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나라 곳간지기’ 박홍근 장관의 첫 시험대… 기획처 인사 적체 풀 수 있을까[세종백블]

배문숙 2026. 3. 29. 16:2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 장관, 셀카 찍고 직원 고민 듣는 ‘소탈 행보’…‘든든한 언덕’ 자처
예산 설계자’가 ‘집행자’로… 박 장관 입지 커질수록 부총리 좁아질 듯
박홍근 신임 기획예산처 장관이 취임 첫날인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처 직원들과 소통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친명 실세’로 분류되는 4선 중진 박홍근 장관이 초대 기획예산처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조직 내부에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취임 첫날인 지난 25일 한 직원이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고 토로하자 박 장관은 “대통령께 직접 건의하든지, 인사혁신처나 행정안전부와 한번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내부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다만 외부의 시선은 다소 복잡하다. ‘나라 곳간지기’ 역할을 맡은 그가 향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 정치권의 이른바 ‘쪽지 예산’ 요구를 얼마나 단호하게 걸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박 장관의 입지가 커질수록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장관은 취임 당일 정부세종청사에서 MZ세대 직원들과 소통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발언은 “기획예산처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기획처는 이달 초 행정고시 57회를 비롯한 12명의 서기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막내 기수가 55회였던 점을 감안할 경우, 57회 서기관 탄생은 내부에서 주목을 받았다. 재정경제부에서는 아직 57회 서기관이 나오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은 행시 57회 출신인 심판행정팀장과 산업통상부는 55회 가스과장 등대부분 부처에서는 55~60회가 주요 팀장·과장을 맡고 있다.

특히 국·실장급 고위공무원단 인사가 막혀 있어 부이사관 승진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이사관 승진을 거쳐야 국장 보직이 가능하고, 일부 해외 파견 자리 역시 해당 직급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인사 숨통이 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이런 공식을 깨고 특별 승진으로 부이사관을 거치지 않고 47회인 서기관이 핵심국장인 제조국장으로 승진해 관가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기획처에는 특별승진이나 파격승진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또한 박 장관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예산 체계 밑그림을 직접 설계했고 사실상 ‘이재명표 예산’의 설계자가 집행자로 나서면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확장재정 기조가 강한 이재명 정부에서 친명 실세 장관이 과연 재정의 속도 조절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받고 있다. 국가채무는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선 상태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대로 올라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재정 여력 관리를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놓고 구 부총리와 민감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가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래 거시경제 총괄과 부처 간 정책 조율은 경제부총리의 역할이지만, 박 장관은 후보자 시절 “대한민국 미래 설계의 중심이자 국가의 재정 컨트롤타워인 기획처 장관으로서 저성장, 인구 절벽, 기후위기, 지방소멸,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구조적 복합위기를 재정을 통해 극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인해 박 장관이 경제부총리 영역에 해당하는 국가 경제 대계 설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실제로 그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구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내부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기획처 한 관계자는 “박 장관이 이달 초 기획처 장관에 지명된 이후 인사청문회와 취임식 등까지 한달여를 옆에서 본 소감은 깔끔하고 서글서글하면서도 소탈하다는 것”이라며 “야근을 해도 얼굴색이나 체력 변화가 없고 자료를 드리면 모든걸 다 탐독하고 파악한 뒤 코멘트를 주는 등 흡수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했다.

이어 “특히 친절함과 솔직함 정직함이 몸에 배어 있으며 도덕기준이 매우 높다”면서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논문, 병역 등 신상관련 사항도 친절하게 관련 사유들을 상세하게 솔직히 설명해줬다”면서 “박 장관 고향이 전남 고흥군 도덕면으로 대학때 별명이 ‘도덕맨’이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취임식때도 파격적이면서도 신박하게 온라인으로 진행한 후 국과를 방문하면서 직접 셀카를 찍어주시고 사무관들과 말도 걸어주고 따뜻한 소통을 실천해 내부 분위기가 출범이래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예산실에 임신 7개월째인 사무관이 추가경정업무를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원들에게 “든든한 바람막이, 언덕이 되어 주겠다”고 말해 직원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인사 적체 해소에 직원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적체된 기획처 인사상황을 잘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처의 전신인 기획재정부에서는 국회의원 실세 수장이 왔을 때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과 관세청, 조달청 등 외청장 자리를 기재부 출신들이 차지하면서 ‘인사 태평시대’를 맞이하곤 했다.

박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민주당 을(乙)지로위원장을 지낸 ‘예산·정책통’으로 꼽힌다. 1969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며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을에 당선된 뒤 내리 4선에 성공했다. 2021년 치러진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장을 맡으며 인연을 쌓았다. 2022년에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정과제 수립과 재정경제부와 기획처 분리 등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주도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위원장을 연이어 맡았고 22대 국회에서는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기획처 장관으로 그간 기획처를 감사해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에서 피감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셈이다.

[세종백블]정부 공식 멘트 뒤에 숨은 관가의 진짜 이야기를 세종 상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