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여파, 민관 공조·선제 대응해야” [중동전쟁 파고, 인천의 대책은]
“코로나보다 더 어렵다”… 고용 처방·글로벌 협력 다변화 필요

중동전쟁의 여파는 제조·물류업 중심의 인천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출 감소와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운 물류비가 치솟으면서 항만 물동량 감소 흐름이 시작됐다. 이런 국면이 일정 기간 내 해소되지 못하면 심각한 고용위기까지 올 수 있다.
인천 각계 전문가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이들은 중동발 공급망 위기가 인천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심히 우려했고, 정부·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 위기 가시화된 인천 기반산업
박주봉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은 나프타 기반의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거나 공급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라고 했다. 화장품 용기, 포장재, 가전 부품 기업들이 납품 지연 사태에 힘들어하거나 공장 가동 중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순한 이익 감소를 넘어 매월 적자가 발생하는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 사태 진정만을 기다리는 ‘무대응의 대응’인 막막한 상황”이라며 긴박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 박 회장은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대책 마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인천시가 ‘긴급 운전자금 대출’ ‘특례보증 확대’ ‘정책자금 원금 상환 유예’ 등의 조치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인천항 해운·물류업계에서는 유가 상승 압박에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해상운임 상승, 컨테이너 수급 불안정 등으로 인천항 수출입 물동량 감소 흐름이 감지된다. 양천규 인천항만물류협회장에 따르면 일부 항로 구간에서 선사에 추가로 부과되는 전쟁위험할증(WRS)이 10배 이상 뛰었다. 인천항 하역 현장의 지게차, 야드 트랙터 작업 원가가 오르는 동시에 와이어로프 등 하역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 가격은 40% 인상됐다. 양 협회장은 “대외적 영향에 따라 물동량이 감소하고 비용이 증가해 기업 차원에서 버틸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라며 “항만당국이 항만시설 사용료를 한시 인하해주거나 임대료를 감면하는 정책을 펼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중소 제조기업의 채무상환 능력 감소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최근 실시한 지역경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수입단가 상승으로 기업의 채산성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고, 금리상승 등 금융 여건 악화로 자금 조달 여력이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병오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은 “인천지역 기업은 차입 구조 점검과 유동성 관리 강화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고, 자영업자들 역시 수요 변동과 금융비용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들에게는 “금리·물가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과도한 부채를 지양하고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금융 활동을 영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고용 악화, 내수 침체 대책 세워야
인천은 뿌리산업, 특히 제조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이 발달돼 있다. 소부장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는 가스, 원재료는 알루미늄의 주원료인 보크사이트다. 인천의 경우 상당한 물량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인천 뿌리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전혀 가볍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현재 인천지역 소부장 기업들의 가스·보크사이트의 적지 않은 양을 중동에서 수급하고 있어 주요 에너지 및 원재료 조달 문제에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가 지역 뿌리산업 기업들의 수출 감소, 고용 악화 등 다른 문제로 이어지기 전에 인천시가 나설 필요가 있다. 인천시가 이 기업들의 중장기 계약 건을 선제적으로 세밀하게 확인하고, 계약이 파기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하는 등 협조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석유 수급 차질로 내수 소비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올해 편성된 예산의 최소 60%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야 내수 시장 침체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명예교수는 “정부가 현재 석유 최고가 지정과 각종 생필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신속히 재정을 집행하면서 물가 안정 대책을 병행해야 사람들이 돈을 써도 괜찮다고 인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 화폐 형태로 지급하면 지자체 역시 지원금을 기반으로 소비 상권이 활성화하는 방안을 같이 마련해야 (경기침체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글로벌 협력 다변화 과제
글로벌 국제협력의 다변화·다각화가 중요한 시기다. 인천을 예로 들면 중국 쏠림이 심하다. 인천시정을 비롯한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나는데, 중국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베트남·러시아·중앙아시아·중동 등에 대한 연구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거대한 항만·공항을 보유한 인천이 아세안,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그리고 남미까지 협력을 확대한다면 글로벌 도시로서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과거 인천시는 러시아 등과 협력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이를 발전시키는 노력은 부족했다.
성원용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소비에트연방 해체 이후 역대 정부마다 북방정책을 내세우며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해 왔지만 안정적으로 협력하지 못했고 그나마 구축한 것조차 다 끊어진 상황”이라며 “인천시를 비롯해 공항공사와 항만공사,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등이 러시아와 관련된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연·한달수·유진주 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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