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박경리의 마지막 언어…유고 시집 ‘산다는 슬픔’

김현경 2026. 3. 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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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운 박경리 작가의 마지막 언어를 담은 유고 시짐 '산다는 슬픔'이 출간됐다.

토지문화재단 소장 자료에서 발굴한 미공개 시 47편을 엮은 시집으로, 박경리가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던 시편들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번 시집에는 미공개 시편과 함께 박경리의 육필 원고도 일부 수록됐다.

시편들은 '위대한 작가 박경리'가 아니라, '오래 살아온 한 사람'이 비로소 꺼내놓을 수 있었던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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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탄생 100주년 기념 출간
미공개 시 47편 최초 공개
박경리 유고 시집 ‘산다는 슬픔’. [다산책방]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심장의 고통을 헤어본다/숨 가쁘다 한숨으로 달랜다/흐무러진 석축 위를/내가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내 청춘이 걸어가고 있다(박경리 ‘발걸음’ 중)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운 박경리 작가의 마지막 언어를 담은 유고 시짐 ‘산다는 슬픔’이 출간됐다. 토지문화재단 소장 자료에서 발굴한 미공개 시 47편을 엮은 시집으로, 박경리가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던 시편들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26년에 걸친 대하소설 ‘토지’로 잘 알려진 박경리는 우리에게 소설가로 익숙하지만, 생애 동안 200편에 가까운 시를 남긴 시인이기도 하다. 소설가 등단보다 1년 앞선 1954년, 상업은행 행우회 사보 ‘천일’에 발표한 ‘바다와 하늘’이 그의 첫 발표작이었다.

이후 ‘못 떠나는 배’를 시작으로 ‘도시의 고양이들’, ‘자유’,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냈다. 문학의 시작과 끝이 모두 ‘시’였던 셈이다.

원주에서 ‘토지’의 최종장인 5부를 집필하던 시기, 박경리는 노트와 원고지에 하루하루의 노래를 적어 내려갔다. 이 시기에 쓰인 시들은 문단의 평가나 독자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기록에 가깝다. 너무 솔직하고 너무 개인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시가 잠들어 있었다. 그 중 47편을 추리고, 제목이 없는 시에는 작가의 외손이자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세희 씨가 할머니의 생과 작품 세계를 숙고하며 가제를 붙였다.

‘산다는 슬픔’에 실린 시편들은 시대와 역사, 가족과 고통, 자연과 생명에 대한 박경리의 시선을 담담하게, 그러나 숨김없이 드러낸다. 삶을 되돌아보며 토해내듯 적은 고백이 있는가 하면, 원주에서의 시골살이 속 소소한 기쁨과 무료함, 시대를 향한 분노와 체념,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도 담겼다. 함축적인 시편들 속에는 거대한 서사를 쌓아 올리던 작가의 힘이 스며 있다.

이번 시집에는 미공개 시편과 함께 박경리의 육필 원고도 일부 수록됐다. 작가 특유의 향토어와 구어체, 말맛과 호흡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시편들은 ‘위대한 작가 박경리’가 아니라, ‘오래 살아온 한 사람’이 비로소 꺼내놓을 수 있었던 말들이다. 박경리라는 문학 세계를 기리는 동시에, 한 인간이 남긴 삶의 기록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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