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노리카·브라운포맨 합병 논의…창업가문 영향력 변수되나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사는 전날 기업 결합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재무 조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한편 거래가 실제로 성사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브라운포먼의 아메리칸 위스키와 데킬라 사업을 페르노리카르드의 글로벌 유통망과 보다 넓은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결합시킬 경우 연간 최대 4억5000만달러(약 67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페르노리카르의 포트폴리오는 두 카테고리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의 주요 제품에는 제임슨 아이리시 위스키, 앱솔루트 보드카, 페리에 주에 샴페인이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글로벌 1위 업체 디아지오에 맞서는 대규모 주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또 글로벌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의 협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창업가 가문이 여러 세대에 걸쳐 경영과 지배구조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여러 장애물을 극복해야 할 전망이다.
브라운포먼은 1870년 창립 이후 브라운 가문이 지배해 왔다. 창업자 조지 가빈 브라운의 5세대 후손들이 경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고 배우자를 포함해 100명이 넘는 가족 구성원들이 최소 67.5%의 의결권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로스캐피털의 빌 커크 애널리스트는 브라운 가문이 오랫동안 인수 제안을 거부해 와서 인수 대상으로서 공략하기 어려운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운포먼은 지난 2010년 회사 헌장을 버번 위스키 라벨에 인쇄해 가문의 통제 의지를 강조했고 2017년에는 콘스텔레이션브랜즈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페르노리카 주주인 퀼터체비엇의 크리스 베켓 애널리스트는 "쉽게 성사될 거래는 아닐 것"이라며 "가문 구성원과 일반 주주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조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브라운포먼의 시가총액은 약 120억달러(약 18조원)다. 페르노리카 시총은 약 170억달러(약 25조원) 수준이다.
페르노리카의 경우 전신 기업인 소시에테 리카르 창업자 손자인 알렉산드르 리카가 11년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리카 가문은 의결권의 약 21%를 보유하고 있지만 브라운 가문에 비해 경영에 크게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직까지 알렉산드르 리카의 명확한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주요 이사회 직책을 맡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페르노리카 입장에서 또 한 가지 우려는 거래 성사를 위해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가문의 영향력, 경영권, 본사 위치, 합병 회사의 상장 구조 등을 둘러싼 문제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재무 구조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페르노리카가 이와 같은 대규모 거래를 추진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페르노리카의 순부채는 지난해 12월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3.8배 수준이며 프리미엄 지급이 필요할 경우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는 페르노리카 주주들이 기대하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희석시킬 가능성도 있다. 베켓은 "시너지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페르노리카 투자자가 아니라 브라운포먼 투자자와 브라운 가문에 돌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최대 과제인 판매 둔화가 곧바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전 세계 주류업체들은 수년째 이어지는 수요 둔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소비재 산업 전반에서 주요 경영진 교체와 대규모 거래를 비롯해 큰 변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유니레버는 식품 사업을 경쟁사인 맥코믹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미국 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와 스페인 향수 기업 푸이치는 약 400억달러 규모의 합병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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