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활용해 진단서만 작성해줘도 빅5병원, 하루 2000명 환자 더 본다
서울대병원 진단·소견서
하루평균 462건 작성해야
의료진 전체 47시간 낭비

행정 업무가 아닌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싶은 의료인들은 인공지능(AI)의 현장 도입을 기다리고 있다. 진단서와 같은 서류 업무에만 거대언어모델(LLM) 등 AI를 도입하더라도 업무 능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29일 서울대 의대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의 분석 결과, 현존하는 의료 LLM으로 진단서와 소견서를 작성할 경우 이른바 '빅5'로 불리는 국내 상급종합병원은 병원당 매일 300~600여 명의 환자를 추가로 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서는 환자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사의 진단 결과를 증빙하는 문서며, 소견서는 환자가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을 때 참고하도록 이전 의사가 진료 소견을 밝히는 문서다.
올해 들어 서울대병원에서 작성된 국문 진단서는 하루 평균 411.5건, 소견서는 51.0건이었다. 의사들이 의무기록을 진단서나 소견서로 요약·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각각 평균 5분, 15분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매일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진단서와 소견서 작성에 소비하는 시간은 47시간이 넘는 셈이다. 이 작업을 AI가 대신해주면 남는 47시간 동안 서울대병원 의사들은 총 353명의 환자를 더 진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규언 서울대 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빅5 병원의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는 5만여 명으로, 진단서·소견서만 LLM으로 대체해도 빅5에서 하루에 약 2094명의 환자를 추가로 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다수 의사들은 AI를 활용해 진단서 등 서류 업무를 할 수 있다면 환자 진료·치료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한 명을 보면 그에 비례해 서류 업무도 늘어난다"며 "현재로서는 AI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사실상 어렵다. AI 사용 허가를 위한 동의서나 데이터 사용 허가 등의 업무로 인해 업무량이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 LLM 활용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병원 간 데이터·시스템 공유도 필요하다. 이형철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부원장은 "지금도 LLM을 업무에 이용하는 의료인들이 있지만 여전히 개인 단위의 제한적인 사용에 그치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병원이 서로 환자 데이터를 공유하고 전자의무기록(EMR) 등 병원마다 다른 시스템을 일원화한다면 의료 LLM 활용이 더 안전하면서도 간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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