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남북관계, 한조관계
1991년 9월17일(현지 시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과 대한민국(ROK)은 160·161번째 유엔 회원국이 되었다. 그로부터 석 달 뒤인 12월 “남과 북은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뜻에 따라”로 시작하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됐다. 유엔 동시 가입은 한반도에 2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한 국가 간 보편적 관계를, 남북기본합의서는 동족 간 통일지향적 특수관계를 의미했다. 남북 간 관계는 이중적이다.
1945년 8·15 광복 후 한반도는 둘로 나뉘었다. 북위 38도선 아래 국가는 한국·한국어·한국인·한민족이라고, 위 국가는 조선·조선어·조선인·조선민족이라고 했다. 하지만 둘 사이를 칭할 때는 ‘남북관계’ ‘북남관계’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후 북한은 통일을 지웠다. 통일 상대였던 ‘남조선’은 ‘대한민국’ ‘한국’으로 불렸다. ‘북남관계’는 78년 만에 사라지고 졸지에 ‘조한관계’가 됐다. 지난해 7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발표한,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하나의 민족’은 없고 ‘두 개의 국가’가 있을 뿐임을 분명히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 당국자로선 처음으로 ‘한조관계’란 표현을 썼다. “남북관계든, 한국·조선관계든, 한조관계든,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남과 북이 공동이익을 창출해 나가길 강력히 희망한다”며 한 말이다.
정부가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려는 것은 헌법 영토(3조), 통일(4조) 조항 때문에 논쟁적 사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국 내에서 갑론을박한들 무슨 실익이 있을까. 당장 이 대통령의 연이은 화해의 손짓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3일 “한국은 가장 적대적 국가로 철저히 배척·무시하겠다”고 했다.
남과 북을 뭐라고 부르건 지금 당장은 왕래는커녕 대화와 소통조차 끊긴 사이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꽉 막힌 관계에 조그마한 틈이라도 내어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도모하는 게 우선 아닌가.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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