는 좋았다. 당선되면 보완할 것은 보완해 발전시키겠다. 시민 만족도가 낮은 사업은 폐기해야겠지만 '전임 시장 지우기'는 하지 않겠다."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큰 한강버스 사업은 백지화할 건가.

"전면적 안점 점검을 먼저 하겠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에게 안전하다는 판단을 받는다면 관광용으로 운영할 것이다. 반대라면 매몰비용이 아까워도 폐기하는 게 맞다."

-이번 서울시장은 임기가 끝날 때쯤 대선이다. 출마할 생각이 있나.

"전혀 생각 없다. 시장 연임도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시장이 돼서 구청장 할 때 그랬듯 4년간 진심과 최선을 다해 시민들에게 '표와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서울시민들에겐 시민만 바라볼 시장이 필요하다. 나에게 거는 기대도 그것일 것이다. 내가 딴 생각을 해서야 되겠나."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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