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검찰이 대통령 고르는 나라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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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누군가 장래희망이 대통령이라고 하면 어른들이 "그러면 군인이 되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실질은 검찰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재편해야 한다는 국민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었다.
검찰 조직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국민적 불신, 대통령까지 정해주려는 권력을 통제하려면 수사권을 박탈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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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공정성 담보할 방안 고민할 때

어렸을 적 누군가 장래희망이 대통령이라고 하면 어른들이 "그러면 군인이 되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군부 독재가 아이들의 꿈이 되어버렸던 암울한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 군인이 아니라 검사가 대통령이 되고, 심지어 쿠데타까지 시도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에게 "검사가 되라"고 했어야 맞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개 공무원인 검사가 어떻게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까지 이어지는 직업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수십 년간 검찰이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본연의 목표보다 자기 조직의 목표를 앞세우는 별도의 권력 집단으로 공고해지는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검사가 국가가 아닌 자기 조직에 우선 충성하는 '조직원'들을 거느린 집단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소싯적에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건 그런 맥락에서 이해했어야 했다.
최근 몇 년간 뜨거웠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겉으로는 수사권을 누구에게 주느냐는 효율성의 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실질은 검찰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재편해야 한다는 국민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었다. 관련 법률들이 여러 해를 거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했지만 시종일관 입법의 가장 중요한 동기는 하나였다. 바로 '검찰 권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므로 그 권한을 축소하고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검사가 수사를 더 잘할 수 있다며 효율성을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의 공정성이다. 검찰 조직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국민적 불신, 대통령까지 정해주려는 권력을 통제하려면 수사권을 박탈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물론 수사와 기소가 반드시 늘 분리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정책적 선택의 문제이다. 많은 선진국이 그렇게 하고 있고 참고할 만한 선례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견제와 안전 기능에 강점이 있는 시스템이다.
며칠 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검찰청은 '공소청'이 되었다. 검사는 원칙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게 된다. 공소청장은 과거와 같이 담당 검사를 교체해버리는 식의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새롭게 설치되는 중수청은 부패, 경제, 마약 등 이른바 6대 범죄 수사에 특화된 전문 수사기관이다. 과거 검찰의 관할이었지만 이제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수청의 일이 되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여전히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다 하도록 남겨두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보완수사 범위와 경찰에 대한 통제 기능을 정교하게 다듬는 일이다. 가령 통상은 검사에게 보완수사 요구권을 주는 것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경찰이 불송치(즉 무혐의) 결정한 경우에 한해 보완수사요구에 불응할 때 직접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경찰이 수사를 잘하겠느냐는 의구심 섞인 질문은 이제 '어떻게 하면 경찰이 수사를 더 잘하게, 공정하게 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건설적인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 검경 관계에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경찰의 수사권 역시 공소청의 적절한 통제와 개입이 있어야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다는 점이다. 권력 분립과 통제의 가치는 입법, 사법, 행정의 거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 같은 실무적 권한 사이에서 수평적으로도 추구되어야 한다. 권력이 있는 곳에 통제와 견제를! 그것이 민주적 사법과 정의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 조건이다.
/박지현 인제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