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랑만 통역한 게 아냐 … 알버타주가 통역한 두 개의 지구

2026. 3. 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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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은 언어를 하나의 창구를 거쳐 또 다른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덕분에 '통역'이라는 말이 한층 가까워졌다. 작품 인기에 힘입어 '이 ○○ 통역 되나요' 식의 패러디가 쏟아졌고, 과학 전문지에서는 사랑을 정말 통역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분석까지 등장했다. '이사통'은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과 글로벌 스타 차무희(고윤정)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작품이 두 사람 사이 사랑을 통역했다면 여행기자가 독자들에게 작품 속 여행지를 통역해보면 어떨까. 두 주인공의 사랑을 연결해준 여행지, 캐나다로 떠난다.

캘거리 타워. 캐나다관광청

두 세계의 통역사 … 캘거리

두 주인공은 작품 속에서 연애 프로그램을 촬영한다. 그 시작은 캐나다 알버타주 최대 도시인 캘거리. 최근에는 웨스트젯 직항 노선이 생기며 한국인에게도 한층 가까워졌다. 캘거리가 알버타주의 통역사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곳의 도시 풍경을 출발점으로 완전히 다른 두 여행지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캐나다 풍경은 빠르게 바뀐다. 어제는 도시 캘거리였다가, 오늘은 붉은 배드랜즈였다가, 내일은 설산이 펼쳐진 캐나디안 로키로 이어진다. 이 변화는 드라마적 설정만은 아니다. 실제로 알버타주 여행을 하면 4~5일 안에 이 모든 풍경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캘거리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이동하면 배드랜즈, 서쪽으로 이동하면 캐나디안 로키가 펼쳐진다. 캘거리는 여행자에게 정반대 매력을 지닌 여러 지역을 이어주는 가교, 즉 '통역' 역할을 한다. 작품 속에서 캘거리가 통역해준 '두 개의 지구'를 따라가 본다.

캐나디안 로키 캐스케이드 연못. 캐나다관광청

비현실 끝판왕 … 캐나디안 로키

풍경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여행 사진을 올리기만 해도 반응이 뜨거운 곳이 있다. 작품 속 연애 프로그램 '로맨틱 트립' 제작진이 왜 캐나다를 첫 만남 장소로 골랐는지 이해가 되는 곳이다. 에너지드링크 파워에이드를 쏟아 부은 듯한 호수 색, 그 뒤로 겹겹이 둘러선 설산. 이토록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사랑에 빠지지 않기란 쉽지 않다. 캐나디안 로키는 웅장한 규모로도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밴프는 캐나다 최초 국립공원인 밴프 국립공원의 중심지다. 로키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들어오는 이름이기도 하다. 밴프의 대표 명소인 레이크루이스는 실제로 보면 왜 '로키의 보석'이라는 별명을 가졌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여름이면 에메랄드빛 호수 위에서 카누를 탈 수 있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라치(Larch) 단풍 사이를 하이킹할 수 있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산책과 스케이팅, 스노슈잉이 이어진다.

캔모어는 밴프보다 한결 차분하다. 작품 속 두 주인공이 첫 키스를 나눈 조용한 호숫가는 쿼리 호수다. 호수를 둘러싼 숲과 산이 조화를 이루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가을의 쿼리 호수는 황금빛 나무와 설산이 함께 비치는 색감을 즐기기 좋다.

캐나나스키스는 덜 알려진 로키다. 캐나나스키스 컨트리는 9개의 주립공원과 1개의 야생보호구역이 모인 거대한 레저 지역이다. 방문객이 상대적으로 적어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배드랜즈 윌로우크릭 후두스. 캐나다관광청

다른 행성 방불 … 배드랜즈

캘거리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차창 밖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가 지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풍경. 붉은 행성 같은 배드랜즈를 시작하는 지점이다. 캘거리에서 드럼헬러와 배드랜즈까지는 차로 편도 약 135㎞, 1시간30분 안팎이다.

레드디어강 일대에 펼쳐진 배드랜즈는 수천만 년에 걸친 침식으로 만들어진 지형이다. 이 지역 토양에는 철과 망간 같은 광물이 섞여 있어 붉은색과 갈색, 회색이 층층이 나타난다. 비가 온 뒤에는 진흙 표면이 번들거려 색감이 더 짙어진다.

후두스는 단단한 암석층이 위를 누르고, 아래의 부드러운 층이 오랜 시간 깎여 나가며 생긴 기둥형 바위다. 돌기둥 위에 버섯 모양 바위가 얹힌 듯한 실루엣이 이어진다. 홀스 캐년은 이 지역 인상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차무희와 히로(후쿠시 소타)가 렌즈 찾기 소동을 해결한 뒤 오후 촬영을 진행한 곳이 바로 여기다. 드럼헬러 서쪽 약 17㎞ 지점에 있는 거대한 U자형 협곡이다. 절벽 단면에는 공룡이 살던 백악기 지층이 줄무늬처럼 드러나 '시간의 단면'을 느끼게 한다.

드럼헬러는 '세계 공룡의 수도'로 불리는 도시다. 이 일대는 약 7000만년 전 아열대 늪지였고, 알베르트사우루스 같은 공룡이 살던 환경이었다. 19세기 말 지질학자 조셉 버 티렐이 이 지역에서 중요한 공룡 두개골을 발견하면서 세계적인 공룡 화석지로 알려졌다. 시내 곳곳에는 세계 최대급 티라노사우루스 조형물을 비롯한 공룡 조형물이 서 있다. 도로 표지판과 벤치, 기념품점 간판에도 공룡이 등장한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공룡 놀이공원처럼 느껴진다.

그 흐름의 중심에 있는 곳이 로열 티렐 박물관이다. 이곳은 공룡을 중심으로 지구 39억년 역사를 따라가는 전시로 유명하다. 1985년 문을 열었고, 1990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로열' 칭호를 받았다. 공룡 골격 전시와 실제 발굴 현장 체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드라마 촬영지 또는 캐나다 여행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캐나다관광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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