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쓰봉 어디서 구해요?”… 가정까지 덮친 미·이란戰 충격파

장우진 2026. 3. 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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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수급난 속에 ‘비닐 대란’
맘카페 등 종량제 봉투 사재기
지자체 TF 구성… 물량 확보 총력
유가상승에 일부 LCC 노선 축소
기업은 5부제·화상회의 등 절약


지난 주말 서울지역 맘카페에는 동난 쓰레기 봉투를 살 곳이 있는지를 공유하는 회원들의 글로 가득찼다. 마치 ‘코로나 팬데믹’ 초기 때 마스크 수급난을 보는 듯했다.

맘카페에는 “어제 이사와 쓰레기가 한 가득인 데 마트마다 쓰레기 봉투 파는 데가 없다네요”, “근처 마트, 편의점 모두 쓰레기 봉투가 다 없다고 하네요. 재고 있는데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등의 글이 가득했다.

‘주유 대란’에 이어 ‘봉투 대란’까지 중동발 ‘오일쇼크’가 실물경제를 강타했다. 주말 내내 쓰레기 봉투를 미리 사놓으려는 소비자와 재고를 남기려는 매장 주인 간의 승강이가 이어졌으며,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석유 2차 최고가격제를 전후로 최근까지도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에는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로 북새통이었다

삼성, SK, LG, 한화 등에 이어 정부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전 계열사 5부제 실시와 함께 지방 출장 대신 화상회의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휘발유 등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재택근무까지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동발 오일쇼크는 산업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29일 현재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서울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17.86원 오르면서 1900원대를 돌파했다.

정부는 지난 26일까지 석유 최고가격제를 적용해 휘발유와 경유 공급가격을 1700원대에서 관리했으나, 다음달 9일까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은 리터 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 각각 210원 인상했다.

정부는 유류세를 파격적으로 인하하고, 조기에 가격을 인상하는 업체를 단속하겠다고 엄포하는 등 인상폭을 최소화 하려 애썼으나,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까지는 막진 못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전체 원유의 70%를 의존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달 말 배럴 당 71달러에서 지난 23일 170달러까지 치솟았고, 최근 조정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122달러로 한 달 전보다 2배 높다.

항공기 이용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공사들은 4월 유류할증료를 3배가량 올렸음에도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이제는 운항 축소까지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국내 항공사 11곳 중 5곳이 내달부터 운항 축소에 나서기로 했으며, 나머지 항공사들도 수익성이 나지 않는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횟수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치솟는 항공유 가격이 주 요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2월 3주차 배럴 당 96달러에서, 3월 3주차 197달러로 배 이상 상승했다.

‘산업의 쌀’ 격인 나프타 수급난은 봉투대란으로 이어졌다. 나프타 가격 역시 연초와 비교해 2배로 올랐는데, 주요 플라스틱 가공업계에서는 가격보다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재 LG화학 여수공장은 여수산단 내 NCC(나프타 분해 설비) 2공장 가동 중단하고, 여천NCC도 올레핀 전환 공정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기지인 여천NCC는 최근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비상 상황에 돌입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생산시설 가동을 멈추는 대정비작업(TA)을 예정보다 3주가량 앞당겨 27일부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가공은 물론 페인트 등 건자재, 자동차 부품 제조까지 현 상태로 가면 한 달 내 남은 재고가 소진될 것이라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의 경우 현재 일부 지역 편의점·슈퍼마켓의 경우 1인당 구매 수량을 1~10매 등으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재고가 동나는 ‘품절 대란’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생필품 사재기 열풍에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자 서울시에 이어 마포·서초·관악구 등 주요 자치구들도 이날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잇따라 구성했다. 주요 시행 사항은 쓰레기봉투 수급 안정화, 주유소 가격 표시제 이행 여부 점검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쓰레기 봉투의 경우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는 만큼, 물량 확보와 함께 재활용 가능 자원에 대한 혼입률을 낮추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 민생 경제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이다.

장우진·임재섭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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