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따라 왔다가 가격에 ‘깜짝’…관광 코리아 흔드는 ‘바가지 리스크’

조유빈 기자 2026. 3.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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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K팝 굿즈, 온라인 대비 최대 70% 비싸…가격표 없는 매장도 다수
공연 앞두고 숙박비 7.5배 폭등…자동결제 택시도 추가 요금 요구 확산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이 가격 맞아요?"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공연을 앞둔 3월20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K팝 굿즈 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30여 명이 매장에 진열된 상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응원봉은 없었지만, 블랙핑크를 비롯해 빅뱅과 지드래곤, 스트레이 키즈 등 K팝 아티스트들의 응원봉이 진열돼 있었다. 응원봉을 들고 살펴보던 한 관광객은 가격을 확인한 뒤 "비싸다"며 내려놨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스트레이 키즈 응원봉은 8만9000원, 지드래곤 응원봉은 9만9000원이다. 온라인 굿즈 판매처에서 각각 5만2000원, 5만8000원에 판매된 제품이다.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이 열린 3월2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미디어폴에 BTS와 팬덤 아미를 환영하는 메시지가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길거리 음식 비싸…한국에서 안 먹는 음식"

해외 관광객들의 쇼핑 메카였던 명동거리는 이제 한국을 찾는 K팝 팬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굿즈 판매점, K팝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면 특화 매장, K컬처 복합쇼핑 공간이 모여 있는 명동은 BTS 공연을 앞두고 평상시보다 북적였다. 굿즈 매장은 K팝 팬들이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는 관광객도 많았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해 굿즈를 사러 왔다는 한 일본인 남성 관광객은 휴대전화로 상품 가격을 검색 중이었다. 그는 "온 김에 구매할까 하다가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온라인 사이트와 가격을 비교해 보고 있다"며 "다른 곳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굿즈 매장은 상품 대부분에 가격을 표시해 두지 않아 일일이 가격을 물어봐야 했다.

K팝과 K콘텐츠가 조명을 받으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가격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방탄소년단 컴백 공연으로 시작된 '보랏빛 특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과도한 가격이 한국 관광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팝 굿즈 가격에 대한 불만은 영미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제기되고 있었다. 블랙핑크와 BTS를 좋아한다는 한 관광객은 "명동에서 포스터 가격이 8만원이라 놀랐다"면서 "저렴한 가격에 굿즈를 판매하는 장소가 있냐"고 묻기도 했다. 커뮤니티에서 정보가 공유된 명동 '위드뮤' 매장에서는 스트레이 키즈 응원봉을 5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명동의 길거리 음식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이날 대다수 명동 노점들은 가격표를 게시하고 있어 정가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일반적인 길거리 음식보다 가격이 높았다. 과일 주스는 6000~7000원, 닭강정이나 돼지꼬치는 1만원, 스테이크나 랍스터 구이는 1만5000~2만원, 팬케이크는 1만~1만7000원 등이었다. 커뮤니티에서는 "매우 비싸다" "대부분이 한국 음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지에서 먹지 않는 음식을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가격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대형 이벤트나 공연을 앞두고는 숙박 가격이 치솟는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오는 6월 방탄소년단 공연 기간 부산 지역 숙소 135곳의 숙박요금을 조사한 결과, 평상시 10만원이던 요금이 75만원까지 폭등한 사례도 있었다. 숙박업소는 반드시 요금표를 게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서울에서는 방탄소년단 공연을 앞두고 요금표를 게시하지 않은 숙박업소 18곳이 적발됐다.

서울 중구 명동의 K팝 굿즈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응원봉을 둘러보고 있다. ⓒ시사저널 조유빈

쇼핑 중 '가격 시비'에 대한 불만 가장 많아

외국인 관광객 불편 신고에서도 가격 불만은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쇼핑 중 가격 시비(23.2%)를 가장 많이 신고했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가격 표시가 없는 마스크팩을 구매했다가 예상했던 금액의 10배를 냈다. 환불을 요청하자 직원은 다른 판매처보다 3배 비싼 가격의 크림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시장을 찾은 한 대만 관광객은 1인분(8개)에 5000원인 만두를 '믹스'로 주문했다. 종류별로 반씩 섞어주는 것으로 이해했으나, 만두 8개에 청구된 금액은 1만원이었다.

택시 부당 요금도 문제로 지적된다. 호주 관광객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용산 소재 호텔까지 택시를 이용했는데, 운전기사가 길을 우회하며 운행해 10만6100원의 요금을 냈다. 돌아올 때 빈차로 와야 한다며 왕복 요금을 지불하게 하거나, 자동결제 방식으로 택시를 호출했는데 하차 시 추가 결제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K팝과 K컬처에 대한 관심이 관광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고, 바가지 요금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바가지 안심가격제도'를 도입해 바가지 업체에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하고, 전국상인연합회와 전통시장상인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협조를 통해 시장 바가지 요금 근절에도 나선다.

숙박과 음식점, 소매점 등 관광객 이용이 많은 업종에는 합리적 가격 운영을 유도하고 민관 공동참여형 통합관리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지자체도 과도한 요금에 대한 신고를 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택시 내부와 외국인이 많이 찾는 주요 방문지, 택시 승차대 등에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고 부당 요금을 신고할 수 있는 'QR 택시 불편 신고 시스템'을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논란이 한국 관광의 신뢰도와 직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바가지 요금은 가격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아 선택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평균 수준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면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에 음식점·시장·택시 등 관광객 이용이 많은 업종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며 "요금과 불친절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 신뢰도가 하락해 다시 방문하지 않게 되고,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율적 개선 체계와 표준 가격표 시스템, 정보 공개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는 업소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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