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고유가·고환율·노조 리스크 ‘3중고’ 직격탄

이윤화 2026. 3. 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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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에 비용 구조 흔들…항공유 130%↑ 수익성 악화
11곳 중 5곳 운항 축소 등 감편 확산…비상경영 돌입 확산
통상임금 소송 등 노조 리스크 겹쳐…중장기 재무 리스크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장기화로 국내 항공업계가 고유가·고환율·노조 리스크가 중첩된 ‘3중고’에 직면하며 팬데믹 이후 최대 위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동시에 발생한 가운데, 통상임금 소송 등 노동 리스크까지 확대되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구조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평균 항공유 가격(20일 기준)은 배럴당 204.95달러를 기록해 전년 평균 대비 136.1% 급등했다. 이는 항공사 전체 비용의 약 20~30%를 차지하는 연료비가 사실상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수익성에 직격탄을 가하는 수준이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계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환율 역시 부담을 키우는 핵심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중동 전쟁 이후 1500원 이상으로 상승하며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보험료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사 비용 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항공업은 ‘원화로 벌고 달러로 쓰는’ 대표적 산업으로, 환율 상승 시 수익성 악화가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 서울외환시장 기준 27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원 오른 1508.9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변동하면 550억원의 외화평가손실과 160억원의 현금 변동이 발생한다. 원화 가치가 10원 하락하면 71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생기는 것이다. 올해 연간 평균 환율 기준으로 추산하면 3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 사이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결합된 이중 부담 속에서 항공업계는 빠르게 긴축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으며, 비용 절감과 투자 축소, 노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류할증료 인상 등으로 일부 비용을 전가하고 있으나, 상승분을 충분히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운항 축소 역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진에어는 다음달 4일부터 30일까지 인천 출발 괌, 필리핀 클라크, 베트남 나트랑 노선과 부산에서 출발하는 필리핀 세부 노선 등 총 8개 노선, 왕복 45편을 운항하지 않는다. 에어부산은 괌·세부·다낭 등 국제선 일부 노선을 감편했고, 에어프레미아는 다음달 20일부터 5월31일까지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총 26개 항공편, 인천∼호놀룰루 노선 6개 항공편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인천~푸꾸옥 노선을 전면 중단했으며, 제주항공 등 일부 항공사도 추가 감편 여부를 검토 중이다. 주요 항공사 11곳 가운데 약 5곳이 실제 운항 축소에 들어갔고, 나머지 업체들도 감편 또는 조정을 검토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수익성 방어를 넘어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라는 구조적 위기 탓이다. 항공유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항공편 운항 자체가 적자를 확대시키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영공 통제와 우회 항로 증가로 비행시간이 평균 2~3시간 늘어나면서 연료 소모와 운항 비용이 추가로 증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항공유 공급 부족과 배급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연료 수급 불안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유가 헤지 등 위험 관리 수단이 제한적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여기에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부담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티웨이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비행수당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 돌입했고,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사측의 임금단체협상도 결렬됐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임단협 결렬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적용될 조종사 서열제도와 복지 수준, 통상임금 산정등을 놓고 사측과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영향이다. 조종사 및 직원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이 확대될 경우 인건비 상승과 일회성 비용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무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항공업 특성상 인건비 비중 또한 높은 만큼 유가·환율과 결합된 복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은 운임 인상, 유류할증료 확대, 노선 구조조정, 투자 축소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수요 위축이라는 또 다른 리스크를 동반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가 단기 실적 악화를 넘어 중장기 재무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항공사 간 체력 격차가 확대되며 구조조정 또는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LCC를 중심으로 유동성 압박이 심화될 경우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과 수익성 중심 노선 운영에 집중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연료 효율 개선과 환율·유가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 등 구조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중동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3중고’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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