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탐구생활] AI 확산, 일자리 줄일까 바꿀까… 고용 영향은 ‘감소보다 재편’

권기백 기자 2026. 3. 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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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보다 직무 변화 영향…재교육 필요
노동생산성 54% 증가…고용 효과도
생산성 증가 속 고용 구조 변화 가능성
중소기업 AI 도입 격차 정책 과제로
지난 1월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이 산업 전반의 생산 방식과 노동 수요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감소보다는 직무 재편과 생산성 변화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자동화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노동시장 영향 역시 특정 직업의 감소가 아닌 직무 구성 변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8일 한국노동연구원 실린 ‘AI 기술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데이터 분석 △문서 작성 △의사결정 지원 등 사무직 중심 인지 업무뿐 아니라 제조 공정 자동화, 품질 검사,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22년 11월 Chat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 활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산업대분류별 AI 도입률 인포그래픽.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직업보다 ‘직무’ 바꾸는 AI

기존 자동화 연구는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 업무를 중심으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최근 AI는 비정형 데이터 처리와 판단 기능까지 수행하면서 기존 직무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특징을 보인다. 이에 따라 직업 단위 고용 감소보다는 직무(task) 단위 변화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산업별 AI 도입 수준 역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산업별 AI 도입률 분석 결과 일부 산업에서 도입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기술 활용 수준에 따라 고용 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 간 고용 변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점이 확인됐다.

연령별 영향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청년층의 경우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에서 취업자 감소 경향이 관찰되는 등 직무 구조 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요구 역량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조업서 확인된 생산성 효과

제조업 분야에서는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과 기업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확인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제조 중소기업의 AI 기반 제조혁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AI 솔루션 도입 기업의 평균 근로자 수는 사업 참여 전 155.7명에서 참여 1년 후 165.4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도입이 반드시 고용 감소로 이어지기보다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고용 확대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노동생산성 역시 개선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AI 도입 기업의 매출액 기준 노동생산성은 도입 전 평균 3억8900만원에서 도입 후 6억100만원으로 5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증가가 기업 성장으로 이어질 경우 노동 수요 확대 효과도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AI는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기존 디지털 전환(DX) 단계에서 인공지능 기반 전환(AX) 단계로 이동하면서 데이터 기반 공정 최적화와 자율 생산체계 구축이 주요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반 생산체계(SDM) 개념이 확산되면서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이 데이터 활용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종별 지역별 AI 활용률 인포그래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보고서

■기업 규모·지역 간 AI 격차

다만 기업 간 AI 도입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정책 과제로 지적된다. 기업의 AI 활용률은 2022년 4.3%에서 2023년 6.1%로 증가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확대되는 추세다. 대기업 AI 활용률은 2017년 1.0%에서 2023년 13.5%로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0.2%에서 4.5%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격차 역시 0.8%포인트에서 9.0%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지역 간 격차도 나타난다. 수도권 중소기업의 AI 활용률은 6.1%로 비수도권 1.8%의 약 3.4배 수준으로 나타나 디지털 전환 수준에 따른 생산성 격차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AI 도입 과정에서 다양한 장애요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축적과 활용 역량 부족, AI 모델 설계 인력 부족, 내부 추진체계 부재 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공정 데이터가 분산 관리되고 표준화되지 않아 AI 학습 기반 구축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기술 도입의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제조AI 적용 사례.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보고서

■일하는 방식도 변화

AI 기술 확산은 노동시장 구조뿐 아니라 기업 조직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의사결정 과정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전환되면서 현장 인력은 반복 업무 수행보다 시스템 관리와 문제 해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직무 난이도 변화와 함께 새로운 역량 요구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도입 초기에는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의 학습 기간 이후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특징도 확인된다. 이는 기술 도입 과정에서 조직 적응 기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AI 도입은 산업 경쟁력 확보 전략과도 연결된다. 공급망 불안, 보호무역 강화, 탄소 규제 확대 등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제조기업은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성 향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인력 부족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AI 기반 공정 혁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해외는 인력양성 정책 강화

AI 활용 확대는 노동시장 수요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분석, AI 운영, 시스템 관리 역량을 갖춘 인력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단순 반복 업무 비중은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직업훈련 체계 역시 기능 숙련 중심에서 디지털 활용 역량 중심으로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요국 역시 AI 확산에 대응해 인력 양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산업계와 교육기관 협력을 기반으로 기술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독일은 도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재교육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인력 양성 정책을 통해 산업 수요와 교육체계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직종별 AI 도입 여부별 취업자 인포그래픽.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정책 대응은 직무 전환 중심

정책적으로는 직무 전환 지원과 재교육 체계 구축 필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요구 역량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직업훈련 체계 개편과 역량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중소기업의 AI 도입 역량 강화를 위한 데이터 인프라 구축, 기술 컨설팅 지원, 인력 양성 정책도 중요 과제로 제시된다.

또한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춰 노동시장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 구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AI 도입이 특정 산업이나 계층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정책 대응 역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AI 확산은 일자리 감소 여부를 넘어 노동의 구조와 생산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기술 변화가 노동시장 충격으로 이어질지, 생산성과 일자리 질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정책 대응과 노동시장 적응 역량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AI 시대 고용정책 방향 설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 노동 전문가는 “AI 확산에 따른 고용 영향은 감소 여부보다 직무 변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직업훈련 체계를 디지털 역량 중심으로 개편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도입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기백 기자 baeki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