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더 바빠진다” [뉴노멀-실리콘밸리]

한겨레 2026. 3. 2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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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 전시장을 한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박원익 | 더밀크 IP본부장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이 인간을 더 바쁘게 만든 것처럼, 인공지능(AI)도 모든 사람을 더 바쁘게 만들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지티시(GTC) 2026’ 기자회견에서 에이아이 시대를 이렇게 묘사했다. 자율적으로 행동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에이아이 에이전트(대리인) 도입 확대가 비약적인 생산성 급증을 가져오고, 결국 우리를 더 바쁘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다.

에이아이에게 업무를 시키면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결과물을 내놓는다. 결과물이 빠르게 돌아오니 후속 의사결정과 추가 작업이 필요하고, 결국 사람이 처리해야 할 일의 총량이 늘어난다. 젠슨 황은 기자회견에서 “10년 뒤 엔비디아는 직원 7만5천명이 750만개의 에이아이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직원 1명당 에이아이 에이전트 100개가 붙을 정도로 이 추세의 가속을 예측한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월1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지티시(GTC) 2026’ 기자회견에서 “10년 뒤 엔비디아는 직원 7만5천명이 750만개의 에이아이(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젠슨 황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시(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의 아루나 랑가나탄 교수팀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기술기업 직원 200명을 8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 에이아이 사용자들은 더 빠른 속도로 더 넓은 범위의 업무를 더 오랜 시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일을 늘렸다. 에이아이, 특히 에이전트가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현장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구글 딥마인드의 한 엔지니어는 구글의 에이아이 에이전트 기반 개발 플랫폼인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를 사용하면서 “작업 생산성이 4~5배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엔지니어 역시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를 모두가 쓰고 있다. 없으면 업무를 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고 전했다. 마치 무협지에 등장하는 ‘축지법’처럼 에이전트가 시간을 극도로 줄여주는 느낌이다. 몇주 걸릴 작업을 몇시간 만에 끝냈다는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편리함 이면에는 불안도 자리 잡고 있다. 여러명이 할 일을 한명이 해낸다면, 나머지 자리는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보도된 메타의 전 직원 20% 규모 대량 감축 검토 소식은 이 공포를 현실로 끌어왔다. 7만9천여명 중 1만5천명 이상이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보도에 메타 직원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에이아이 투자 비용을 상쇄하면서 인력은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더 큰 문제는 ‘에이아이 격차’에 있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앤트로픽이 지난 24일 발표한 이코노믹 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상위 20개국이 전체 1인당 사용량의 48%를 차지하며 이는 이전 45%에서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클로드 유료 사용자의 경우 작업 시간당 임금이 10달러 높아질수록 최상위 모델 ‘오퍼스’ 사용 비중이 1.5%포인트 증가했다. 고소득 업무 종사자일수록 더 강력한 에이아이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6개월 이상 장기 이용자는 신규 이용자 대비 대화 성공률이 약 10% 높았다. 앤트로픽은 “이용자들이 에이아이에서 원하는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이아이 숙련도가 경험에 비례해 향상되며 성과 격차를 벌리는 구조다.

에이아이 에이전트 시대는 이미 열렸고 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에이아이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에이아이 기술에서 소외된 이들이 에이전트와 공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교육 확대와 기술 접근성 보장, 사회적 안전망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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