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송환 충격… 텔레그램 타고 광주·전남 일상 파고든 마약
2023년 최고점 이후 다시 급증세
적발된 사범 절반 20·30대 '비상'
"단속 한계, 누리캅스 등 민관 협력"

필리핀에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대규모 마약 유통을 주도해 이른바 '마약왕'으로 불렸던 박왕열이 최근 국내로 송환되면서 마약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박 씨가 해외에 머물면서도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국내에 대량의 마약을 유통해 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 역시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마약은 이미 지역 사회의 평범한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최근 광주 북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SNS를 통해 마약을 구매한 뒤 자신의 자택에서 주사기를 이용해 필로폰을 정맥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집단 투약 사례도 충격을 준다. 광산구의 한 호텔 파티룸에서는 20대 남성 등 7명이 모여 엑스터시, 대마, 케타민 등을 집단으로 투약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SNS로 마약을 구입해 최대 7차례에 걸쳐 나눠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는 상황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29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지역 마약 사범 검거 인원은 2023년 740명, 2024년 288명, 2025년 293명 등 매년 수백 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전남 역시 2023년 462명, 2024년 380명에서 2025년 479명으로 최근 3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연령대 변화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광주에서 검거된 293명 중 절반이 넘는 150명이 20대였으며, 전남에서도 20·30대 검거 인원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마약 범죄가 이토록 일상화된 데에는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과거 대면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던 거래는 이제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로 자리를 옮겼다. 인터넷에 '얼음', '작대기', '캔디' 등 마약 은어를 검색하는 것만으로 누구나 손쉽게 판매자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 실정이다.
박왕열의 사례처럼 해외 총책이 텔레그램으로 지시를 내리면 국내 조직이 유통을 담당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유통 수법도 진화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다. 판매자가 아파트 소화전, 에어컨 실외기 밑, 도로변 화단, 상가 계단 틈 등 평범한 일상 공간에 마약을 숨기고 좌표만 전달하면 구매자가 찾아간다. 주민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집 우편함 근처가 마약 거래 장소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수사기관은 점조직 형태로 세분화된 유통망과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 방식 탓에 자금 흐름과 윗선을 추적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 속으로 깊이 침투한 상황"이라며 "가상자산 추적 기법을 고도화해 유통 경로 차단과 예방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처벌 위주의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마약 유통은 SNS 등 비대면 경로가 주를 이루어 수사기관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온라인 감시를 위한 '누리캅스' 등 민관 협력 체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마약 범죄의 저연령화가 뚜렷해지면서 향후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과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청소년 등 초기 유입 단계에서의 확실한 차단과 함께, 단순 처벌을 넘어선 치료 중심의 접근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