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기정 '의대 카드' 통했나?···"동부권 소외 더 이상 안 돼" 한목소리

강주비 2026. 3. 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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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특별시장 선거, 동부권 민심은
순천, 의대 필요성 세대 넘어 공감대
상인들 "경제 회복·구도심 되살려야"
"설명 부족"·"정치적 졸속통합" 비판도
"동부권 발전 대변할 후보 뽑겠다"
27일 오후 순천 전통시장 아랫장에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강주비 기자

“장사만 잘 되게 해주면 됩니다.”, “의대는 꼭 와야죠.”

6·3 지방선거를 앞둔 순천 민심은 ‘먹고사는 문제’와 ‘의대 유치’로 압축된다. 지지 후보는 갈렸지만,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요구만큼은 분명했다. 특히 최근 순천에 전남의대 캠퍼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강기정 후보가 동부권 민심을 사로잡은 점이 눈에 띈다.

지난 27일 오후 찾은 순천 아랫장과 웃장.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 사이 호객을 하는 상인들의 표정에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경제 활성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랫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모(44)씨는 “산업단지나 기업 유치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백화점 같은 소비 시설이 들어와야 사람들이 지역 안에서 돈을 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을 사려면 광주나 부산, 서울까지 가야 하는 게 현실이고, 코스트코 같은 시설도 들어온다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의류 상인 김용군(63)씨도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김씨는 “순천은 관광객이 와도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지나가는 도시라는 말이 많다”며 “숙박과 체류 환경이 부족해 돈이 지역에 남지 않는다. 지역을 살릴 방안을 고민하는 통합시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지지하고, 지금까지 일을 잘 해온 민형배 후보가 괜찮다고 본다”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지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큰 가운데 상인들 사이에서는 ‘의대 유치’를 해법으로 꼽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의대 유치를 단순한 교육 인프라를 넘어 지역 존립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상인 이향림(71)씨는 “정치 이야기는 어려워도 순천에 필요한 건 분명하다”며 “의대가 들어오는 게 1순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차피 후보들은 비슷한 당에서 나올 텐데 결국 순천에 뭐라도 가져오는 사람이 낫지 않겠느냐”며 “인구 감소가 가장 큰 문제인 만큼 의대 같은 시설이 들어와야 사람이 모이고 도시가 유지된다. 최근 토론회서 나온 ‘50대 50’ 이야기는 절대 반대”고 말했다.

동부권 소외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동부권을 대변할 수 있는가’가 통합시장 후보의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는 분위기였다.

옷 장사를 하는 80대 윤모씨는 “누굴 지지한다기보다 동부권을 제대로 챙길 사람이 필요하다”며 “산업과 인구는 동부권에 많은데 지원은 서부권으로 쏠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록 전남지사가 동부권을 위해 눈에 띄게 한 게 많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순천 의대 필요성을 언급한 강기정 광주시장이 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최종 판단은 토론을 더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강기정 후보는 최근 국립의대를 순천에 집중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결단력 있는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분산이 아닌 단일 입지로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 실제 동부권 민심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은 무엇보다 ‘실행력’을 강조했다.

70여년째 아랫장에서 곡물을 팔고 있는 박병옥(89)씨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전남을 잘 아는 김영록 지사가 통합시장을 맡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순천 원도심 중앙동이 한산하다. 강주비 기자

같은 날 찾은 중앙동 일대 분위기는 시장과 사뭇 달랐다.

금요일 저녁을 앞둔 시간이었지만 거리 유동 인구는 드물었고, 상가는 한 칸 건너 한 칸꼴로 ‘임대’ 안내문이 나풀거렸다.

구도심 상인과 주민들의 화두 역시 ‘생존’이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성모(55)씨는 “금요일 저녁에도 이렇게 한산한데 단순한 개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며 “구도심이 낙후된 건 맞지만, 완전히 죽은 건 아니다. 신도심은 식당과 술집 중심이고, 이곳은 카페와 문화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씨는 “지금도 시청이 있어 그나마 유지되는 건데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해법이 없다”며 “원도심을 살릴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한데 이런 문제에 대한 공약은 보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28일 오후 순천 조례동의 한 골목. 박찬 기자

상권이 몰린 조례동은 순천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8일 찾은 이곳에서는 ‘통합’ 자체에 대한 의문과 함께, 동부권 소외와 산업 기반에 대한 불안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시민 김모(35)씨는 “솔직히 말해서 이름만 통합이지, 뭐가 달라진다는 건지 모르겠다. 충분한 숙의나 시도민과의 논의 없이 정치인들이 졸속 추진한 느낌이 강하다”며 “지역을 살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몸집 키우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통합 이후, 전남 지역의 중소업체들이 광주 중심의 정책과 경제적 영향력 속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여수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한 30대 남성은 “지금까진 광주 업체가 전남에 들어오려면 전남 업체를 끼고 들어오는 구조였다. 통합 이후엔 이런 구분이 없어질 것”이라며 “준비 안 된 지역 업체들은 그냥 밀리는 거다. 큰 업체들 들어오면 경쟁이 아니라 그냥 정리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약보다 ‘태도’를 보고 투표권을 행사하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민형배 후보를 지지하는 60대 박모씨는 “솔직히 공약만 보면 순천에 의대 준다는 사람 뽑는 게 맞다. 다만, 민형배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어려울 때 호남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목소리를 낸 인물”이라며 “상황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구나 느꼈다. 그런 인물에게 통합단체장 한번 맡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정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서정희(65)씨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만한 전문성과 능력이 다른 후보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강기정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서씨는 “신정훈하고 강기정은 서로 보완 관계라고 본다. 단일화가 되더라도 지지층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순천=김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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