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민들 “못 참겠다”…분노로 타오른 ‘No Kings’

“관세·이민자 단속에 전쟁까지
시민은 안중에 없고 일방통행”
“관세에, 이민자 추방에, 그것도 모자라 전쟁까지…. 노 킹스 시위가 열릴 때마다 분노가 더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세 번째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또다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워싱턴·뉴욕·미니애폴리스 등 미 전역과 해외 주요 도시 등 3200여곳에서 열린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약 800만명의 시민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해 6월과 10월에 열린 1·2차 노 킹스 시위에는 각각 500만명과 700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실제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 집결지로 향하는 지하철은 집회에 참석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한 대를 그냥 보내야 할 정도였다. 시위가 거듭될 때마다 규모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참석자들이 집에서 만들어오는 손팻말에 담긴 요구사항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무차별 단속을 비판하는 ‘NO ICE’(아이스 반대) ‘NO CROWN’(왕관은 없다)이란 문구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면 이번에는 거기에 더해 ‘NO WAR’(전쟁 반대) ‘NO BOMB’(폭탄 반대)이 추가됐다.
‘파시즘에 반대하는 참전용사’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던 스콧 오클리(74)는 “참전용사로서 오늘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애국적인 의무”라면서 “나는 냉전 시기 파시즘에 맞서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서독에서 복무했다. 오늘 시위도 파시즘과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 전역을 휩쓴 반전 시위를 군인의 신분으로 지켜봐야 했던 기억을 떠올린 그는 “비슷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정부는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파시즘과 싸운 역사 거꾸로 되돌려”
오클리는 “파시즘에 맞서 싸운 수많은 참전용사의 희생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이 창설되고, 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제질서가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전쟁에 의존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그 희망적인 시대를 저버리고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위에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참석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버즈라는 이름의 한 남성은 “나는 우크라이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 왔다”면서 “이란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돕는 전쟁이다.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정부에 반대하지만, 전쟁은 해결방법이 아니다. 애초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킹스 시위가 거듭될수록 나의 분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케네디센터에 마음대로 자기 이름을 붙이고, 동맹을 배반하고 관세를 부과하고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모두를 소외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란 전쟁 등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곳곳에 반전 팻말
백악관 “좌파 자금 지원 산물” 평가절하…마가 진영서도 ‘불만’
이벳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여러 차례의 노 킹스 시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계속되는 데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지치지 않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에도 수만명이 몰렸다. 이곳은 지난 1월 ICE의 이민 단속 중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 등 미국인 2명이 총격을 받아 숨진 곳으로,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저항의 중심이 됐다. 배우 제인 폰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무소속) 등이 미니애폴리스를 찾았고, 굿과 프레티 추모곡인 ‘미니애폴리스의 거리’를 만든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인 브루스 스프링스틴, 존 바에즈 등이 공연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재집권 후 최저인 36%인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날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최 측은 아이다호, 와이오밍, 몬태나, 유타 등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에서 시위 참여를 등록한 이들의 숫자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날 집회를 평가절하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실제 대중의 지지는 거의 없는 “좌파 자금 지원 네트워크”의 산물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대이란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가 지난 13~18일 성인 3851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35세 이상 응답자의 70% 이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믿는다고 답했지만, 35세 미만 응답자에서는 그 비율이 49%에 그쳤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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