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규제 개혁,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성공한다

박병원 퇴계학연구원 이사장·前 청와대 경제수석 2026. 3. 2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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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로 무산된 사업 살려
투자 활성화, 고용 창출해야
비협조 부처는 장관 문책을
악질적 규제의 배후에는
기득권자·국회의원 있어
무인택시는 왜 못 하나?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가 시범 주행을 하고 있다. 이 무인 택시는 상업용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량으로 올해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승객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인데 정작 기술을 가진 국내에서는 여러 규제와 업계 반발로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코스피가 5000을 웃도는 주식시장 활성화는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이어져야 완성된다. 그런데 국민들이 소비를 줄이고 빚까지 내서 주식 투자에 몰두하다 보니 실물 소비와 실물 투자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정책의 최종 목표는 뭐니뭐니 해도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고유가로 인한 부담 완화, 소상공인과 취약 계층 지원, 외부 리스크에 노출된 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추경을 고려하고 있는 모양인데 역시 실물 투자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 지역화폐로 소비를 지원해도 지원받은 만큼 자기 돈을 아껴서 주식 투자를 한다면 그 효과가 전보다 더 적지 않을까 걱정된다.

결국 고용 창출은 민간 투자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규제 때문에 무산된 사업들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확실하지 않을까? 실물 투자로 일자리 창출과 소비·투자 증가의 선순환을 만드는 일은 유동성의 흐름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기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 많은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1998년 이후 총리가 주도했던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총리와 동급의 민간 부위원장 3명을 두는 규제합리화위원회로 확대 개편한 것이 이러한 인식에 입각하고 있다면 다행한 일이다. 법제처가 시행령, 시행규칙에 의한 규제 3500여 개를 3년에 걸쳐 정비하겠다고 보고하자 대통령은 1년 안에 해내라고 지시했다. 법 개정 없이 가능한 규제부터 신속히 개혁하려는 자세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법제처가 부처들을 제압하기는 쉽지 않다. 부처가 비협조적인 경우 대통령에게 직보하고, 대통령이 결론을 내려야 하며, 비협조적인 부처는 장관 등 고위 공무원을 문책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규제 개혁에 성공하려면 규제의 뿌리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나 공무원이 규제의 원흉이고 권한 유지를 위해 규제 혁파에 미온적이라고 흔히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제는 정부가 임의로 바꿀 수 없고 입법으로만 가능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임명직은 선출직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정치인들에게 순치되어 잘못된 규제 입법조차 막아낼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해졌다. 가장 악질적인 규제의 배후에는 경쟁을 꺼리는 기득권자들과 표를 의식해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기득권자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새로운 업태, 새로운 업체로 이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직 생겨나지 않았다. 정치권이 언제나 기득권을 편드는 이유이고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규제 개혁이 안 되는 이유다.

2022년 스타트업 관련 몇 개 기관이 세계 100대 유니콘 기업 중 55개는 한국에선 아예 불가능하거나 심하게 제한을 받는다는 공동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승차 공유(우버, 디디추싱), 공유 숙박(에어비앤비), 원격 의료(텔라닥), 유전체 분석(23앤드미), 핀테크(스트라이프) 등이었는데 그동안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되는 무인 택시를 한국에선 못 하는데 규제 개혁 운운하는 것은 좀 우습지 않을까? 다른 나라에서 이미 성공한 투자가 한국에서도 가능하도록 ‘이미 했어야 하는 규제 개혁’부터 당장 해야 한다.

규제가 오래되면 공기처럼 당연시되어 규제 개혁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수입 규제다. 최근 문제가 된 밀가루와 설탕의 가격 담합 배후에는 이런 수입 규제가 있다. 과감한 수입 개방으로 경쟁에 노출시키면 담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고, 부작용이 심한 가격 규제는 필요도 없게 된다. 조류 독감으로 달걀 공급이 부족하면 비행기로 수입하기까지 하는 나라가 왜 평소에 수입 개방을 통해 탄력적 공급이 가능하게 하지 않는가?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쟁을 통한 공급 확대이고, 새로운 사업자의 등장보다는 수입이 더 빠른 공급 확대 방법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모든 분야에 걸쳐 투자를 어렵게 하고 경쟁력을 잠식하는 고지가(高地價)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 이용과 관련된 규제, 대표적으로 농지·임야 전용에 대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인 농민이 원하고, 이 규제를 지키고자 하는 기득권 집단도 없는 농지 전용 규제조차 혁파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 정치권은 고지가를 유지하는 것이 이득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손톱 밑의 가시 뽑기나 전봇대 옮기기는 규제 개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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