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신곡 타고 뜬 경주 ‘환영’…보문단지 글로벌 성지로 부상

황기환 기자 2026. 3.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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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대왕신종 모티브·폐파이프 예술 결합에 아미 발길 쇄도
한원석 작품 주목 속 ‘일회성 관광’ 넘어 지속 콘텐츠 과제
▲ 지난해 10월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옥 앞에 설치한 한원석작가의 작품 '환영'이 최근 방탄소년단이 성덕대왕신종을 모티브로 한 신곡 ' No. 29' 를 발표하면서 BTS팬덤인 '아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

방탄소년단(BTS)이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을 모티프로 한 신곡 'No. 29'를 발표하며 전 세계적인 '경주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곡의 화제성과 맞물려 보문관광단지에 설치된 대형 설치미술 '환영(Void Circle)'이 BTS 팬덤인 '아미(ARMY)'의 필수 방문 코스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옥 앞에 설치된 '환영'은 한원석 작가가 2025개의 폐파이프를 엮어 성덕대왕신종의 실루엣을 형상화한 높이 4.5m의 대작이다.

지난해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설치된 이 작품은 버려진 파이프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BTS가 강조해 온 '순환과 회복'의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28일 보문단지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22·여) 씨는 "BTS 노래 도입부에서 들리는 신비로운 종소리를 들으며 이 작품 앞에 서니 소리가 눈으로 보이는 것 같은 환상적인 기분이 든다"며 "단순한 조형물인 줄 알았는데 BTS의 메시지와 연결되니 특별한 성지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밤이 되면 수천 개의 파이프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의 입자들이 거대한 종의 형상을 만들어내며, 곡 속의 '맥놀이(진동)' 현상을 시각적으로 재현해낸다. 관람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로, 야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현상은 박물관 속에 갇혀 있던 전통 유산이 글로벌 대중문화를 통해 어떻게 현대적 콘텐츠로 부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경주시는 이를 활용해 국립경주박물관의 진품 종과 보문의 '환영'을 잇는 이른바 '성덕대왕신종 투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열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경주가 현대적 감각의 야간 예술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특정 아티스트의 인기나 일회성 이슈에 기대기보다 한원석 작가와 같은 수준 높은 예술가들의 상설 전시 인프라를 확충하는 내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국과 일본에서 수학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제자, 한원석 작가의 예술적 깊이는 이미 검증된 상태다. 이제 남은 과제는 BTS라는 강력한 기폭제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관광 브랜드'로 치환하느냐에 있다.

화려한 빛의 연출을 넘어, 신라의 정신과 현대 기술이 결합한 경주만의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이 강화될 때 비로소 '환영'은 팝스타의 흔적을 넘어선 경주의 새로운 문화적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