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생리대와 AI

임소연 동아대 융합대학 교수 2026. 3. 2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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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와 AI는 닮았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닮은 점은 둘 다 곧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 쓸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작년 말 이재명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 문제를 처음 언급한 이후 ‘100원 생리대’가 등장하더니 올해 7월부터 공공시설에 무료 생리대가 시범적으로 비치된다고 한다. 본격적인 공공생리대 사업은 내년부터 시작이다. ‘모두의 AI’는 지난 2월 발표된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의 주요 과제로 실려 있다. 최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구나 AI를 한글처럼 쓸 수 있도록” AI를 전 국민에게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전 국민 AI 경진대회가 연말까지 계속되며, 8월에는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오픈소스가 공개될 예정이다.

두 번째로 닮은 점은 아직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2017년 여성환경연대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생리대 파동’ 이후 1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유해성 여부가 완전히 규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시판 중인 유기농 생리대 14종을 대상으로 세포독성실험을 한 결과, 12개 제품에서 자궁내막세포 변형이 관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문제였다. 이 연구는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았고 오가노이드 모델을 사용했기 때문에 인간 자궁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이라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같은 연구진이 작년 10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29개 생리대 대부분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과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세포독성이 나타났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이는 유기농 생리대도 포함된 결과이다. 대통령이 “기본 품질을 갖춘 생리대를 싸게 만들어” 무상 공급하라고 지시했으니 ‘기본 품질’이 보장하는 안전성의 기준과 근거는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AI를 사용하는 사회는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리는 사회이기도 하지만 누구라도 안전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전의 속도가 개발과 활용의 속도만큼 빠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교롭게도 여성은 생리대와 AI 둘 다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성별이다. 이것이 세 번째 닮은 점이다. AI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고, AI가 대체할 것으로 우려되는 직업군에도 여성들이 많다. 남성 직장 상사가 여성 직원의 얼굴 사진을 도용해 AI로 생성한 합성 사진을 SNS에 게시해도 제재할 수 없다면 ‘누구나’ 인공지능을 쓰는 사회가 마냥 반가울 수 없다. 영국의 기술정책연구기관 GovAI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비서와 웹디자이너는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종으로 꼽혔다. 이 중에서도 비서와 같은 사무행정직군은 AI 사용에 대한 결정권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직 기회가 적어 적응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닮은 점이 중요하다. 공공생리대와 ‘모두의 AI’는 안전한 생리대, 안전한 AI의 표준을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리대와 AI 모두에서 안전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기본 품질’이다.

임소연 동아대 융합대학 교수

임소연 동아대 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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